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캠퍼스 청소노동자 하투 확산…"짤순이 없어 손으로 걸레 빤다"



사건/사고

    캠퍼스 청소노동자 하투 확산…"짤순이 없어 손으로 걸레 빤다"

    청소노동 외주화의 그늘…"대학-원청, 용엽업체-하청 간 책임 떠넘기기"

    대학 캠퍼스 내 청소노동자들의 여름 투쟁이 연세대와 고려대를 넘어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근로환경이 열악한 원인과 임금 협상이 공회전인 배경엔 원·하청 고용 구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대학과 용역업체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한 대학에선 청소노동자들 직접 손으로 대걸레를 짜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원청인 해당 대학이 용역 단가를 후려쳤고, 하청업체는 최저 금액으로 입찰에 응한 탓입니다.

    길어지는 대학가 청소노동자들의 여름 투쟁
    노동자들 "원·하청 고용 구조에선 서로 책임 떠넘기기 발생"
    연세대 일부 학생, 청소노동자 고소…열악한 용역 환경, 진짜 책임자 되짚어 보게 된 '역설'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기자회견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기자회견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캠퍼스 내 청소노동자들의 여름 투쟁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현재 연세대와 고려대를 포함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내 13개 대학 등 사업장들은 학교 측에 임금인상과 샤워장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 말부터 학내 집회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일부 학생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이들을 형사 고소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이후 고려대 역시 지난 6일부터 대학 본관을 점거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이 열악한 원인과 임금 협상이 공회전인 배경엔 원·하청 고용 구조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현재 9390원인 시급의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집단교섭에 참여한 대학·대학병원 사업장은 총 13개로 고려대, 고려대안암병원,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강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연세재단 빌딩, 이화여대, 인덕대, 카이스트, 홍익대다. 이중 홍익대, 동덕여대, 이화여대가 잠정합의를 이뤄낸 상황이다.

    지난 15일 찾은 고려대 본관엔 청소노동자 40여명이 모여 "진짜 사장 고려대가 우리 문제 해결하라"라는 구호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장엔 '총장이 사용자다', '학교가 책임지고 노동조건 개선하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번 문제 해결에 학교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집회 시위가 매년 반복되는 가운데,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의 원인은 대학이 노동자들을 직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 구조에 있으며, 이를 해결할 실마리 역시 학교 측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원·하청 고용 구조에선 대학과 용역업체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가 가능하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소속 청소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각 대학 용역업체들과 임금 교섭을 벌였지만, 용역업체의 거부로 협상은 번번이 깨졌다. 이어 올해 3월 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사용자인 16개 업체에 미화·주차직 400원, 경비직 420원의 시급 인상을 권고했지만 용업업체는 원청인 대학을 핑계로 임금 인상을 거부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집회에 나섰지만, 대학 역시 묵묵부답이다.

    협상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측이 지난해 고려대, 연세대 등 10개 대학의 샤워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용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전체 건물 중 10.6%에 불과했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거나 직원용 샤워실을 이용한다.

    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한 샤워장 모습. 임민정 기자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한 샤워장 모습. 임민정 기자
    고려대 구법관 샤워장을 가보니, 지하 한쪽에 마련된 씻을 공간은 수전과 칸막이만 설치돼 있는 열악한 구조였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하루 두 번 샤워를 하지만, 온수도 안 나와 커피포트에 물을 데워서 씻는다고 했다. 한쪽에 설치된 간이 빨랫줄엔 청소 노동자들이 널어놓은 양말과 티셔츠 등이 걸려 있었다.

    고려대에서 만난 한 청소 노동자는 "적어도 새벽 4시 반에는 나와 밤새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이 시간은 학생들이 오기 전이라 건물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다"며 "청소를 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샤워를 안 하고 버틸 수가 없다. 땀에 흠뻑 젖어 청소복도 집으로 그냥 들고 갈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60대 청소노동자는 "학교가 우리는 청소노동자라고 이런 곳에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학교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대학은 학교가 직접 청소 경비 노동자를 고용하기보단 용역업체를 두고 이들을 간접 고용하고 있다. 수천억 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은 부자 대학들도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셈이다.

    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한 샤워장 한쪽에 머리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임민정 기자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한 샤워장 한쪽에 머리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임민정 기자
    샤워실 문제뿐 아니라 지하 주차장 휴게실이 논란이 된 연세대 측도 협상에선 뒷짐지고 있는 모양새다. 연세대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협상 중인 사안이라 학교 측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김성환 의원은 지난 13일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만나 "학교가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투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연세대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18일 서승환 연세대학교 총장을 만나 문제 해결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책임 떠넘기기 구도에서 어려움에 직면하는 건 노동자들이다. 일례로 A대학의 경우엔 이런 구조적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A대학 청소노동자들은 대걸레 물기를 발로 밟아 짤 수 있는 청소용품, 일명 '짤순이'를 지급받지 못해 손으로 일일이 대걸레 물을 짜면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사비를 들여 '짤순이'를 사 청소에 나서는 실정이다.

    대걸레 물기를 발로 밟아 짤 수 있는 청소용품인 '짤순이'. 임민정 기자대걸레 물기를 발로 밟아 짤 수 있는 청소용품인 '짤순이'. 임민정 기자
    해당 학교 노동자는 화장실 하나를 청소하는데도 서너 번은 걸레를 비틀어 짜야 해 정년인 일흔이 가까워지면 여기저기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장 해결될 기미는 없다. 학교 측은 용역업체가 있는 만큼 나서서 해결하긴 어렵다는 입장이고, 용역업체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물품 구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최저 입찰로 용역을 따낸 하청업체가 청소재료를 지급할 여력이 안 되니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가중되는 상황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A학교 관계자는 "해당 문제를 올해 5월에 인지했고, 최저입찰로 들어오다 보니 용역업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12월에 새로운 입찰 진행할 때 해당 부분 반영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실제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학교도 있다"며 "용역 업체의 이윤을 남겨주면서까지 간접 고용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려대 청소노동자가 사용하는 샤워장 모습. 임민정 기자고려대 청소노동자가 사용하는 샤워장 모습. 임민정 기자
    더딘 협상으로 '여름 투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연대와 지지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숙명여대의 한 청소노동자는 "교내에 우리 현실을 알리는 현수막을 40여 개를 걸어뒀지만, 집회는 방학인 탓에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지지가 응원이 된다"고 답했다.

    고려대 시위 현장을 찾은 대학생 이모(23)씨는 "학교에서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에 책임을 지우려고 하다 보니 교섭이 어렵고 임금 인상이나 노동 조건 개선이 어렵다"며 "결국 고용 문제로 귀결된다. 학교 측이 직고용을 보장하는 게 좋은 방법 같다"고 답했다.

    고려대 노동자들은 이번 주 역시 생활임금 보장과 샤워실 설치를 위한 본관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고, 연세대, 덕성여대 등의 학교도 집회 및 시위를 열 방침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