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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의식 잃은' 남편, 그리고 아내의 '뼈저린'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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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에서 '의식 잃은' 남편, 그리고 아내의 '뼈저린'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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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째 말 걸어도 대답 없는 남편

    서모씨, 올해 3월 대전교도소서 수액 맞고 3분 뒤 쓰러져
    3개월째 의식 없어…아내, 수원-대전 오가며 간병
    "오늘 어땠어" 물어도 대답없는 남편
    "교도소 시키는 대로 하랬는데…나 때문인 것 같아" 자책

    서씨의 아내 A씨가 투석 치료를 마친 서씨를 병실로 옮기고 있다. 정성욱 기자서씨의 아내 A씨가 투석 치료를 마친 서씨를 병실로 옮기고 있다. 정성욱 기자
    지난 22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환자를 실은 이동식 침대가 복도 끝에서 나왔다. 침대에는 투석 치료를 마친 서종민(65·가명)씨가 누워있었다. 서씨는 지난 3월 대전교도소에서 수액 치료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씨의 아내 A씨는 침대를 끌며 "당신, 살 빠진 것 같네"라고 말을 걸었다. "오늘은 어땠어? 배가 홀쭉해졌네 이 사람". 하지만 서씨의 초점 없는 시선은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팔과 다리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했다. 침대에는 서씨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액과 산소통이 달려있었다.

    서씨의 상태는 '저산소성 뇌손상'. 심장은 뛰고 있지만 뇌는 멈춰있는 사실상 뇌사다. 지난해 말부터 방광 통증을 느끼며 진료를 받아온 그는 올해 3월 대전교도소 의무실에서 수액 치료를 받은 뒤 3분 만에 의식을 잃었다.

    서모씨가 입원 중인 대전의 한 대학병원 병실. 정성욱 기자서모씨가 입원 중인 대전의 한 대학병원 병실. 정성욱 기자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는 그런 남편을 보러 이틀에 한 번씩 대전 병원을 찾는다. 왕복하는 5시간 동안은 남편 생각만 한다. 다니던 회사에는 지난달 휴직계를 냈다.

    가끔 서씨의 연명치료를 중단할까 고민하다가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A씨는 "남편은 아직 더 살고 싶어할 수도 있지 않나. 아직 보낼 생각이 없다"며 "얼굴보고 얘기할 때 가끔씩은 알아듣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것도 있다. A씨는 법무부로부터 서씨 신병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인수할 의사가 없었다. 남편을 죽여놓고 시신을 가져가라고 통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법무부가 수감자인 서씨의 치료 비용을 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의지할 수는 없었다. 다른 수감자에게 쓰여야 할 예산이 남편에게만 쏠리는 것 같기도 했다.

    A씨는 "사람이 교도소에서 거의 죽어서 나왔고, 교도소는 아무런 말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병을 인수하면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묻힐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에게 남은 건 후회다. 서씨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교도소 말만 들으라고 했던 자신이 밉다. A씨는 "결국 나 때문에 남편이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조사 기관을 믿었던 것도 후회스럽다. A씨는 "남편이 쓰러졌는데 법무부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아서 국민신문고와 인권위원회에 신고를 했는데, 그 기관들은 다시 대전교도소에 자체 조사를 권하더라"라며 "교도소에서 말을 안 해주니까 도움을 청한 건데 역시나 지금까지도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대전교도소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서모씨.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서씨 측 제공지난 3월 대전교도소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서모씨.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서씨 측 제공
    복도 한편에서 눈물을 훔치던 A씨는 "남편은 죄를 지어서 감옥에 갔고,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도 맞다"며 "하지만 살아있던 사람이 죽어서 나온 건데, 교도소나 법무부나 어떠한 설명도 없고 남편 지병 얘기만 운운하고 있으니 가족들은 매일 죽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씨는 지난해 3월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내고, 과거 동종 범죄전력까지 고려돼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차량 운전자 2명은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서씨는 사고 전날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오전 10시쯤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대전교도소로 이감된 올해 초 방광 통증을 호소하며 외부진료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교도소 측은 2월 방광에서 종괴가 발견된 뒤에야 첫 외부진료를 나섰다. 서씨는 외래진료 정밀검사를 불과 5일 앞둔 3월 11일 의무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서씨를 진료한 외부의료진은 '방광암으로 인한 신장손상·신부전으로 인한 폐부종 가능성 있으며, 이로 인한 심정지 가능성 존재'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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