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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러시아 역성드나"…여당대표의 '용감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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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러시아 역성드나"…여당대표의 '용감한' 외교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방문 놓고 與 진흙탕 싸움…당내싸움이 외교 부담으로 불똥
    러시아로선 '노골적 적대감' 인식할 듯…北 도발시 유엔안보리 협조 난망
    방문 시점도 메시지도 부적절…민감한 외교 사안에 비외교적 강경 언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우크라이나 방문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우크라이나 방문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점입가경의 감정싸움을 벌였다. '개소리' '나이로 찍어내기' 등 막말도 모자라 '육모 방망이'까지 등장했다.
     
    유치한 이전투구 속에 집권당 정치인의 책임과 체통마저 사라졌다. 그 북새통에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한 윤리위 징계 문제도 함께 가려졌다.
     
    가려진 것은 또 있다. 집권당 대표의 가벼운 외교적 처신이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중 "한국에 계신 분들이 러시아 역성드는 발언을 많이 하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정 의원을 공격했다. 
     
    또 "대선 기간 중에 당사에 우크라이나 국기 조명 쏘고 러시아 규탄 결의안 내고 할 때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뜬금없이 러시아 역성들면 그게 간보는 거고 기회주의"라고 했다. 
     
    당내에서야 그게 권력다툼이 됐건 노선투쟁이 됐건 그런가보다 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그것도 전쟁 중인 나라에서, 더구나 집권당 대표가 민감한 외교 문제를 언급할 때는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러시아 역성들면 기회주의' 발언은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외교의 언어가 아니다. 한 번 싸워보자는 심사가 아니라면 결코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말이다. 
     
    러시아로선 한국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이 대표의 '만용'이 곳곳에 적을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과연 우리가 대놓고 무시해도 될 만큼 만만하고, 역성들 여지도 없이 비타협적으로만 대해야 할 적대적 존재가 됐나?
     
    연합뉴스연합뉴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고 국제 질서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고강도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복잡다단하기에 이분법적 흑백론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 어제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고, 친구인 동시에 적(frenemy)이 될 수도 있는 세계다.
     
    미국 같은 초강대국조차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고 때론 '전략적 모호성'으로 국익을 포장하는 이유다. 냉엄한 국제질서에서 기회주의는 비겁이 아니라 오히려 영악함일 수 있다.
     
    이 대표 말대로 기왕에 러시아 규탄 결의안까지 냈으니 그대로 직진하자는 것은 무모한 원리주의나 다름없다. 대쪽 같은 기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국가 안위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마치 '슬라바 우크라이니'(우크라이나에 영광을)를 외치지 않으면 러시아 역성드는 것이란 단순논리도 거슬린다. 정부 시책에 반대하면 불순한 사상을 의심했던 어두운 독재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자유'의 실종이다.
     
    이 대표의 '용감한' 외교는 정치적으로는 이득일지 몰라도 한러관계에는 큰 부담을 안겼다. 북한이 설령 7차 핵실험을 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시점도 메시지도 문제가 있다. 북한의 대형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 이를 억제할 지렛대 가운데 하나를 오히려 잃었다.
     
    그는 개전 100일의 상징성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실질적 도움이 된 것은 없다. 당초 예상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 전달도 없었고, 우크라이나가 고대하는 무기 지원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이 대표는 귀국 후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절박하니까 저희한테도 아쉬운 소리를 하려는 그런 느낌"을 언급했을 뿐 딱히 방문 성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로서도 실망스러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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