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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에 열린 용산공원…"대통령 소통 기대" vs "오염 물질 걱정"[영상]



사건/사고

    120년 만에 열린 용산공원…"대통령 소통 기대" vs "오염 물질 걱정"[영상]

    대통령 집무실 인근 용산공원 부지 시범 개방
    사전예약 시민들 "넓고 대통령 소통 기대돼"
    미흡한 공원 조성에 실망…오염 물질 걱정 반응도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경호 장비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경호 장비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원이 넓고 훤해서 잘 꾸며놓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친구들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10일 오후 새롭게 개방된 용산공원 부지 한 바퀴를 빙 둘러보고 나왔다는 김수복(70)씨가 소감을 말했다. 그는 "오염물질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하긴 했는데 어디 앉는 건 아니고 걸어갔다 나오는 거라 상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 용산공원 부지가 이날 오전 11시부터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다. 열흘 간 시범 개방되는 공원은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해당 부지는 일제 강점기와 미군 주둔기를 거치며 약 120년 동안 일반인 접근이 불가능했던 곳이라 '첫 공개'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에서 토지 오염에 따른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등 정화 작업이 제대로 안됐다는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녹색연합 회원들이 용산공원이 시범개방된 10일 오전 용산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녹색연합 회원들이 용산공원이 시범개방된 10일 오전 용산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시범 개방 부지는 신용산역 앞 공원 14번 게이트부터 직선 거리로 1.1km 이어진다. 담 위로 철조망이 둘러처진 입구를 지나면 보안 검색대에서 소지품 검사를 한다. 곳곳에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돌아다녀 사뭇 엄숙한 분위기였다.

    공원 주요 공간을 관람객과 함께 걷던 한 해설가는 "일제 강점기 때 세운 나무 전봇대와 미군이 세운 콘크리트 전봇대가 함께 있다"며 역사를 설명했다. 휘둥그레한 표정의 젊은 관광객은 해설가의 손가락을 따라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관람객들은 이름표를 맨 채 흰색 바람개비를 들고 공원을 돌아다녔다. 바람개비는 각자의 소원을 적어 길 양옆 '국민의 바람정원'에 꽂아 놓는 용도로, 시민들은 "건강한 나라", "국민 소득 5만불" 등과 같은 바람을 담았다. 국민이 바라는 점과 기대 등을 엽서에 써서 넣는 '경청 우체통'도 있었다.

    바람개비에 어떤 소원을 적을까 생각하던 이옥순(79)씨는 "북한과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나라의 평화를 원한다"며 "안 좋은 점만 보려고 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경비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경비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앞뜰은 현장에서 시간에 맞춰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펜스 옆으로는 네 발 달린 경호 로봇이 총총 걸어 다녔다. 앞뜰에 들어간 시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대통령 전용기를 보고 산책로를 걷는 등의 체험을 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가까이서 보게 된 시민들은 대통령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한 시간 30분 동안 앞뜰을 둘러보고 나온 윤영기(73)·김정환(73)씨는 "전엔 상상도 못했던 국민과의 가까운 관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오늘 기분이 아주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용산구민 오모(51)씨 역시 "공원 개방이란 의미가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겠다는 것이라 그런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왔다"며 "주한미군이 이전했을 때 시민에게 빨리 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서 단계별로 시민 안전을 생각해 개방하는 건 찬성"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경호 장비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서울 용산공원에서 시민들이 경호 장비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청와대도 방문했는데 어느 사람이든 그 안에 들어가면 귀와 눈이 닫히겠더라"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국민 목소리에 경청하겠다는 시도는 좋았다고 봐 앞으로 쭉 유지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공원 조성이 미비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부지 오염 물질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부는 유해물질 저감 조치로 토지 일부를 피복하고 관람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했지만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이날 오전 용산공원 시범개방 입구 앞에서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공원을 방문한 홍성백(69)씨는 "아직은 삭막한데 공원을 잘 꾸며놓으면 좋겠다"면서 "유해 물질도 걱정돼 잘 조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나들이온 장윤옥(75)·고광례(73)씨도 "넓긴 한데 기대에 비해선 아직 조성이 덜 된 것 같다"며 "좀 더 화려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상시에 많이 궁금했던 곳인데 와보니까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업무차 관람 왔다는 조경업계 종사자 안모(56)씨는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 같은데 연세가 있는 이용객을 고려해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 같다"며 "보안 검색을 최소화하고 잔디밭 쪽으로 매트를 깔아 그늘 밑으로 다닐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코스 안내와 건물 용도 설명도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해 물질은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흘러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점검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용산공원이 국가공원으로서 국민 누구든 찾아오고 과거의 전쟁 역사나 흔적 등 미래 세대에게 교육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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