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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Why]독일은 왜 프랑스보다 '러시아 때리기' 앞장서나



국제일반

    [월드Why]독일은 왜 프랑스보다 '러시아 때리기' 앞장서나

    초반 미적댄다는 비판받았던 독일, 강경하게 입장 선회하며 나토와 EU 리더십 회복 시도
    전범국으로 전쟁반대 메시지도 강조, 하지만 속내 복잡하긴 마찬가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연합뉴스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재임기간 친 러시아 정책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싼 가스를 들여온 것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 것도 메르켈이었다. 그런 메르켈이 달라졌다. 메르켈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향해 "야만적이고, 국제법을 무시한 기습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놓친 건 아닌지, 거대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는지 계속 자문하고 있다"고 했다. 

    메르켈의 발언은 달라진 독일의 태도를 보여준다. 반면 프랑스 임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굴욕을 줘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프랑스보다 독일이 강경하게 나서는 배경은 뭘까?

    ① '미적대고 뒤로 이익 챙긴다'는 안팎 비난에 강경 대응 선회

    6개월 만에 공개대담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연합뉴스6개월 만에 공개대담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연합뉴스
    메르켈 전 총리는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집권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무려 60번 만났을 정도로 러시아와 가까웠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에도 러시아와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주요 국면에서 종종 러시아 편을 들었던 독일은 러시아의 원유 수입 금지하는 제재를 할 때에도 뒤로는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들여오려 해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올라프 숄츠 현 총리. 연합뉴스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올라프 숄츠 현 총리. 연합뉴스
    메르켈이 물러난 뒤 올라프 숄츠의 약한 리더십도 매번 도마에 올랐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메르켈의 퇴임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일관성 없는 메시지로 독일의 권위와 지배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독일 내에서도 정부가 겉으로 전쟁을 반대할 뿐 뒤로는 이익에만 급급하다는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가 국내외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최근 은퇴한 메르켈이 나서서 러시아를 비판하고, 숄츠 총리도 신형 무기 지원 등을 약속하며 강경하게 돌아선 것은 독일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유럽 내에서의 권위를 다시 세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② 전범국 멍에 지우려는 속내, 방위비 증강은 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방위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방 강화 계획을 발효했다.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 이상 수준으로 늘리고 군대 현대화를 위해 1천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숄츠 총리는 '역사적 대전환'이라며 국방력 강화의 당위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전범국 출신 독일의 입장에서 전쟁 반대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프랑스는 운신의 폭이 넓은 반면에 독일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에 더욱 앞장서야 하는 책무가 있는 나라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범국인 독일이 EU와 나토 내에 강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전쟁 반대의 자세를 취해야 했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여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다만, 독일이 물밑 중재를 완전히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대립과 방위비 증강에 온 힘을 쏟을 것인지는 아직 지켜볼 문제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는 확전을 두려워하고 있고, 경제적인 타격이 막대하기 때문에 전쟁이 어서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유럽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이 두 나라"라고 말했다. 겉으로 강경해도 독일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독일과 프랑스의 속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기회가 될 때마다 "서방 국가들이 뒤로 중재를 시도해선 안 된다", "벌써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유럽 국가들은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단결은 유지될까. '버티기 싸움'으로 들어간 소모전을 끊을 방도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많은 국가들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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