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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화물연대 파업…시험대 오른 尹 노동정책



경제 일반

    '강대강' 화물연대 파업…시험대 오른 尹 노동정책

    화물연대 파업으로 집권 후 첫 대규모 파업 맞은 尹정부
    연일 쏟아지는 강경 발언…향후 5년 노정관계 벌써 얼어붙나
    정부가 '강대강' 국면 선택한다면 파업 장기화될 수밖에 없어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집권 후 첫 전국 단위 대규모 파업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된다.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5년 간의 노정 관계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가 폭등에 명분 얻은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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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등 5개 요구사항을 걸어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첫 날인 이 날 전국 14개 지역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9천여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약 40% 수준이다.

    다만 이 40%의 수치가 곧 파업 참가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고정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제조업과 달리 운수업 등 업종에서는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대다수가 일손을 놓고 집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참가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화물연대의 파업이 힘을 얻을 수 있느냐 여부는 비조합원이 얼마나 동조하느냐에 달려 있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은 약 2만 2천명으로 추산돼 화물차량 운전기사 중 조직률은 10%를 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역대 화물연대 파업의 성패는 대개 비조합원의 참여 수준에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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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조합원의 파업 동조 수준은 수치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최근 폭등한 기름값이 화물연대의 파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2028.57원에 달한다. 국내 경유 가격은 지난달 11일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고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으로 2천 원을 돌파한 상태다.

    유가 폭등은 고스란히 화물차 운전기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기름값이 오를수록 화물업계 종사자 전체의 이해관계가 달린 안전운임 유지·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이 비조합원 운전기사들에게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노-정 관계의 큰 틀에서 보면 노동계와 보수 정부 간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달린 파업이기도 하다. 화물연대로서는 얻는 것 없이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친(親)기업 발언과 행보를 거듭해왔다.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는 노동에 관한 언급이 과거 정부에 비해 크게 줄어들자 역으로 노동 분야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따라서 윤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노정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에서도 이른바 '파업 화력'이 강하기로 손꼽히는 화물연대가 포문을 열면서 '강대강' 구도가 빚어질 것 역시 익히 예상됐던 터다.


    강경일변도 尹 정부…노정관계 극한으로 치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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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불법행위 엄정대처'라는 강경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 첫 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 행위든 간에 선거 운동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5일 국정현안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화물연대 간의 대화 창구는 파업 전부터 닫혀있는 상태다. 노정이 마지막으로 파업 쟁점을 놓고 대화했다던 지난 2일은 매달 갖던 월례협의회였을 뿐, 파업을 앞두고 따로 협상 테이블을 가진 것조차 아니었다.

    통상 파업 전후로 공식·비공식을 막론하고 노사정이 대화 채널을 열어두기 마련이다. 특히 정부는 명분을 쌓고 여론의 압박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구하는 모습을 과시하는 경우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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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국토부는 지난 3일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뚜렷한 명분이 없는 소모적인 행동'라고 비판하는 등, 화물연대 파업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파업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청은 지난 3일 "화물연대 조합원이 불법행위를 벌이면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며 "핵심 주동자와 극렬행위자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발언 수위를 한껏 높였다. 실제로 파업 첫날부터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경찰과 마찰을 빚은 화물연대 조합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되기도 했다.

    비록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노동계 동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경우 이정식 장관이 아예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5일 스위스로 출국했다. 하나같이 정부 차원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당장 '대화'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는 신호들로 읽힌다.

    일반적으로는 정권 초기부터 노동계와의 대립은 피하려 하지만, 대선에 이어 지방 선거까지 연거푸 승리를 거둔 현 정부로서는 노동계를 상대로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대화를 통한 '명분' 싸움이 아니라 힘으로 부딪히는 '기세' 싸움이라면 오히려 정권 초에 지지세력이 결집한 상황을 이용해 강하게 나서는 편이 유리하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정이 '강대강'으로 부딪히면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국제 유가가 갑자기 뚝 떨어지지 않는 한 치솟은 유류비 부담에 화물연대가 파업을 접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수록 가뜩이나 경기 침체 국면과 국제 원자재 대란으로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정부가 화물연대와 협의의 지점을 찾지 않고 계속 엄정한 법 집행만을 강조하고 있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안전운임제는 국민의 안전과 화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이므로 정부가 전향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하루빨리 내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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