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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요세미티에 울려퍼진 '나의 살던 고향은'

    미국의 K파워

    캘리포니아 파인스 리조트 대표 최규선씨
    미국 국립공원에서 이룬 아메리카 드림, 민간외교의 모델

    캘리포니아 파인스 리조트 객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배스 레이크. 권민철 기자캘리포니아 파인스 리조트 객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배스 레이크. 권민철 기자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국립공원 요세미티 남쪽에는 배스 레이크(Bass Lake)라는 호수가 있다. 미국 서부의 10대 호수로도 선정된 8km 길이의 호숫가에는 스위스풍의 산골 마을이 조성돼 있다.
     
    언덕곳곳에는 비슷한 모양의 목조주택들이 들어서 있고 마을 초입에는 교회, 우체국, 상가, 마을버스 정류장 등이 있다. 호숫가 마리나(marina,선착장)에는 보트들도 정박돼 있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호숫가 마을이지만 이곳은 '파인스 리조트(Pines Resort)'라는 이름의 휴양지다. 샬레(chalet, 스위스풍 목조주택) 86개동, 20개 스위트룸을 갖춘 호텔, 슈퍼마켓, 레스토랑, 바, 주유소 등으로 이뤄진 리조트 소유자는 한국계 최규선 대표.
     
    보트 200척이 정박가능한 선착장, 우체국 등 임대를 놓은 일부 편의시설을 뺀 18에이커(2만 2천평) 안의 모든 상업시설을 최 대표가 직접 운영중이다.
     
    연간 10만명의 휴양객을 유치하며 올해 3월 캘리포니아주 최고 콘텐츠 마케팅 리조트에 이름을 올려놨다. 2010년 파산 직전의 리조트를 헐값에 인수해 12년만에 캘리포니아 최고의 관광시설로 탈바꿈시켜놓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미주 동포 사회에서도 아직은 생소한 리조트이지만 남가주 한인 사회에서는 제법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 너무 멀기에 고국에 알릴 필요는 없었죠. 이용객들의 99%가 미국 현지인과 유럽인, 외국인들입니다."
     
    파인스 리조트 대표 최규선씨. 뒤로 보이는 목조주택이 객실로 쓰이는 샬레다. 권민철 기자파인스 리조트 대표 최규선씨. 뒤로 보이는 목조주택이 객실로 쓰이는 샬레다. 권민철 기자
    최근 이곳을 찾은 기자에게 최 대표가 말했다. 미국내 사업장이므로 어울리지는 않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따라서 총지배인으로 있는 아들을 뺀 200명에 이르는 종업원들도 모두 현지인들이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직원들이 만족하는 직장이어야 그 직원들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리조트는 다양한 인센티브와 주에서 정한 최저시급보다 3~5달러 많은 급여로 직원들을 특별대우하고 있다.
     
    최 대표를 조용히 내조중인 부인 최선화씨 마저도 직원들을 위한 자잘한 인센티브를 외우고 있을 정도다.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메이드들, 전화로 응접하는 직원들까지도 세세하게 챙긴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리조트 종업원들 평균 근속기간이 5~10년 이상으로 서비스업종 치고는 상당히 긴 편이다.
     
    특히 한국계 CEO(최고경영자)를 둔 때문인지 직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인상적이었다. 직원들은 최 대표를 '큐'라고 불렀다. 한국 이름을 고집해 온 최 대표의 이름 '규선'의 첫자로 부르는 것이다.
     
    리조트 본부동에서 만난 인사담당 디렉터 코니(Connie)는 "큐와 마크(최 대표의 아들)는 한국을 아직도 '우리나라(my country)'라고 부른다"며 "한국에 대해 너무 많이 들었고, 그래서 아주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한국말로 이야기할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이곳에 취업하기 전까지는 '노스 코리아'(북한)만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면 집중해서 듣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잘 할 것 같냐"는 것이다. 요세미티 산골에서 '한국의 대통령' 질문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호텔 프론트 데스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앨리슨(30)도 훗날 한국 여행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29개국을 여행했지만 한국은 아직 가보질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그들(최 대표 부자)이 매년 두 차례씩 직원들을 위해 감사 파티를 열어준다"며 "그 때 마다 자신들을 코리안이라고 소개해서 그들이 한국출신임을 모르는 종업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인스 리조트 최규선 대표의 부인 선화씨가 리조트 직원 킴벌리와 이야기중이다. 킴벌리는 7년째 근속중이라고 했다. 장기 근속중인 이유를 묻자 주저 없이 최 대표 부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권민철 기자 파인스 리조트 최규선 대표의 부인 선화씨가 리조트 직원 킴벌리와 이야기중이다. 킴벌리는 7년째 근속중이라고 했다. 장기 근속중인 이유를 묻자 주저 없이 최 대표 부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권민철 기자 
    최 대표와 그 가족들이 한국을 미국에 알리는 그야말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셈이다. 직원들의 이야기처럼 최 대표의 고국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지난 24일에도 최 대표의 리조트에서 한인 동포들의 워크숍이 열렸다. 

    미국 지역 사회와 중앙 정치무대에 한국을 알리는 이른바 공공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이사진과 지역대표 등 40여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미국 이민자로서 양국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등에 필요한 저마다의 의견과 고민, 경험을 나누며 친목을 다졌다.
     
    25일 저녁 환송 만찬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마이크를 잡은 대학생 윤 아이린(UC버클리 정치학과 4학년)은 "제가 자라온 LA의 한국인 커뮤니티보다 훨씬 활발하게 유권자 운동 같은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애틀란타 등 다른 지역의 여성 선배들의 놀라운 활동상을 듣고 영감을 받았다"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심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얼굴에도 감동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요세미티 리조트를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왜 산속으로 기어들어가느냐고 만류했었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 저의 유일한 장점인 노력과 성실로 보잘 것 없지만 이 정도라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력하나마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만찬이 무르익어갈 무렵 누군가의 입에서 구성진 가락이 나왔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서빙하던 미국인 종업원들 빼고는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풍경이 순간적으로 서울의 어느 식당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문세, 양희은 등의 노래가 이어지더니 마침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흘러 나오며 만찬장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별들이 수놓은 요세미티 밤하늘에 울려 퍼진 한국 노래들이 신기한 듯 젊은 백인 남성 종업원도 넋 잃은 표정으로 만찬장에 몰입했다. 노래 메들리가 끝나자 종업원의 입가에도 미소가 만연했다.
     
    파인스 리조트 총메니저 마크 최. 권민철 기자파인스 리조트 총메니저 마크 최. 권민철 기자
    파인스 리조트의 미래는 어떨까?
     
    선화씨는 최근 리조트 북쪽 임야 10에이커(1만 2천평)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했다. 용도를 묻는 질문에 아들 마크 역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싶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마크는 "리조트와는 다른 고급 캠핑 시설을 조성해 배스 레이크를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계획"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에게 사업가로서 롤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버지 외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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