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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수사한 미국 경관 "수사권은 남용할 때 권력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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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윤창중 수사한 미국 경관 "수사권은 남용할 때 권력돼"

    편집자 주

    미국에 사는 한인동포들도 고국의 검찰개혁에 관심이 많다. 특히 법조계와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검찰개혁의 본질을 객관적 입장에서 간파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긴급 청취했다.

    [인터뷰]재미한인 경찰간부 검수완박 논란에 촌철살인

    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 조셉 오 부 보안관. 업무와 무관한 인터뷰라 사복을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권민철 기자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 조셉 오 부 보안관. 업무와 무관한 인터뷰라 사복을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권민철 기자미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동포들이 경찰관으로 활동중이다. 동부와 서부지역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경찰관들로 이뤄진 미주한인경찰협회라는 모임도 있다. 이 단체의 회장은 조셉 오. 경력 35년의 베테랑 수사관이다.
     
    2013년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수사팀장으로 있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윤창중씨의 미국대사관 여성 인턴 성추행 사건 수사를 이끌기도 했다. DC경찰관으로 퇴직한 뒤 현재는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의 부(副) 보안관으로 재직중이다. 보안관이라는 직책은 지역에 따라 경찰서장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따라서 한국으로 치면 그는 부 경찰서장인 셈이다.
     

    수사의 시작은 체포…검사는 흉장 못 가져

     
    미국의 사법시스템이 연방정부, 주정부별로 다르고 대심원제도라는 독특한 제도도 있어서 미국의 사법제도를 한국과 잘못 비교, 해석, 이해하는 일이 국내에서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그에게 반복되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졌다. 미국의 검사도 수사를 하느냐고.
     
    "수사의 시작은 체포예요. 미국에서 검사한테는 체포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요. 검사가 체포하는 것은 불법이에요. 체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수사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검사들한테는 흉장을 주지 않아요. 영화에서 범죄현장에 임할 때 경찰관들이 흉장을 먼저 보여주잖아요. 폼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예요. 이거는 '내가 너를 체포하고 수사 할 수 있는 권한을 합법적으로 부여받았다'고 알려주기 위해서죠. 검사는 경찰의 수사 결과물이 있어야 일을 하는 사람들이예요. 만약에 경찰이 파업을 하잖아요? 그러면 검사는 (일을 못해) 파업을 당하게 되는 거예요."
     
    14살 때 이민 간 때문에 영어와 어눌한 우리말이 뒤섞인 어법이었지만 확신에 차 있는 화법이었다. 다음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는 대배심(grand jury) 사건에서 검사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국내에서는 이 대배심 사건 때문에라도 검사가 수사의 주체로 알려져 있다.
     
    "경찰이 책임지기 싫어 만지기 싫어하는 사건이 대배심 사건으로 가요. 예를들어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 받잖아요? 연방 검찰총장(법무장관)에게 수사를 지시해요. 그게 검사에게 가서 대배심 사건이 되는 거예요. 이 때도 검사가 직접 증거를 모으지 않아요. FBI, EDA(마약수사국) 등이 수사해서 모은 증거를 대배심원단에 인계하는 거죠. 이 때 검사는 메니저(manager) 역할을 해요. 수사기관들이 가져온 결과물을 파인튜닝(fine tuning, 정밀분류)하는 거죠. 그게 검사의 잡(job, 일)이예요."
     

    수사는 두려운 일…미국서는 권력으로 안 봐

     
    그는 수사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면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를 원칙대로 해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보람된 일이지만 수사권한은 미국에서는 권력이 아니라고 했다.
     
    "미국에서 수사가 권력이라고 하면 웃어요. 나쁜 짓 하면 수사 받는 거고, 누구나 수사당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게 뭐가 권력이냐는 말이예요. 그냥 하나의 직업일 뿐이예요. 수사라는 것이 남을 뒤집어엎어서 내가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쥐고 있는 수사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오 부 보안관은 따라서 한국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논의는 되게 이상하게 샛길로 빠져버린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범죄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지 논의해야하는데, 권한 이야기만 하잖아요. (밥그릇 싸움의) 함정에 빠진 거 같아요."
     

    수사권은 남용할 때 권력이 되는 것

     
    그는 고국의 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수사를 할 수 있는 '권위'가 왜 '권한'이 됐냐는 것이다.
     
    "수사는 남용할 때 권력으로 변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수사권한을 쓰는 것이 남용이죠. 한번 괜히 찔러보는 거죠. 너 탈세했지 그러면서요. 뒤집어엎지 않을 테니까 좀 내놔. 수사 안 할 테니까는 알아서 떡값을 내놔. 그러면 한번 봐줄게. 그게 남용이죠. 또 정치적으로도 수사로 압박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게 모두 직권남용이죠."
     
    문제는 직권남용하면 감옥에 가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권력으로 인정받는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수사권 박탈'이라는 뜻밖의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수사권한으로) 문제가 없어요. 대가가 뒤따르기 때문이죠. 수사권을 가지고 비리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거든요. 죗값을 치르는 거죠. 그래서 수사권을 남용을 하면 안 돼요. 미국에서는 수사권을 주되 언제든지 박탈할 수 있어요. 감옥으로 갈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면 더 조심해야 해요."
     

    경찰 수사권, 권력으로 변질 안 되려면?

     
    그는 수사, 기소의 기능 분리 이후 수사권이 집중될 경찰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에서 경찰관들 비리가 적어진 이유가 있어요. 처음부터 경찰들한테 혜택을 잘 주고 연금도 잘 주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있거든요. 이 모든 것(혜택)을 다 받지만 삽시간에게 없어질 수 있다고 해요. 불법을 저지르던지, 위장을 하던지, 불법행위를 도와주던지 하면 이런 걸 다 잃어버린다고. 그리고 여기는 감옥으로 보내 버려요. 한국은 불법행위를 알리면 배신자 소리를 듣나본데 미국은 알고 있는 불법행위를 이야기 안하면 같이 공범이 돼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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