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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데르센상 이수지 "왜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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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인터뷰]안데르센상 이수지 "왜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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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르센상? 기대 없이 보다가 깜짝 놀라
    창작자는 어린아이와 비슷…순수함 간직
    디지털시대, 그림책 경험한 아이는 다를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수지 (작가)

    여러분, 분위기 좀 바꿔보겠습니다. 지난 21일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어요. 한국인 최초, 아시아 작가로는 38년 만에 우리나라의 이수지 작가가 한스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는 겁니다. 이 상은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왠지 이 분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정화될 것 같지 않으세요? 그래서 저희가 어렵게 초대했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이수지 작가 만나보죠. 이수지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이수지> 네, 안녕하세요. 그림책 작가 이수지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이수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수상소식 딱 듣고는 어떠셨어요?

    ◆ 이수지> 저는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었어서 라이브를 보고 있다가 제 이름이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작업 모습을 담은 영상 갈무리 (출처-비룡소)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작업 모습을 담은 영상 갈무리 (출처-비룡소)
    ◇ 김현정> 아니, 그 정도로 예상을 못 하셨어요?

    ◆ 이수지> 네, 거기 같이 최종후보로 올라오신 분들이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셔서 그냥 '누가 되나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더 기분 좋으셨겠는데요. 그래서.

    ◆ 이수지> 네. 기분이 좋았죠.

    ◇ 김현정> 저희 제작진한테 동화책 작가 대신 그림책 작가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셨다고 해서 저는 왜 이 작가님이 왜 그러셨을까 궁금했는데 이 작가님의 책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어요. 제가 지금 <여름이 온다>라는 책을 이렇게 들고 있습니다. 들고 있는데 전체 148페이지 중에 글이 써져 있는 건 네 페이지고 나머지는 다 그림이에요.

    ◆ 이수지> 네, 맞습니다. 그 책이 좀 유난히 그런 것 같기는 한데요. 제가, 저는 제 소개를 할 때 그림책 작가라고 소개를 하는 편이고요. 동화와 그림책을 좀 구분해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동화는 이를테면 동화 그림책은 둘 다 어린이를 향한 것은 맞지만 그리고 어린이부터 보는 책인 것은 맞지만 그 동화는 그림이 없어도 성립하는 이야기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삽화가 되는 거겠죠. 그리고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동등한 역할을 나눠 갖고 있고 또 어떨 때는 그림이 중요하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거의 글 없는 그림책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제목밖에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 김현정> 지금 사실은 이 책들이 품절 사태가 벌어져서 서점에서도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어렵게 파본 하나를 구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들고 있어요. 아주 귀한 책인데 글을 잠깐 좀 읽어보겠습니다.

    ◆ 이수지> 네.

    ◇ 김현정> "해는 이글이글 뜨겁다 나무도 시들, 우리도 시들시들하다. 그때 뻐꾹뻐꾹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훅 바람이 세게 불었다. 폭풍이 오려다 보다.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우르릉 댄다. 깜짝 놀란 파리들이 시끄럽게 붕붕댄다. 아, 무섭다.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은 쿵쿵쿵." 쭉 이렇게 가다가 마지막 한 장에는 "여름이 왔다". 이렇게. 아니, 이 작가님, 그러니까 이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기 스토리를 집어넣는 거예요? 어떤 의도일까요?

    ◆ 이수지>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 지금 읽어주신 부분도 원래 그, 이게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 여름 편을 모티브로 한 책인데요. 그 원래 비발디의 <사계>의 매 계절마다 첫 악장에 시가 실려 있거든요. 그 시를 지금 어린이의 일기처럼 그 말들을 바꿔서 넣은 거고요. 그러니까 어떤 장을 1악장을 시작할 때, 2악장을 시작할 때 그런 분위기를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은 글이고 그다음에 사실 글이 정말 하나도 없고 '여름이 왔다' 그러고 끝나잖아요.

    ◇ 김현정> 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 이수지> 그 안에서 사실은 모든 이야기가 몰아치는 건데 오로지 그거는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폭풍이 치고 아이들이 놀고 하는 그 서사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거죠.

    ◇ 김현정> '얘들아 그림 보면서 그 이야기는 너희들이 머릿속으로 만들어내면 돼. 상상을 마음껏 하렴' 이런 거군요.

    ◆ 이수지> 그렇죠. 그러니까 글이 있으면 사실 글이 주는 또 서사와 그 즐거움이 있지만 또 글이 없을 때는 읽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 마음 속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수지> 그렇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어떻게 동화 그림책 작가가 되셨어요? 이 작가님.

    ◆ 이수지> 저는 그냥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였고요. 제 책 중에 <나의 명원화실>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게 저 어렸을 때 얘기인데요. 본인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꼬마였다가 나중에 계속 그려서 그림을 잘 그린다고 그러니까 진짜인 줄 알고 믿고 나중에 미술대학을 가게 돼요.

    ◇ 김현정> (미술을) 전공하셨어요.

    ◆ 이수지> 네, 그래서 미술대학에 갔는데 순수미술을 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때까지도 제가 그림책 작가가 된다거나 이렇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고요.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그때쯤에 막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정말 좋은 그림책들이 소개되기 시작했었고 또 우리나라 창작그림책 작가들이 정말 막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기의 장르를 구축해 갔던 격동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세대를 받으면서 또 동시에 미대에서 아티스트북이라는 어떤 새로운 장르를 알게 돼서 그러면 책이라는 것과 그림은 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뭘까라고 공부를 하고 하다 보니까 이 멋진 세계에 와 있더라고요.

    ◇ 김현정> 멋지죠.

    ◆ 이수지> 네, 너무 멋집니다.

    ◇ 김현정> 너무 멋지죠. 그런데 이수지 작가님도 나이가 있으시고 어른의 삶을 현실에서는 사시잖아요.

    ◆ 이수지>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그 아이들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어떻게 영감을 얻어가면서 작품활동을 하십니까?

    ◆ 이수지> 저도 궁금한데요. 그런데 항상 드는 생각은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린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모든 것이 다 궁금하고 또 궁금하면 가서 만져봐야 되고 해 봐야 되고 열어봐야 되고 하는 그런 마음으로 자꾸 뭔가를 하다 보면 나중에 제가 어린이인지 어른인지 그런 생각은 딱히 안 하는 것 같고요.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48)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48)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 김현정> 그럴 수 있네요. 사실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못 읽어요. 예전만큼. 예전에 저 막 어린이 전집, 이런 거 사다놓고 동화책, 그림책 막 보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문제집 하나라도 더 풀어야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런 그림책, 동화책 볼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보면서 조금 안타까운 점 혹은 부모님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수지> 네, 그렇죠. 그런데 그거는 어떤 시대의 추세이기도 하고 또 동시에 또 영상매체도 지금은 더 득세를 하기 때문에 사실 그림책이 살 곳이 점점 사라진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이 세계가 즐거운 세계고 좋은 세계다라는 것을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세계로 자꾸 들어오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또 다른 것보다 그림책은 그야말로 물건이잖아요. 그러니까 디지털 매체라든가 다른 것들은 하여튼 계속 뭔가 어디로 들어가서 찾아야 되고 그 한계가 없는 세상이라서 좋은 만큼 내것이 아닌 것들도 너무 많고 그런데 사실 저는 그림책이 이렇게 많이 그냥 발에 치이는 물건이라서 되게 좋아하거든요.

    ◇ 김현정> 손에 잡을 수 있는 이런 실체가 있는 물건이어서.

    ◆ 이수지> 그렇죠. 그래서 그 물건들이 되게 널브러져 있고 그냥 그런 환경에서 손이 닿아서 잡았는데 '이 책이 괜찮네' 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한다면, 여러 번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기보다는 정말 내 마음속에 들어온 뭔가 강력한 어떤 기억이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저는 그 어린이는 다시 책으로 돌아올 거고 그다음에 나중에 멋진 어른으로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은 작가들은 그리고 이 그림책 동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가능성을 보고 좋은 곳을 아름다운 곳을 만들어 가려고 애쓴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너무 좋은 말씀이에요. 한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한 아이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 이수지> 네.

    ◇ 김현정> 정말 귀한 말씀입니다. 이수지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활동 많이 해 주시고요.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 이수지>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이수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죠. 안데르센 상.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상했습니다. 이수지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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