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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추모공간이 혐오시설?…주민 반발에 공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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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 추모공간이 혐오시설?…주민 반발에 공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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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제주4.3 당시 정방폭포 등지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데요. 70여 년 만인 올해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조형물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주민·상인 반발로 중단된 정방폭포 4·3 추모공간 공사. 고상현 기자주민·상인 반발로 중단된 정방폭포 4·3 추모공간 공사. 고상현 기자'4.3 위령비 설치 결사반대'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자구리공원 내 25㎡ 부지에 진행되는 '정방폭포 4.3유적지 정비사업' 공사현장 주변에는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 7개가 내걸려 있다. 현수막들은 공사장 맞은편 아파트 주민과 상인들이 내건 것이다.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현장에는 공사 자재들만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정방폭포 형상화한 위령조형물 설치키로 했지만…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2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해당 부지에 4.3유적지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4.3 당시 인근 정방폭포와 소낭머리 등지에서 200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데도 70년 넘도록 안내판이나 추모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희생자 유가족의 숙원 사업이었다.
     
    제주도는 최근 2년간 부지 선정을 위해 서귀포시와 마을 주민자치위원장 등과 협의한 끝에 제주도 소유인 이곳을 추모 공간 부지로 정했다. 이곳에 정방폭포를 형상화한 위령조형물과 연결로를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위령조형물은 '어두웠던 과거의 문을 열어 진실과 화해의 빛을 맞이해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위령조형물 설계 디자인. 제주도청 4.3지원과 제공위령조형물 설계 디자인. 제주도청 4.3지원과 제공이달까지 공사를 끝내기로 했지만 인근 주민과 상인의 극심한 반발에 지난달 17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까지 기존 데크 철거 등의 공사만 진행됐다. 본격적인 위령조형물 설치 공사를 앞두고 멈춰 선 것이다. 공사 부지 주변으로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시점은 이때부터다.
     

    주민들 "4.3영령 집 앞에 모셔오는 꼴…혐오시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4.3 추모 공간을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사 부지 앞 왕복 4차로를 두고 30m가량 떨어진 맞은편 아파트 주민과 상인의 반대가 극심하다. 추모 공간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안 올까' 하는 걱정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들이 아침에 운동하려고 즐겨 찾는 소공원이다.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 200여 명의 희생자 영령을 모셔오는 꼴이다. 바로 집 앞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오르겠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4.3 위령조형물이 들어설 자구리공원. 고상현 기자4.3 위령조형물이 들어설 자구리공원. 고상현 기자음식점 50곳이 들어선 인근 '칠십리 음식특화거리' 상인들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추모 공간 공사에 앞서 제주도에서 한 번도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설명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칠십리상가연합회 고창범(58) 회장은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게 문을 열고 비석 같은 게 보이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관광객들이 안 찾아올까 봐서 걱정스럽다. 무엇보다도 담당 공무원들이 주민 토론회나 설명회도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광객 "아픈 역사 기억하는 건데 왜 혐오시설?"

    외부 시각은 대체로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날 공사 부지에 내걸린 반대 현수막을 한참 바라보던 정광열(60)씨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서귀포시에 산다는 정씨는 "4.3은 전 도민에 해당하는 일이다. 마을마다 희생자가 있는 곳은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4.3의 아픔이 있었구나' 하고 위로하고 추모하는 건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에서 여행 왔다는 심대식(58)씨 역시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위령탑을 건립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4.3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게 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4.3 위령조형물 공사 부지에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고상현 기자4.3 위령조형물 공사 부지에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고상현 기자사단법인 제주 다크투어 양성주 대표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제주도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단순하게 관광지만 찾는 게 아니라, 역사 현장을 찾아서 둘러보고 교훈을 삼는 다크투어를 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에게 정방폭포 추모 공간 역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사전에 설명드리진 못해…주민 설득 노력"

    4.3 추모 공간 건립을 두고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사업 추진을 맡은 제주도청 4.3지원과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4.3지원과 관계자는 "인근 주민과 상인들에게 사전에 설명드리지 못 한 부분은 사실이다. 다만 예전처럼 비석 형태의 위령탑을 세우는 게 아니다. 예술가도 참여해서 추모 조형물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주민들을 자주 찾아봬서 건립 취지를 자세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상인 반발로 중단된 4.3 위령조형물 공사. 고상현 기자주민·상인 반발로 중단된 4.3 위령조형물 공사.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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