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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임신부 '구급차 출산' 배경엔…"병실은 있는데 간호사가 없다"



보건/의료

    확진 임신부 '구급차 출산' 배경엔…"병실은 있는데 간호사가 없다"

    코로나19 분만병상 운영 중인 린여성병원 신봉식 분만병원협회장
    경기 성남→경남 진주 300여km 이송사례…"간호사 없어 못 받아"
    "산부인과 기피·인력 부족 실태 드러나…관련 수가·처우 개선 필요"
    "신생아, 일반 중환자보다 품 배로 들어…방호복 입고 6시간 근무"
    "음압병상 없는 병원, 非확진 산모 항의 등 응급상황대응 쉽지 않아"

    코로나19 추가 병상 설치. 연합뉴스코로나19 추가 병상 설치. 연합뉴스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만 안팎을 기록하는 가운데 '관리 사각지대'로 부각된 취약층이 있다. 출산을 앞둔 '임신부 확진자'다. 이들은 연령상으로는 예방접종 대상에 해당되나 태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대다수가 접종을 받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같은 나이대 비(非)임신 여성들보다 중증 위험이 6배나 더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확진규모가 커지면서 '코로나 임신부'들도 늘고 있지만, 이들의 분만을 위한 음압병상과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병상을 찾지 못해 보건소나 구급차에서 출산을 하는 환자가 나오는가 하면, 지난달 27일엔 30대 임신부를 경기 성남에서 경남 진주로 300여 km를 이송한 사례까지 보고됐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분만용(用) 특수병상을 확충하는 한편 음압병상이 없는 일반 병원들에 대해서도 급박한 상황에서는 아기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길거리 출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현장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연합뉴스저출생과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맞물려 '이미 분만 인프라가 붕괴된 상황'이라고 말하는 대한분만병원협회 신봉식 회장(동대문 린여성병원 대표원장)을 지난 3일 유선으로 인터뷰했다. 린여성병원은 코로나에 걸린 임신부들이 입원하는 분만 병상을 운영 중이다.
     
    Q. 정부는 감염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음압 격리병상이 없는 병원이라 해도 임신부 분만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장에서 당장 적용이 가능한 부분인가.
    A: 사실 부득이한 경우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인데, 일반 환자들은 '이제 그렇게 다 되는 건가 보다'라고 인지하면서 혼선이 있었다. 병원장들이 받아들이는 취지와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자궁 문이 다 열려서 왔는데, 자가검사키트로는 양성이 나왔다면 PCR(유전자 증폭) 결과까지 기다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때문에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인 경우에는 (PCR) 양성에 준해서 환자를 보자고 얘기가 됐다.
     
    분만 이후 그 공간은 물론 다 소독하겠지만, 그래도 일반 병원에 있다 보면 (다른 환자들에게) 옮을 가능성이 있다. 급한 경우에는 일단 아기를 받고 산모를 거점전담병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산모가 확진된 경우에도) 신생아는 대부분 음성으로 나오니까… . 오미크론 확산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이런 경우는 서로 양해하자는 뜻의 언급이 있었어야 했는데 일반인 관점에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Q. 지금까지 직접 보신 사례 중 '수직 감염'은 한 건도 없었나.
    A: 저희 병원은 절반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확진 산모가 낳은) 신생아가 양성인 경우는 한 명도 못 봤다. 아기를 낳자마자 산모와 바로 분리해 거의 못 보게 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누적 분만사례가) 이미 100건을 넘겼다. 그래서 아기들은 코로나19 감염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산모들에게 알리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고 시간이 지나 출산한 경우도 있었지만 아기는 음성이었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열이 나는 등 증상이 발현되고 나서 확진된 뒤 병원에 와서 수술을 했다.
     
    Q. 린병원에는 분만 병상이 총 몇 개가 있나.
    A: 36병상을 만들었는데 그 병상이 다 풀(full)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신생아 간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 얘긴 그만큼 우리나라의 분만 인프라가 무너졌다는 거다.
     
    Q. 지금도 코로나19 중환자 전담병상은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하는데, 임신부는 분만 병상이 없어서 보건소·구급차에서 아기를 낳는다고 하니 사람들이 쉽게 납득을 못 하는 느낌이다.
    A: 병상이 없는 게 아니다. 사람(의료진)이 없다.
     
    산부인과 쪽 인력의 문제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 회장은 "예를 들자면 지금 남양주 한양병원이 (분만 병상) 50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의사가 없어서 린병원에서 같이 커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병원에 있는 선생님 12명 중 6명이 남양주 한양병원의 의사 한 분과 같이 환자를 보고 있다"며 "총 7명의 산부인과의가 두 병원을 본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Q. 수도권에서 상급종합병원을 빼고 임신부 확진자의 분만을 담당하는 거점특화병원은 두 곳인가.
    A: 대학병원 등을 제외하면 병상 수가 많은 의료기관은 저희랑 남양주 한양병원이다. 다른 곳은 병상이 2개, 3개 정도씩밖에 없다. 산부인과 인프라가 붕괴되다 보니 의사 수도 모자라지만 분만실과 병동·수술반·신생아실 등 관련 간호사가 너무 없다.
     
    산부인과 의사도 저희가 전국적으로 모집했지만, 자기 병원 일 하기 바쁘니 오지를 못 한다. 저희 병원은 (그나마) 산부인과 선생님이 여러 분 계시니까 제가 원장님들을 설득해서 병원 2곳을 다 하는 거다. 간호사는 월급 자체가 다른 데랑 거의 비슷하니 굳이 이렇게 힘들게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다못해 조산사도 모집했지만 사람이 모이질 않는다. 정말 심각하다.
     
    Q. 환자가 몰리다 보니 일도 많을 수밖에 없겠다. 
    A: 지난달 말 양수가 터져 출혈이 있었던 환자가 일례다. (경기 성남에서) 경상대병원까지 헬기를 타고 가서 아이를 낳았잖나. 그날 저희 병원에도 먼저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그 환자 전에도 (임신부 확진자)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수술하고 나니 신생아실 아기가 26명이었다. 3교대 중인 간호사가 2명이었는데, 그 환자까지 받게 되면 아기를 27명째 봐야 하는 거다.
     
    2명이서 (아기) 27명을 어떻게 보겠나. 못 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러면 사고 날 것 같다'고 해서 저희 병원에서 못 받았다. 병상은 충분했지만, 신생아실 간호사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거다.
     
    연합뉴스연합뉴스Q. 분만 병상도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지 않나. 
    A: 그렇다. 예를 들어 전남 같은 경우는 (분만 특수병상이 있는 병원이) 한 군데도 없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면 산부인과 기피현상이 너무 심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돈이 모이는 데 사람들이 몰리게 돼있지 않나.
     
    Q. 저출생 등 구조적인 문제도 깔려있다 보니 인프라 자체를 근본적으로 확충하려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겠다. 
    A: 맞다. 항상 주장해온 부분인데,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월급을 정말로 올려줘야 한다. (보통) 코로나 격리병동에서는 간호사들에게 2시간 30분마다 휴식시간을 주게 돼있다.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호흡기 중환자들은 때마다 (혈압·맥박 등)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재고 약을 주면 되지만, 산부인과는 (분만)수술 후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쉴 수가 없다 보니 어떤 때는 방호복 차림으로 5~6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일하는 거다.
     
    Q. 신생아는 아무래도 손이 더 많이 가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을 것 같은데.  
    A: 아기들이 전부 일률적으로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서로 다 다르다. 간호사들도 실제로 일을 해보니 너무 힘든 거다. 추가로 계약을 안 하려고 한다. 다른 곳은 두 시간 반씩 일하면 쉬는데, 여긴 못 쉰다고… . 정부에도 '일을 더 하는데 (급여를) 똑같이 받으면 안 되지 않냐'고, 보상 관련 얘기를 했다. 저희 병원 같은 경우 신생아실 간호사는 수당을 더 준다.
     
    신생아실이나 병동·수술 간호사들은 나라에서 획기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력은 지금보다 '곱하기 2'를 해야 한다.

    Q. 앞서 정부는 일반 병원에서 확진자의 출산을 도울 경우, 신생아 관리와 보상 방안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논의가 얼마나 진척됐나.
    A: 일선 병원들과 의견 조율 중인데 사실 규모가 있는 병원은 정부안(案)이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은 병원들이 훨씬 많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수가 인상 등을 약속하긴 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
     
    Q. 그럼 확진자의 출산 이후엔 신생아도 거점전담병원으로 같이 이송되나.
    A: 원래는 같이 옮기면 좋은데 얘기했듯이 신생아를 볼 간호사가 모자라다. 애가 오게 되면 쉽게 말해 산모 한 명을 더 못 받는단 소리가 (병원에서) 나오는 거다. 엄마 한 명당 아기 한 명인 셈이니까. (분만 후) 거점병원으로 산모를 옮기자고 한 것도 다른 산모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서다. 확진 산모를 받은 게 문제가 되면 병원에서 뒷감당을 못하니까… .
     
    정부가 보상을 해준다 해도 그보다 '나 퇴원하겠다'고 나가는 환자, '돈 물어내라'는 환자가 나오면 그 피해가 더 크니까 생각보다 협조가 잘 안 되는 거다.
     
    Q. 병원이 안심하고 임신부 확진자를 받으려면 보다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A: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에서 분만비를 한 4배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확진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병원에 안 오게 되면 그 손해가 더 큰 거다. 저희 병원도 전담병원이 되면서 환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다.
     
    정부는 다른 과(科)와 형평성을 따지지 말고 산모와 아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직원들 처우를 개선할 수 있게끔 하려면 '페이'를 지금보다 50% 이상은 더 줘야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요구를 의사들 배 불리는 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코로나 확진 산모 출산. 창원경상대병원 제공코로나 확진 산모 출산. 창원경상대병원 제공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분만 음압병상은 총 100개 중 59개가 사용되고 있다. 지역별 확보현황을 보면, 수도권(강원 포함) 지역에 전체 절반을 넘는 57병상이 집중돼 있다. 이밖에 △충청권 7병상 △호남권(제주 포함) 10병상 △영남권 26병상 등이다.
     
    병상은 있음에도 코로나 임신부가 분만할 수 있는 자연분만실이나 제왕절개 수술실·신생아 격리실이 확보되지 못해 응급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류근혁 2차관은 지난 4일 장진혁 남양주 한양병원장과 수도권 코로나19 분만 특화 거점전담병원 점검에 나섰다. 분만 후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전원 조치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했다.
     
    류 2차관은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 분만을 앞둔 임산부들의 불안함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분만 병상이 부족한 호남권에도 분만 특화 거점전담병원의 운영을 준비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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