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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만능주의 팽배" 다시 도진 철새 지방정치인 백태



경인

    "당선 만능주의 팽배" 다시 도진 철새 지방정치인 백태

    전·현직 지방정치인 등 잇단 '국힘행'
    정부 비판론 편승해 선거 유·불리 판단
    지난 지방선거 땐 반대로 '야→여' 행렬
    선거철 당선 만능주의에 젖은 '철새들'
    "소신정치, 공약 뒷전…유권자들만 피해"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 사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한형 기자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 사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한형 기자4개월 뒤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 예정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지방정치인들이 잇따라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갈아타면서, 여·야 지지율에 따른 당선 유불리만을 따지는 '철새 정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지선 앞두고 지방정치인들 잇단 야당행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 출마 예정인 전·현직 지자체장이나 기초의원 등이 지난 연말·연초 이후 연달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허은녕 울산 울주군의원은 "현 정권·여당의 교만과 독재를 심판하겠다"며 민주당 울산당원들과 함께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수도권에서도 이달 10일 이연옥 서울 은평구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호남 출신 민주당 전·현직 당원들과 동반 탈당한 뒤 윤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사흘 뒤 민선 5·6기 민주당 소속 의왕시장이었던 김성제 전 시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의왕민주회복시민모임' 이름으로 윤 후보를 지지하는 피켓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국민의힘에 합류한 김 전 시장은 징검다리 3선을 노리고 있다.
     
    한은경 전 오산시의원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전 의원 제공한은경 전 오산시의원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전 의원 제공지난 8일에는 경기 오산시의회 민주당 비례대표였던 한은경 전 시의원이 탈당 직후 국민의힘 대선을 위해 당을 옮긴다는 입장을 공언하며 당적을 바꿨다. 한 전 의원은 거듭된 해당행위 등으로 제명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탈당으로 민주당 비례대표 시의원직을 잃은 그는 "지방선거 출마 여부는 대선 후에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초 충남 서산시의회에서는 민주당 출신의 이연희 의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의원을 벼르는 이 의장은 지난 2020년 7월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당내 경선에 불복하고 의장에 당선돼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이후 무소속으로 의회를 이끌어오다 선거를 앞두고 돌연 야당행 열차에 오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다소 앞서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줄곧 우위를 점하던 정권교체론은 최근 각 기관별 여론조사에서 50% 초·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권심판론이 윤 후보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대선 직후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어느 정도 야권에 유리한 국면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 만을 계산해 당을 옮겨 다니는 행동은 기존 정치 활동의 진정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민주당의 지속적인 지원과 당원들의 헌신을 배반한 것부터 사과하는 게 먼저"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정권의 무능함과 내로남불 행태를 심판하겠다는 민심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며 "국민의힘 중심으로 집권해야 된다는 정치적 방향성만 일치한다면 여당 출신 인사들을 마다할 이유 없이 문호를 열어둘 것"이라고 반겼다.

    지방선거 관련 일러스트. 연합뉴스지방선거 관련 일러스트. 연합뉴스 

    지난번엔 야→여 당적 변경…선거마다 '되풀이'

     
    이 같은 당적 변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곱지 않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면서 유권자의 신뢰를 잃는가 하면, 꾸준히 선거를 준비해온 기존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여당의 강세가 예상되면서 보수성향 후보들이 기호 1번을 달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민주당 삼척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은 김양호 삼척시장은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도의원 출신으로 2014년 무소속 삼척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었다.
     
    허기도 산청군수 역시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나와 민주당에 입당해 민주당 군수 후보로 뛰었다. 허 군수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위함"이라고 입당 이유를 설명했다.
     
    2010년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서초구청장에 당선된 진익철 전 구청장도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고교 동창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로 예비후보를 등록해 경선을 치렀다. 다만 이정근 후보에 밀려 공천을 받진 못했다.
     
    경기 화성시의회 최청환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적을 바꿔 잇따라 출마한 것을 두고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화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경기 화성시의회 최청환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적을 바꿔 잇따라 출마한 것을 두고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화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새누리당 출신의 최청환 화성시의원 또한 4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을 무시하나", "기회주의자"라며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중당은 논평을 내고 "곳곳에서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정치했던 인물들이 민주당에 들어가려고 기웃거리고 그중 많은 인물이 민주당에 입당했다"며 "민주당은 적폐철새의 도래지가 되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치 불신, 공약 뒷전…피해는 유권자 몫'"


    전문가들은 공천에 더 유리한 게 어느 쪽인지, 본선 경쟁력이 높은 정당이 어디인지만을 따지는 이른바 '당선 만능주의'가 정치 철새들의 전형적인 습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 조직력이 확대돼 당내 경선이 치열할 수 있는 데다 현직 프리미엄이 어느 때보다 강해 민주당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피해 전략적으로 당을 옮기는 철새 정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초·광역의원 선거는 후보의 면면보다는 여·야에 대한 민심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을 따져 당을 이적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방선거 직전 대선이 있다 보니 여·야 민심 향방을 의식한 철새 정치인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타고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정치인들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 기반을 잃고 재기를 노리는 국민의힘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철새 정치인들의 등장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유권자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소속 정당의 지원을 받아온 인물이 수시로 당적을 바꾸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정치문화가 만연해짐으로써, 정치 불신을 키우고 지역을 위한 공약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 "대선이 박빙인데도 정권과 여당에 대한 비판론 등 정치 풍향만 의식해 경거망동하는 꼴"이라며 "당선만을 목표로 지역민을 볼모로 잡는 이들에게는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정계에서 퇴출해야 될 대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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