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화
제주도는 이 지구상에 무수히 흩어져 있는 수 천 수 만 개의 섬 가운데 하나다.
동 아시아의 한 바다 가운데서도 동중국해를 치올라와 이어도해역을 껑충 한 달음에 건너 뛰어 막 서해가 시작되는 그 외따로 떨어진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아주 작은 섬, 세계지도에는 그저 점 하나로 표현될 뿐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유일무이한 섬이다.
그 어느 섬과도 같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섬의 특색과도 비교될 수 없는 제주도 그 자체다.
제주도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바다 경계를 가늠하는 대한해협이 제주해협에서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섬이 그렇듯, 세상의 모든 사물이 다 다르듯이, 제주도를 특징짓는 고유한 인상, 즉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만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이 있다.
제주도는 우선 해양성 기후 덕에 온화하면서도 변덕스러운 날씨,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계절적 특징에다 초여름에도 잔설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수만 가지 색깔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바다에 이르기까지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자연 경관, 제주사람들의 삶이 진득하니 벤 전통문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태고 적에 한라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면서 마그마를 분출해 섬이 생겨난 이래로 형성된 현무암으로 이뤄진 해안선이라고 본다.
지난 여름, 섬 경관이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에서 온 방문객조차도 제주 현무암 해안선을 보고는 행복한 감탄사를 연발하는 걸 본적이 있다.
자연 현상이 마치 선견지명이 뛰어난 설계사처럼 그렇게도 명쾌하면서도 단호하게 경이로운 현무암지대를 섬에 빙 에둘러 펼쳐놓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한 치 오차도 없이 경계지어놓고 있으니 누군들 감탄하지 않고 그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지금처럼 노란 유채꽃과 뽀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도, 짓푸른 녹음이 온통 덮어버리는 여름에도, 억새꽃이 바람에 물결쳐 은빛 파도를 일구는 가을에도, 그리고 모진 설한풍이 몰아치고 눈이 파묻어버리는 겨울에도 바다와 섬을 경계 짓는 현무암 해안선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그러나 매우 섬세하고도 절묘하게 어디 한 지점인들 끊긴데도 없이 온전한 곡선을 연출하면서 하나의 선을 완성하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한창 제주시 앞바다와 마른 내가 매립될 무렵, 우연히 사라봉 산책길에서 마주친 당시 제주도의 고위 공직자가 그러한 매립을 반대했던 나를 세워놓고 일방적으로 질책하듯 해안선을 가리키며 던진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저-기를 보세요. 시커먼 해안선이 들쭉날쭉한 게 얼마나 보기 싫습니까. 저기를 반듯하게 매립하면 깨끗하고 또 호용가치도 높고 얼마나 좋겠습니까.''''[BestNocut_R]
제주시를 품고 앉은 도심 속의 바다, 짙은 먹빛으로 단단히 여문 ''''먹돌''''이 썰물이면 드러나 질펀했던 탑동 그 바닷가, 해안선이 오늘에도 그대로 살아 있었다면 제주시 도심 속의 큰 명물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해안선 매립에 의하여 하루가 다르게 시나브로 그 원형을 잃어가는 제주도를 보면서 머지않아 지금과 같은 현무암 해안선이 아닌 시멘트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제주도가 지켜야 할 것 중에는 현무암으로 그어놓은 해안선도 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소망한다.
왜냐하면 그 해안선이 살아 있어야 진정한 제주도 모습이기 때문이다.
제주CBS CBS매거진(FM 제주시 93.3 서귀포시90.9 MHz 17:05~18:00 제작·진행 : 박혜진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