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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신임 합참 공보실장입니다" 인사하더니 갑자기 사라진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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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신임 합참 공보실장입니다" 인사하더니 갑자기 사라진 대령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적이 진지에서 기관총을 쏘는데 지휘관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 그걸 맨정신으로 할 수 있겠나? 그래서 '군인정신'의 반대말은 '제정신'이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기자가 군 관계자 중 한 명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 중 일부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특수한 직무를 맡은 만큼 극한 상황에 놓일 때가 많지만,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데 요즘은 그 속뜻이 좀 달라진 모양이다. 책임회피가 군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남태령으로 사라진 신임 합참 공보실장…군 선후배들 사이에선 냉소만

    연말연시 기자실에서 "신임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입니다"고 인사하며 명함을 돌리던 한 육군 대령이 갑자기 사라졌다. 합참에서 수도방위사령부 공보정훈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모 대령 얘기다.

    본래 수방사 공보정훈실장에는 3년간 합참 공보실장을 맡던 김모 대령이 1월 3일부로 부임하고, 이 대령은 그의 후임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새해 첫날부터 한 탈북민이 강원도 고성에서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다음 날, 문자 그대로 '내일이면 전출가는' 김 대령이 기자들에게 사건을 설명했다.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김 대령이 일단 공보실장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한술 더 떠 1월 5일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쏴 올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날카로운 질문이 합참으로 날아왔다.

    이 대령은 부담이 너무 큰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원인철 합참의장에게 보직 변경을 요청했다고 한다. 합참은 1월 10일 육군본부에 관련 공문을 보냈고 육군은 인사조치를 했다.

    공보장교를 귀찮게 하는 일이 직업인 기자로서 생각해 보면,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특히 합참 공보실장은 대북정보와 군사동향, 작전 등에 있어 공보 책임을 지고 있기에 업무 부담이 큰 자리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합동참모본부합동참모본부하지만 국가의 녹을 먹는 군인이 보직과 임무를 부여받았다면 최소한 실제로 몇 달 정도는 업무를 해 보고 변경을 신청해야 사리에 맞다.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 변경을 요청한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대령이 현 계급으로 진급을 해 군단 공보정훈참모를 맡기 직전, 그러니까 중령 시절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은 다름아닌 합참 공보실이다. 사실 합참 근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공보실장에 보임됐다 치더라도 이런 행보는 이해가 어려울 판이다. 그런데 어떤 책임과 업무가 기다리는지 뻔히 알 만한 인물이 업무에 직접적으로 투입되기도 전에 교전 현장을 이탈한 셈이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왕설래가 많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이 이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요구했고, 국방부도 감사를 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현 시점에서 기록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미 공보정훈병과뿐만 아니라 야전에 있는 선후배 장교들에게도 소문이 퍼졌다. 그를 잘 아는 선배 장교 중 한 사람은 후배들에게 "그런 자는 선배라고 부르지도 말라"며 격노했다고 한다.

    재판 중 군복 벗은 성폭행 혐의 정보요원들…육군은 왜 징계를 서둘렀나?

    2021년 6월 7일 오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앞에서 여성단체들이 정보사령부 성폭행 사건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2021년 6월 7일 오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앞에서 여성단체들이 정보사령부 성폭행 사건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2021년 6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국방부 검찰단은 북한 핵무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접촉하던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피감독자간음 등)로 기소된 전직 국군정보사령부 공작담당관 김모 상사와 공작팀장 성모 중령에게 징역 10년과 7년형을 각각 구형했다.

    사건은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의 형태를 띤다. 북한에서 성범죄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 피해자는 본인이 당한 일이 성범죄인 줄도 몰라 처음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신고했었다고 한다.

    부실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비판받아온 군 검찰과 군사법원이지만, 그래도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최대한 배려한 모양새였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들 모두를 여성으로 구성해 피해자가 보다 편안히 진술할 수 있게 하고, 일반적으로는 알기 힘든 군 정보부대 그 자체와 공작 관련 내용을 상세히 캐물었다.

    A씨와 그 오빠는 북한 핵무기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공작 내용은 물질적 도움과 심리적 조정·통제를 통해 그가 정보사 요원들에게 순응하게 하고, 오빠를 통해 핵무기 관련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는 일.

    A씨가 SNS 프로필 사진을 바꿔도 성 중령은 연락해 사적인 이야기를 묻고, 금전적으로 어려웠던 A씨에게 때로는 식사와 선물도 사 주며 관계를 쌓아 갔다. A씨도 이를 관심과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A씨를 다룬 정보사 보고서에는 "적절한 금전제공을 통한 물적 의존도 심화 시 조정·통제권 확보를 통한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언급이 있다.

    정보사 요원들에게 A씨는 이용할 가치가 있는 공작 대상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러는 와중 A씨 오빠는 북한 당국에 체포돼 지금까지도 안부를 모른다. 두 사람은 혈육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군 성범죄 사건은 지난해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법이 개정돼, 올해 7월부터 민간에서 수사하고 재판까지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좀 특이한 경우다. 사건 실체를 파악하려면 군 정보부대와 북한 등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지식이 필요하고, 정보사령부 특성상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문건을 다뤄야 해 오히려 군사법원이 적합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육군은 두 사람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을 결정해 군에서 쫓아냈다. 사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군에서도 징계를 해 군인연금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요즘 흔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1심 선고 뒤의 일이지 그 전에 징계를 하는 일은 드물다. 검찰이든 피고인이든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선고 뒤에도 징계를 할 시간은 있기 때문이다. 징계를 할 때 법적 구속력을 가진 법원 판결 내용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올해 1월 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피해자 변호인 전수미 변호사 등이 피고인들을 엄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형준 기자올해 1월 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피해자 변호인 전수미 변호사 등이 피고인들을 엄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형준 기자사건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넘겨졌고, 지난 18일 법원은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을 불러세워 "그루밍 성폭력은 원래 입증이 어렵다. 입증이 안 돼서 무죄가 나온 것이지 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며 일침을 놓긴 했다. 하지만 사건에 대북 정보공작이 다수 연관돼 있다는 앞뒤 정황과 성인지 감수성을 모두 고려해서 합리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결과를 가지고만 인사조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정이 석연찮다. 육군은 "당시 일부 징계 대상자의 징계시효(3년)가 경과될 우려가 있었고, 또 해당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임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마지막 피감독자간음 혐의는 2019년 1월이다. 즉, 피감독자간음 혐의와 관련된 징계시효는 2022년 1월까지 살아 있었다. 2021년 6월 7일에 구형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1심 판결을 기다렸다가 2021년 연말이나 2022년 1월에 징계를 해도 늦지 않은 사항이었다.

    육군 법무실은 "혐의사실은 2018년에 발생한 것도 있었고, (여러 혐의들이) 순차(적으)로 징계시효가 만료되어 가는 사안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이상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군 사법체계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꼭 꼼수를 쓰지 않더라도 공소시효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경우가 있듯, 징계시효가 지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를 확보할 방법은 있다"며 "육군과 정보사령부가 계속해서 언론의 관심을 받는 일이 부담스러워, 부대 차원에서 징계를 통해 사건을 민간으로 넘긴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기소된 뒤 보직해임돼 정보사령부를 떠나 다른 부대로 소속을 옮겼고, 그 부대에서 징계를 받아 해임됐다. 피고인이 군복을 벗게 되면 군사법원은 사건을 민간으로 이송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 부대는 바로 육군 인사사령부다.

    전출가고 내보내면 끝인가…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책임윤리를 따르는 사람은 인간의 평균적 결함을 고려하고, 자기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같은 책에 실린 해제에서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는 책임윤리에 대해 "사건의 전체 구조와 맥락에서 행위자가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하는 판단력과 사려 깊음을 뜻한다"고 서술한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누군가가 잘못을 했을 때, 기자는 그 사람이 조직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하는 일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만두는 일이 꼭 책임지는 일은 아니다. 조직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피고인을 내보내겠다는 꼼수를 짜내기 전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진단하고 해결책부터 생각했다면, 대군 신뢰도도 조금은 올라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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