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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새해에는 종전선언 가능할까



국방/외교

    [한반도 리뷰]새해에는 종전선언 가능할까

    핵심요약

    손오공 머리띠 같은 '만능의 보검' 대북제재…북미 신경전에 장기 교착
    北 '정면돌파' 선언했지만 내핍 지속…美, 도발 없는 한 현상유지 방점
    종전선언 문안 합의에도 산 넘어 산…베이징 올림픽, '제2의 평창' 난망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성의표시 필요…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있어 부담
    현실적 대안으로 스냅백 방식 거론…칼자루 쥔 미국은 이조차 미온적
    美 대북전략 '악마화'와 '무시전략' 반복…北 방치하는 동안 '핵 괴물' 변신
    세계사적 전환기에 관성적 해법 탈피해야…"사즉생의 결단해야 판세 변화"

    1년여 전 타계한 조선족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김경일)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손오공의 머리띠에 비유한 적 있다. 미국은 멀리서 대북제재라는 주문을 외우기만 해도 얼마든지 북한을 옥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들도 참여한 유엔 안보리 결의이기 때문에 빠져나갈 명분이 없다.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미국에게 대북제재는 '만능의 보검'인 셈이다.
     

    손오공 머리띠 같은 '만능의 보검' 대북제재…북미 신경전에 장기 교착

    지난 2019년 2월 28일 끝내 결렬됐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지난 2019년 2월 28일 끝내 결렬됐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3년 가까이 장기 공전하고 있다. 그 근본 요인을 따져보면 대북제재가 핵심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순진하게도 제재 완화 요구를 전면에 내걺으로써 급소를 드러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은 제재의 효능을 더 확신하게 됐고 손오공의 머리띠를 더욱 조였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북한과 '러브레터'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방점은 어디까지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에 찍혔다.
     
    전임자를 비판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제재라는 만능키는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제재는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다. 한국에는 남북협력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제재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립서비스나 다를 바 없는 이율배반이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강화된 미국의 '제재 효과론'을 거론하며 "북한은 미국의 정권이 바뀐다고 제재가 풀릴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北 '정면돌파' 선언했지만 내핍 지속…美, 도발 없는 한 현상유지 방점

    이에 맞선 북한의 전략은 '정면돌파'다. 하노이 노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019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됐다. 처음엔 실체가 모호했지만 기존 자력갱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하노이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했다. 상처 입은 북한은 이후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까지 내걸며 오히려 문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허세에 가깝다.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적당히 상황 관리만 하려 한다. 북한은 2017년 핵무력 완성 이후 핵 모라토리엄을 준수해왔다. 올해에도 전망은 다소 엇갈리지만 현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 눈치도 보긴 하겠지만 피폐한 내부 사정이 더 큰 문제다. 만약 북한이 대형 도발을 재개한다면 유엔의 추가 제재는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다.

    뉴스1 제공뉴스1 제공 
    이런 객관적 형세만 보면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북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갇힌 반면 미국은 손도 까딱하지 않고 북한의 숨통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결코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의 숱한 '북한 붕괴론'은 항상 그럴싸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을 특별히 믿어야 할 근거가 있을까? 그간의 매몰 비용이 아깝긴 하지만 멈출 때가 왔다. 북한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비핵화는 영영 물 건너 갈 수 있다.
     

    종전선언 문안 합의에도 산 넘어 산…베이징 올림픽, '제2의 평창' 난망

    이처럼 구조화된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꺼낸 마지막 카드가 종전선언이다. 한미 양국은 종전선언 문안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코로나19도 예측불허의 변수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제2의 평창'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듯 종전선언은 차기 정부로 이월될 수 있다. 만약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다면 아예 싹도 틔워보지 못하게 된다.
     지난 6월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 6월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집권해도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에 응하리란 보장은 없다. 만일 북한이 거부한다면 오히려 아니 한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다만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해 11월 사견을 전제로 "북한이 선결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적대시 철회'는 명목상의 조건일 뿐 미국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면 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성의표시 필요…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있어 부담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성의 표시 수준이다. 북한이 중국과도 국경을 걸어잠근 것을 볼 때 코로나 백신 같은 인도적 지원 정도에 북한이 반색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의료 인프라 여건상 백신 공급에는 현실적 제약도 있다. 결국 북한이 종전선언을 통해 진짜 얻고자 하는 것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재 완화로 귀착된다.
     
    박지원 원장은 지난해 12월에는 "북한이 (하노이회담) 당시 영변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분야 제재 해제, 즉 정제유 수입, 석탄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양보할 여유가 없고 북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하노이에서 최고 존엄이 굴욕적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스냅백 방식 거론…칼자루 쥔 미국은 이조차 미온적

    그렇다고 팽팽한 대치국면을 깰 방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거론돼온 스낵백(비핵화 불이행시 제재 복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상(JCPOA)에 적용했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이재명 후보도 주장하고 있다. 북미 양측이 한 치 양보 없이 장기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거의 유일해 보이는 절충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이란 핵합의 때와 또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일단 제재가 완화되면 복원이 쉽지 않다는 것. 언뜻 그럴 듯 해보이지만 설득력이 낮다. 비록 단계적으로 이뤄지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불가역적이다. 반면 미국은 언제든 쉽게 제재를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역적이다. 스냅백조차 북한으로선 불리한 방식이지만, 칼자루를 쥔 미국은 손톱만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
     

    美 대북전략 '악마화'와 '무시전략' 반복…北 방치하는 동안 '핵 괴물' 변신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전략은 '악마화'와 '전략적 무시(인내)'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을 규정해 클린턴 정부의 대북 데탕트를 무위로 돌렸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는 회고록에서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악마화 전략을 들며 북한을 왜 그리 혹독하게 대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북한을 전략적으로 무시하는 모순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했다가도 어떨 때는 상대할 가치 없는 변방의 소국 취급을 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 초 북한의 수교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고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이후 핵개발에 총력을 쏟았고 30년 후 이란을 능가하는 핵괴물이 됐지만 미국은 여전히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세계사적 전환기에 관성적 해법 탈피해야…"사즉생의 결단해야 판세 변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북미 싱가포르 선언 수용 의사 등을 밝히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상황과 미중 전략경쟁에 몰두하면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려났다. 여기에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바닥을 기면서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 자체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는 세계사적 전환기에서 우리 정부가 기존의 관성적 해법을 답습할 경우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는 한반도 상황의 결정적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진징이 교수는 생전에 언론 칼럼에서 "남북한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라는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나려면 함께 협력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이 사즉생의 결단력으로 남북관계의 매듭을 풀려 하면 판세는 금방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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