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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는 양성평등하였습니까?'



종교

    '2021년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는 양성평등하였습니까?'


    ■ 방송 : CBS광장(CBS 표준FM, 12월 5일(일) 오전 8시)
    ■ 출연 : 이화여대 외래교수 송진순 박사
    ■ 진행 : 고석표 교계뉴스부장

    ◆ 고석표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BS 광장 고석표입니다. 오늘부터 10일까지는 한국교회가 함께 지키는 여남평등주간입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교회가 앞장서서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주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물론, 성인지감수성과 젠더 문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에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기독교의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오는 CBS 광장에서는 이화여대 외래교수 송진순 박사를 모시고, 2021년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젠더 이슈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합니다.  

    송진순 박사님, 어서 오십시오.

    이화여대 외래교수 송진순 박사이화여대 외래교수 송진순 박사

    ◇ 송진순 박사 : 안녕하세요?
     
    ◆ 고석표 : 송진순 박사님은 저희 프로그램에 처음 나와 주셨는데요. 오늘 대담을 나누기 전에 먼저 CBS 광장 청취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송진순 박사 : 저는 이화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 ncck에서는 신학위원으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적이고 생태적 관점에서 성서와 교회 현상들을 해석하고 이를 대중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남평등주간을 아십니까?


    ◆ 고석표 : 앞에서 오늘부터 교회의 여남평등주간(12.5-11)이 시작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일반 교인들은 이런 주간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여남평등주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요? .

    송진순  여남평등주간을 이야기하기 전에 UN 세계인권선언일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하는데요, 1948년 12.10 유엔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게 되지요.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00년도인 제48차 총회에서 교회에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12.10(세계인권선언일)이 있는 주간을 "교회여남평등주간"으로 제정하게 됩니다. 해마다 ncck의 여성위원회에서는 그 해의 여성 인권에 대한 의제를 선정하여 자료집을 배포하거나 특별 예배를 드리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교회여남평등주간은 12.5일에서 11일까지인데요, 여러분도 ncck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올해의 예배문을 다운 받으실 수 있으세요.


    또한 세계교회협의회와 함께하는 캠페인도 있는데요, 여남평등주간이 있는 목요일은 검은 옷을 입고 젠더 폭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는 "검은 목요일(Thursdays in black)"로 지키게 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교회와 사회에서 왜곡된 성인식과 젠더 기반의 폭력이 근절되는데 나서야 한다는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는 거이지요.

    검은 목요일 캠페인검은 목요일 캠페인

    ◆ 고석표 : 여남평등주간이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은 결국 그동안 교회 내의 양성평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증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왜 이리도 오랫동안 양성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를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성서에 대한 왜곡된 해석도 한 요인이 될 것 같은데요..

    ◇ 송진순 박사 : 네, 오랜 가부장제도의 역사 안에서 성서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기록되었고, 교회의 권위구조도 남성목회자 중심으로 질서 지워졌습니다. 사실 기독교가 생겨난 처음 자리에서 예수님이 전한 복음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의 찬가에서도 나오고,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한 것처럼,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는 것인데요, 그것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눌린자에게 자유를 전하시는 자유와 해방 메시지입니다.
             
    당시 율법이 사람을 억압하고 로마제국과 종교 지도자들이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것을 보시고 예수는 인간 한사람 한사람을 살리는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을 온몸으로 살아내신 것이지요. 그런데 교회가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고 제도화, 권력화 되면서 성서와 기독교 전통은 놀라울 만큼 남성중심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성서에는 "여성에게 순종을 강요하고,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매우 불편한 본문들이 있습니다. 예베소서 5장 22절에는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심과 같이,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교회내 작동하는 질서, 다시 말해 그리스도-교회-성직자-남성-여성이라는 위계적 질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그렇지만 성서는 이와는 다르게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와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합니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는 그리스도와 연합하기 위해 세례를 받으라고 명시하면서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라는 고백하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급진적이고 매력적인 사상인 것이지요. 문제는 지금의 교회가 성서가 나온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본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한 복음의 핵심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적 불평등을 비롯하여 교회의 여러 폐단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고석표 : 그렇다면 2021년을 보내면서 한국교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높아졌는지, 아니면 오히려 감소했는지를 우선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난 달 18일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서 개신교인 800명, 목회자 200명 등 총 천 명을 대상으로 8월 30일부터 9월 9일 까지 11일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인데요…, 이 조사에 따르면 일단 한국교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그다지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 송진순 박사 : 네 그전에 먼저 저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을 다시 짚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가 많이 들어 익숙하고 잘 아는 것 같지만 "성인지 감수성"에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 감수성은 민감한 정도를 의미하지요, 그런의미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남성과 여성이 일상에서 어떻게 불편하고 무엇인지 불평등한지 알고 인지하는 능력이에요, 성별에 따라 차별이 일어나는 상황을 알고 차별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실천을 두루 포함하는 말이 바로  성인지 감수성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설문은 "개신교인이 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정도를 점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설문문항을 살펴보면 '가벼운 성적 농담이나 신체 접촉도 성희롱이다', '단톡방, 문자 메시지, SNS 등에 상대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성희롱일 수 있다' '가해자가 성희롱을 할 의도가 없었다 해도 피해자가 불쾌하면 성희롱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신교인 80%~90%이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성희롱은 피해를 당한 사람의 태도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항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거의 80%가까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개신교인의 "성인지 감수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몇 년전 미투운동과 함께 불거진 성폭력과 성불평등한 상황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기에 성인식이 개선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 항목에 동의하는 응답률이 여전히 여성에 비해 남성이 낮게 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직자 일수록, 다시 말해 교회에서 중직자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성별, 연령, 직분에 따라 여성에게 불편하고 불평등한 상황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은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제에만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역할, 지위, 기질에 있어서 각 사안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좀더 면밀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여성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범주에서 떠올려보면 쉽게 알수있지요. 성적 불평등은 굉장히 오래된 인식이기에 여성조차도 그 불평등이 내면화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개신교인 남성과 여성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모두의 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고석표 : 이 여론 조사 결과에 나타난 교회 내 여성의 지위나 양성평등과 관련된 내용을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교회 내에서 '여성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응답과 '남성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응답 중 어떤 것이 높았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 송진순 박사 : 이번 설문에 따르면 "개신교인들 75%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교회 내 성적 차별이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다른 질문으로 "여성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다"라는 것에서는 21%가 그렇다,라고 응답했고, "남성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다"는 5% 내외로 그렇다는 응답률이 나왔습니다. 응답안에 성비를 따지면, 교회에서 여성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다는 응답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고, 연령으로는 4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연령이 적거나 아예 높은 층에서 그리고 직분이 올라갈수록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회 내 의사결정과정이나 역할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반영되고 있고, 직분에서도 여성들이 중직을 맡게 되면서 가시적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30대 청년들은 성평등한 인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서로를 배려하기에 교회의 성평등에 대해 긍정의 답변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막상 40대 여성들의 시선에는, 전체는 아니어도, 교회에서 실제 직분이 수여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역할과 비중이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세대별로 각 시대를 살아온 사회를 보는 현실인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교회에서 남녀 구분 없이 봉사하고 일을 해도 양성 평등이 이뤄지는 것과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한 신앙이 높을수록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분명한 차이와 인식이 공고하다는 사실에서도 교회가 성평등인식과 태도 그리고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고석표 : 그리고 이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목회자가 금하거나 조심해야 할 사항 1위가 '부정직한 재정 사용'이나 '이념편향의 설교나 정치적 활동'이 아니라 '목사의 성범죄, 성적 스캔들'로 응답됐습니다. 이 조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어떤 것일까요?

    목회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사항은 '성범죄, 성적 스캔들'로 나와


    ◇ 송진순 박사 :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에 성윤리, 재정윤리를 비롯해 명예나 권력을 지향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하고 교회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로서의 품위와 도덕이 요구되는데요, 그중 많은 교인들이 목회자가 금기해야할 사항으로 성범죄, 성적 스캔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이 개방된 시대에 목회자들이 가시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문제가 되는 것이 성문제인데요, 피해자를 인격적으로 파괴하고, 또한 교회 전체 공동체를 와해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다. 성범죄가 불거지면 '남자가 그럴 수 있지'라며 피해자에게 그 원인을 돌리거나 교회 지도부나 교단차원에서 일정 기간 숙려하면 계속 목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폭력적인 남성들의 연대가 구조적으로 만연한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실 목회자의 성비리에 대해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공적으로 심의하고 재판하는 절차와 기관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목회자가 제대로된 성교육 프로그램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회·교단의 조직이 목회자를 비호하는 문화가 철저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목회자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교회의 신뢰 역시 깨지는 것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 고석표 : 지난 4월에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사회인식'이란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자료집의 한 항목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본 젠더 불평등과 혐오'인데요, 이 제목의 논문을 송 교수님이 쓰셨습니다. 이 조사내용을 보면 코로나19를 통해 여성들에게 가해진 불평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요, 코로나19 상황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어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면…
     


    ◇ 송진순 박사 :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서 우리 사회어디가 취약한지를 노출한 것이죠, 이 점에서 팬데믹 상황은 이 사회에서 여성노동, 여성의 경제활동이 가진 가치와 위치를 보여주는 시금석이었습니다. 경제활동에서 부차적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여성노동의 현실, 그리고 위기상황에서 여성노동은 폄하되고 가정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죠. 여성, 비정규직, 돌봄노동의 키워드에서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위기와 불안이 야기한 혐오와 배제의 문제까지, 코로나 정국에서 오래된 문제들이 가시화 되었다. 간략하게 두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첫째, 경제 상황에서의 젠더 불평등이고, 둘째는 여성의 돌봄 노동 강화로 인한 성적 불평등 강화입니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장에서의 감봉, 무급휴직, 실업에서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더 불리해졌다." 여성 노동의 불안정성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49%, 남성 응답자의 2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남성 60%, 여성 25%로 집계됐습니다.  장기간의 코로나의 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더욱 제한되거나 불안정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젠더 불평등은 노동 시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기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들이 거의 멈추게 되자 여성의 가사 및돌봄 노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소득 수준이 낮고 비정규직 여성일수록 어린이나 노약자에 대한 돌봄 부담은 가중되고, 경제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돌봄에 대해 국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잘 되어 있다 해도,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사랑과 희생을 전제하는 무급 노동 혹은 저급 노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돌봄 노동이 안에서 이뤄지는가 아니면 집 밖에서 이뤄지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돌봄이 남성과 여성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영유아 돌봄이 등 돌봄 노동 종사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한, 돌봄노동, 나아가 여성 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는 온당하게 이뤄지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아가 돌봄 노동은 여성 노동이라는 인식, 그리고 돌봄 노동은 전문 기술없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 그래서 정당한 대가가 이뤄지기에는 불편한 노동이라는 인식을을 더 인지하고 가시화해야합니다. 인간 모두 취약한 존재이고 누구의 돌봄을 받고 돌봄을 주는 존재입니다. 돌봄은 멈출 수 없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는 인식에 한발 더 다가가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성 노동 가중


    ◆ 고석표 :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공동체성이 강화된 반면 혐오는 커졌다는 내용도 들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신다면…

    ◇ 송진순 박사 : 코로나19의 감염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를 위해 감염경로를 추적하고 방역 및 안전 조치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국가의 역할 이상으로 이러한 조치에 협조하는 시민들의 의식과 역량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 점에서 코로나19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국가를 소환했고, 전시상황에 비견되는 재난은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었다"는 질문에 65.6%가 그렇다고 응답했는데요, 이러한 응답률은 연령이 높고(20대 50%대, 40대 이후 70%대), 직분이 높고 신앙정도가 깊을수록 높게 나타났습니다. 코로나라는 위기는 불안을 증폭시켰으나, 개신교인 상당수가방역과 안전조치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공동체성은 더욱 강화된 것이죠.

    그러나 공동체성이 강화, 안전에 대한 불안은 코로나 감염의 진원지인, 신천지, 해외입국자, 이태원 클럽에 대한 혐오를 강화시켰습니다. "코로나19 진원지가 된 집단들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서 '경계하거나 혐오했다'는 응답(71.6%)이 '혐오하지 않았다'는 응답(24.5%)에 비해 47.1%p의 차이가 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기에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 의식을 강화되었지만, 타인에 대한 신뢰는 하락하고, 감염 우려로 인한 혐오도는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신앙이 깊을수록,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할수록 타집단에 대한 혐오가 두드러진다는 것은 주목할 점입니다.

    특히 감염 방지라는 일종의 안전조치가 나 외의 집단에 대한 경계 설정을 강화하고 성소수자와 같은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증대시키는 조건이라는 점은 개신교회가 성찰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기독교 교리가 갖는 독단성과 배타성이 이 사회와 소외받는 누군가를 해하는 무기로 작동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 재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권에서도 불거진 젠더 논쟁


    ◆ 고석표 : 앞서 젠더 혐오가 커졌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된 말이 교제살인과 데이트 폭력이란 표현이었습니다…. 여성들이 교제하던 남성과 헤어질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안전의 문제라고 하지요?

    ◇ 송진순 박사 :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의 숫자가 .'열흘에 한 명.'이라고합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9,364건이었는데, 올해 2021년 7월까지 상반기에만 24,481건으로 신고되었다고 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데이트폭력이 증가하는데 현재로서는 지인이나 경찰, 법망도 폭력가운에 있는 여성을 도울 수 없는 구조입니다. 데이트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단일 법안도 없습니다.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폭력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됩니다. 가해자의 폭력적 행위는 사랑으로 포장되고,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무서운 것도 있지만, '때리는 거 하나만 빼면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여자가 맞을 짓을 했다거나 남성 개인의 성격이나 정신적 문제로 사소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나타납니다. 여성과 남성이 사랑하고 관계를 맺는 사이에서 생기는 파워의 문제입니다.

    가장 사적인 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권력관계가 일어나는데요, 연인을 감시하고 언어적, 정신적으로 억압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은, 상대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입니다. 남성이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존엄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마음대로 행할 수 있는 도구로 본다거나 자신의 성적욕망과 욕구에 반응하고 순응하는 물건으로서 대상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요구에 맞추지 못하고 기대를 저버리면 폭력을 행사하면서 여성을 쓰고 버리는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것이지요.


    ◆ 고석표 : 정치권 얘기를 좀 더 이어가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주요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젠더 이슈가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위시해서 진중권 작가,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가세하고 있는데요, 이 논란의 내용을 정리해주시죠.

    ◇ 송진순 박사 : 지난달 18일 3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아파트 19층에서 떨어뜨린 사건이었다. 20일에도 스토킹 당하던 한 여성이 신변보호 신청에도 결국 살해당했다. 지난달 무기징역이 선고된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동생과 어머니까지 3명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이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범죄의 이름은 '아파트 살인'이 아니라 '교제살인'이다. 본질을 흐리지 말아주시라"고 교제살인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고,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제살인'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배경에 대한 구조적 비판이자,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자는 호소였다.

    장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 때가 되니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유정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에 진중권 작가가 나서서 교제살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성비가 50:50이라면 모를까"라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냐, 아니면 안티 페미와 마초들의 지지가 필요해서 하는 소리냐"고 반박했습니다. 교제살인, 데이트목력의 원인에는 젠더라는 권력적 위계질서가 있는데 이준석 대표는 그것을 밀어버린 것이지요. 성폭력과 살해 위험에서 여성의 안전을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를 촉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말한 것인데 이준석 의원은 급진적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일부 남성들의 소리를 대변하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억지 주장을 편 것입니다. 반 페미니즘 정서를 기반으로 자신이 정치성을 확산하려는 청년 정치인의 개탄스러운 정치적 후퇴입니다.

    교단총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펴라!


    ◆ 고석표 : 다시 한국교회로 얘기를 돌려보죠… 올해 교단총회를 앞두고 기독교시민단체가 강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한국교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펴라는 것인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여성에게 동등 대표직을 허용하고 여성목사와 여성장로가 되는 문을 평등하게 열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것이긴 하지만 올해 이와 관련해 변화의 기미가 있는지요?

    ◇ 송진순 박사 : 올해 열린 예장통합, 합동, 고신, 기장, 침례교 등 5개 교단 정기총회에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세 단체는 참관했습니다. 총회 구성은 60대 이상 남성에 치우쳐 있는 교단의 의사결정구조에 변화를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9월 28일에 열린 예장통합 106회 총회 1500명 총대 중 여성은 34명(2.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장통합은 몇 년 전 '여성 총대 할당제'를 통해 노회당 여성 총대를 1명씩 파송하자고 했지만, 현재 예장통합 소속 노회는 69개로, 결의대로라면 여성 총대가 최소 69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총회 헌법위원회가 이를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해석하면서 할당제는 흐지부지됐지요. 양성평등위원회가 인권위원회로 넘어가고 여성이 직제를 맡지 못하는 상황은 모두 시대를 역행하고 여전히 남성들 그들만의 리그로 교단이 구성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애석한 일입니다.  

    ◆ 고석표 : 그나마 이번 교단 총회에서 양성평등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면.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여성인 김은경 목사를 최초의 여성 총회장으로 선출한 것인데요, 여성총회장 등장이 지닌 의미를 짚어 주신다면…

    ◇ 송진순 박사 : 고무적인 일입니다. 여성도 목사를 넘어 총회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장의 만장일치 결의로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늘 경계해야하는 일이기도합니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력과 위계질서를 재생산하고 공고하 하지 않기 위해, 모두의 평등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김은경 총회장은 총회기간에 의미있는 일을 추진했습니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기장 교단은 평신도에게 총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지요. 이밖에 교단 헌법의 '목사의 자격'에 명시된 "신체가 건강하고"라는 대목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게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헌의 안건을 올린 서울노회와 서울동노회는 또 다른 '목사의 자격'으로 명시된 "가정을 잘 다스리고"라는 문구까지 삭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합니다. 여성 총회장의 활약을 더욱 기대해봅니다.


         
    ◆ 고석표 : 2021년 젠더 이슈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응과 움직임입니다. 그런데 여러 조사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목회자와 교인들의 인식에도 차이가 꽤 있는 것 같은데요… 이 문제를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송진순 박사 :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개신교인 절반 이상 58%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동성애 혐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주류 교회의 목소리와 달리 개신교인중에는 동성애의 죄성에 대해 유보적 입장(18.7%)이나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22.7%)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합니다.  

    동성애,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극단적 혐오와 차별의 선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인들 가운데 우리 사회에 더 이상의 차별과 혐오는 안된다는 의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적극 행동하고 있고,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교회와 단체가 "차별과 혐오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를 출범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는 단순히 한 개인의 말과 행위가 아니라 한 사회가 규정하고 지향하는 권력과 이데올로기에서 작동됩니다. 소위 사회의 정상성에 벗어난 이들은 열등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침내 비인간으로 지워지지요. 이러한 태도는 사회내부에 불평등한 위계구조를 양산합니다. 이 점에서 차별과 혐오는 타인에 대한 명백한 폭력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상에서 보이지 않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의 구조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차별이 일상화되고 폭력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2000년전 율법에 근거하여 죄성을 타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예수의 정신 무엇인가 생각했으면 합니다.

    율법적 형식주의와 정치 권력이 사회의 경계와 구별을 통해 인간을 타자화하고 위계적 구조에서 억압할 때, 예수는 경계와 구별을 뛰어 넘어 비인간 존재에게 먼저 다가가 인간다움을 선포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는 정상성의 신화가 아니라 경계와 차별을 넘어선 곳에서 임합니다. "내가 존엄하듯, 너도 존엄하다. 내가 너와 다르듯이 너도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는 바로 이러한 단순한 인식과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 고석표 :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도 언어사용에 굉장히 조심해야 될 것 같은데, 교회 안에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 송진순 박사 : 사실 교회 남성중심적인 권력 구조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생활하는 어떤 태도나 의식 뿐만 아니라 이것을 표출해내는 언어를 통해서 나타나게 돼요. 그리고 이런 언어들이 의식 구조를 결정하고 다시 한번 내면화 되고 이런 순환적인 과정 안에서 일어나는 데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형제 사랑','하나님의 자녀들'이라고 했을 때는 우리 머릿속의 이미지에서는 남성 제자들 그 다음에 남성 자녀들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죠. 그래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축복 받고, 또 교회의 자녀로서 드러나게 되는데요. 직분을 얘기할 때도 그냥 목사님이 아니라 여성 목사님 혹은 여성 장로님…해서 중직을 맡은 여성에게는 특별히 여성이다 라고 하는 네이밍을 붙여주는 구별하는 방식들이 나타나고요.
     
    또 하나는 예배를 보면서 따로 있는 자모실을 엄마와 아이의 공간으로 그곳에서 예배드리는 공간으로 생각하게 되는데요. 아기를 항상 엄마가 봐야 된다, 여성이 봐야 된다 라고 하는 논리에서 벗어나서 작은 예배실이다, 아니면 소중한 어떤 예배실이다 라고 하는 방식으로 바꿔서 부르는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고석표 : 그런 사례도 차별적인 용어 사용이네요.

    ◇ 송진순 박사 : 네, 그래서 이런 언어의 변화와 함께 교회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여성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있어요. 왜 남성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없을까요. 이런 것들을 따져본다면 우리가 드리는 예배와 교회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들, 일상의 모든 측면 안에서 교회에서 우선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무엇이 불편하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실천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고석표 : 그런데 일반 기업에서는 양성평등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고 있거든요. 교회에서도 이런 양성평등교육이 필요할까요?
     
    ◇ 송진순 박사 : 당연히 너무나 필요하죠. 그리고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목회자의 성교육이라든가 성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데서 알고 있느냐 혹은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 라고 하는 설문에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그런 교육이 있는지도 모르고 또 그런 교육을 받은 것도 없다고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목회자들을 위한 우선적인 어떤 성교육 프로그램도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교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교인들을 서로 대해야 되는지 어느 부분에서 또 이렇게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서 평등한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지 우리가 교육해야 되는 것을 중요한 방식 안에서 프로그램으로 편입시켜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교회의 직분을 받을 때 반드시 이런 교육을 받아야지만 가능하다 라고 하는 방식으로 교육프로그램이 이 교회 안에서 실천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앙과 페미니즘의 만남 '샬롬 페미니즘입니다!'




    ◆ 고석표 : 요즘 페미니즘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인데요. 개신교 페미니스트들이나 여성 신학자들의 활동 중에서도 이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봐야할 내용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송진순 박사 : 요즘 교회의 교인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교회에 청년이 없다는 것이죠. 그 중 여성청년들이 교회 가지 않는 큰 이유가 여성에게 불평등한 인식이 팽배한 교회 구조와 설교 그리고 교인의 태도에 상처받고 교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정신을 온전하게 되살리고, 자유와 해방의 가치를 살펴내기 위해 교회의 성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신학자들, 활동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단 내 양성평등위원회 있고, 감리교의 경우 양성평등위원회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도 있지만 남성 중심적 교단정치에서 열세인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교회 밖에서 여성신학자들 몇몇이 교회언니 페미토크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교회와 페미니즘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해 지속적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시 지원을 받아 서울 YWCA에서는 기독교 페미니즘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책을 출간했습니다. 12명의 신학자, 목사, 활동가가 모여 수없이 회의하고 토론한 결과가 책으로 나왔는데요, 신앙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성서를 어떻게 여성의 눈으로 읽을 수 있는가? 가부장제의 가족이야기와 성관계 성문제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이런 작업이 모두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교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 고석표 : 지금까지 사회조사를 통한 데이터와 주요 사건과 활동을 중심으로 2021년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젠더 이슈를 되돌아봤는데요, 이밖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나 이슈가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 송진순 박사 : 2015년이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정서가 혐오였습니다. 그중 가장 큰 혐오가 여성혐오인데요, 젠더갈등은 해마다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운동, 여성의 불법 촬영 반대, 그리고 n번방으로 나타난 디지털 성범죄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수많은 사건과 이에 대한 거센 저항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전쟁에 준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여성은 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드러났습니다.

    코로나가 진행 중인 올해도 양궁대표팀 안산 선수가 연거푸 금메달을 따며 언론의 주목을 받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때 아닌 페미니즘 논란이 일었는데요, "숏컷에 여대, 광주출신까지 페미니스트가 확실하다"는 식의 공격성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요. 페미몰이 공격이 정치적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 이것은 이대남 이대녀 현상으로 확대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성별, 거주 지역, 학교, 경제수준 등 수많은 다양한 차이와 경계를 다 밀어버리고 여성과 남성이라는 아주 납작한 대립구조에서 갈등만 양산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만이 아니라 다양한 차별과 착취에 처해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해방하려는 운동입니다. 보다 큰 사회적 맥락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변혁적 운동으로서 가난하고 눌린 자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고 이로써 이 땅에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는 것입니다(눅 4:16~20).

    ◆ 고석표 : 이제 얘기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송 교수님은 성서신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성서는 성 평등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요…

    ◇ 송진순 박사 : 성서와 기독교 전통은 본래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 모두의 존엄함과 자유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부장제라는 역사적 한계에서 기록되고 구성된 성서와 기독교 전통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본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신학자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Elisabeth Schüssler Fiorenza)는 성서를 읽는 귀한 통찰을 전합니다. 성서가 가진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차별적인 구조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신성하게 수용하거나 혹은 성차별적인 성서 본문에 분노하여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를 직시하고 의심하라고 제안합니다.

    성서와 기독교 전통에 대해 의심하고 비판하는 과정은 믿음을 깨뜨리고 성서에 반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성서가 전하는 메시지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성서와 역사 속에서 여성이 경험한 고통과 기억을 마주하고 창조적 상상력과 회상을 통해 여성을 해방하고 그와 진정한 유대를 이어가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서를 기록하고 전승한 남성의 시각이 아니라 성서를 바라보는 비판적 질문을 통해 가부장제라는 벗어날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행간에 묻혀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 앞에 결단하며 나오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초대 교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들은 복음의 선포자와 실천가로서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희망과 은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성서와 기독교에 상존하는 성차별과 혐오를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여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와 차별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모두의 평등을 이루는 길일 것입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삶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듣고 인정하며 서로가 공존하고 연대하는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 고석표 : 한국 교회의 중요한 이슈를 만나는 CBS 광장, 오늘은 이화여대 송진순 교수를 모시고, 2021년 올 한 해를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되돌아보고 한국교회의 양성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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