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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열전]또 다른 '미라클' 작전 성공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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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안보열전]또 다른 '미라클' 작전 성공시키려면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냉전 끝났지만 이번 아프간 작전처럼 예상 못한 상황 위해 특수부대 투입 필요성 증가
    우리 군, 특수부대는 있지만 투입·퇴출 자산과 개인전투장비 부족 등 고질적 문제

    미라클 작전 당시 카불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공정통제사(CCT). 공군 제공미라클 작전 당시 카불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공정통제사(CCT). 공군 제공아프간에서 우리 정부를 도운 현지인 조력자 390명을 지난달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온 '미라클' 작전은 우리 군이 성공시킨 또 다른 해외 작전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주로 북한이라는 전통적 군사위협을 주로 상정한 지상전 위주 대비태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그밖에 해외에서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특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상황이 늘어날 전망인데, 군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냉전은 끝났지만…예상 못한 상황 위해 특수부대 투입할 필요성은 증가

    1993년 제임스 울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는 상원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라고 신안보 위협을 표현했다. 냉전이 끝나면서 종전에 미소 대립구도를 벗어난 다양한 안보 위협이 생길 수 있다며 그 예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기후변화, 인종갈등, 마약 유통, 테러리즘, 에너지 위기 등을 꼽았다.

    그가 한 말은 현실화됐다. 냉전 당시 미소 간 대리전(proxy war) 성격을 띠던 국가 간 분쟁은 이제 인종, 종교 문제 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복잡한 분쟁 또는 국가가 아닌 행위자들에 의한 테러 등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냉전이 끝나고 10년쯤이 흐르자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들어갔고, 다시 10년 뒤인 2011년 특수부대를 투입해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군사적 개념에서 보면 이는 적대세력 지도부를 제거해 마비시킨다는 참수(斬首)작전에 해당한다. 어디를 먼저 공격할지 모르는 테러조직에 선제공격을 가해 이를 못하게 하는 대테러작전에 해당하기도 한다.

    '단칼에 치고 빠지는 일' 또는 '신경외과 수술' 등에 비유되는 이러한 임무를 기존 정규전을 수행하는 부대들이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꼭 전투가 아니더라도 미군이 비전투원 소개작전(NEO)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민간인 대피작전을 급히 벌여야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으며, 어떤 양상을 띨지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평소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특수한 자산과 장비를 갖추고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돼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은 우리 선박이 해적에 피랍되자 평소 대테러 훈련을 받은 청해부대 검문검색대가 투입돼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우리 군, 특수부대는 있지만 특수부대를 실어나를 자산은?

    하지만 우리 군은 적재적소에 특수부대를 해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줄 수송기와 헬기 등 자산들이 부족하다. 군이 보유한 전체 수송기와 헬기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는 않지만, 이들이 특수전에 적합한 성능과 지휘체계를 갖췄는지를 생각해 보면 다른 문제다.

    미군 특수작전용 수송기를 예로 들면 지형추적레이더, 적외선 전방감시장치(FLIR),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DIRCM) 등을 갖추고 한밤중에 적 레이더를 피해 초저공으로 날아 특수부대를 침투시킨다. 적지에 더 근접 침투하는 헬기도 비슷한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미군 특수작전사령부(SOCOM) 예하 160특수작전항공연대(160th SOAR) 소속 최정예 조종사들이 이 임무를 맡는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추락한 미군 헬기 잔해. 연합뉴스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추락한 미군 헬기 잔해. 연합뉴스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때 블랙호크 헬기 한 대가 현장에서 추락했는데, 사진상으로 보면 기존 헬기와 매우 다른 점이 포착되기도 했다. 작전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출발해 파키스탄 당국 몰래 영공에 침투했기 때문에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헬기를 투입하지 않았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은 10년이 흐르는 동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C-130H 허큘리스 수송기 4대를 특수작전용으로 개량하고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에 특수작전항공단을 만들었다. UH-60 블랙호크 헬기 30여 대를 주력으로 운용하는데, 특수작전에 필요한 각종 개조를 거쳐 운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형 특수작전용 헬기를 운용하진 않는다. 해외에서 언제 어떤 규모로 작전을 수행하게 될지 모르는 이상 자산은 다양하게 갖춰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부족한 처사로 평가된다. 수송기 4대 또한 수리와 훈련, 실제 작전 시 함께 해외로 날아가야 하는 지원 인력 수요까지 생각해 보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국방부는 지난 2일 발표한 2022-26 국방중기계획에서 장거리 항공수송능력 향상을 위해 대형 수송기를 추가로 확보하고, 특수부대가 더 은밀하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특수작전 대형헬기를 전력화하고 무장 능력 등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수작전 부대를 수송 가능하며 탐색, 구조 등에 활용 가능한 헬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없으면 다른 군에서 빌려와야 하지만, 각 군 넘나드는 합동성은?

    각자 전문화된 분야가 있지만, 어느 군 소속이든 육해공을 넘나드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특수부대 특성상 합동성도 강하게 요구된다. 쉽게 말해 자산이 없으면 다른 군에서 빌려와서 훈련하거나 작전을 수행하고, 각기 다른 군이 함께 유연히 합동작전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전사 특수작전항공단은 편제 그대로 육군 특전사가 수행하는 작전을 지원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특수전 헬기 수요가 특전사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대원들이 대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속 대원들은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소속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 제공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대원들이 대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속 대원들은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소속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 제공해상 대테러 임무를 전담하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도 당연히 작전을 위해 헬기가 필요하지만 해군 6항공전단이 갖추고 있는 블랙호크 헬기는 10대가 채 못 된다.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에도 빠듯해 특수부대 훈련과 작전 등에 필요한 항공전력 지원이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대형 헬기는 해군에 아예 없다.

    물론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작전지휘는 3군이 모두 있는 합동참모본부가 맡는다. 하지만 평소 훈련은 별도 합동훈련이 아닌 이상 각 군과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항공 등 자산을 공유하는 일도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한다.

    특전사와 특수전전단도 평시 지휘체계상 둘을 이어주는 상부 연결고리는 합동참모본부뿐인데, 특수부대가 투입될 상황은 전평시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관련 훈련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수시로 나온다.

    때문에 미군처럼 3군 특수부대를 통합해 지휘하며 관련 자산도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창설이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총은 40년 된 데다 통신장비는 태부족…개인전투장비 신경 써야 작전 성공 이어간다

    미라클 작전 당시 카불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공정통제사(CCT). K-1A 기관단총을 휴대하고 있다. 공군 제공미라클 작전 당시 카불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공정통제사(CCT). K-1A 기관단총을 휴대하고 있다. 공군 제공그간 계속 지적돼 왔던 통신장비와 야간전투장비, 개인전투장비 등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 '미라클' 작전에서 다행히 실제 교전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있기에 전투를 할 수 있는 부대가 투입됐다. 이들도 40년 전에 개발된 K-1A 기관단총에 각종 부가장비를 달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임무를 수행한 공군 공정통제사(CCT)는 최근 대테러 특수임무대로 개편돼 실내전 훈련 등을 받으며, 개인용 통신장비에 비무장 민간인을 제압할 때 필요한 전기총도 휴대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일정 부분 위장 효과를 내는 멀티캠 위장무늬 전투복을 입은 모습도 포착됐다. 문제는 우리 군 모든 특수부대가 이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특수부대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육군 특전사에는 국제평화지원단이 편제돼 있어 유엔 평화유지군 관련 파병 임무를 맡는다. 그런데 정작 군은 특수부대원들이 입고 쓸 개인전투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에 대해선 소홀했다. 언제 어떻게 해외 작전을 수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매우 모순적인 처사다.

    워리어 플랫폼 3형 방탄복(왼쪽). 일선 부대에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김형준 기자워리어 플랫폼 3형 방탄복(왼쪽). 일선 부대에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김형준 기자방탄복은 폐, 심장 등 주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 플레이트가 목 바로 밑에 위치해야 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방탄복은 폐, 심장 등 주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 플레이트가 목 바로 밑에 위치해야 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예를 들어 워리어 플랫폼 3형으로 채택돼 특전사에 보급된 국산 방탄복은 방탄판 위치상 주요 장기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며, 적지에 오랫동안 숨어서 침투할 때 필요한 체스트 리그 등은 왜 없냐는 불만이 일선 부대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통신장비와 야간투시경 등도 모든 부대원들에게 돌아가기엔 부족하다. 야간투시경은 있으되 야간조준장비가 없는 경우도 있다.

    현대 특수전은 통신장비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군과 적 위치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보고해야 그만큼 피해를 줄이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소식통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호송작전에 특전사에서 보유하던 무전기 대부분이 동원돼, 보안 통신이 되는 무전기는 둘째치고 보안 통신이 안 되는 상용 무전기조차도 별로 없다"고 걱정했다. 원래도 수량이 모자랐는데 다른 임무에 투입되느라 더 모자라다는 취지다.

    K-1A 기관단총을 대체할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은 1형(체계개발) 사업에서 군사기밀 유출 혐의가 포착돼 우선협상 대상 업체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5명이 기소됐고, 사업 자체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2형(구매) 사업은 2차 공고에서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가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은 뒤, 현재 4차 공고에서 입찰이 진행돼 시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물론 정식으로 채택해 전력화되기 전까지는 낡은 K-1A를 써야 한다.

    아크부대 소속 특전사 대원들. UDT/SEAL과 달리 사막용 위장복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아크부대 소속 특전사 대원들. UDT/SEAL과 달리 사막용 위장복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특전사가 입는 특전복 또한 한반도 삼림 환경에 주로 신경써 만든 녹색과 검은색 계열이기 때문에 급하게 다른 나라로 투입될 경우에는 필요한 위장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소속 특전사 대원들이 사막용 위장복을 입는다는 일이 바로 그 방증이다. 세계 어디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할지 모르는 부대들이 한반도 환경에만 맞출 수는 없다.

    미래에 우리 국민들을 지킬 전력사업은 특수부대가 가진 이 같은 특성과 현장 요구 등을 전문성 있게 꼼꼼히 반영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군 당국은 특수부대가 필요로 하는 전력과 지휘체계 개편보다는 작전 성공 성과를 내세우는 일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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