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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제철'로 이산화탄소 1억 톤 줄인다



기업/산업

    '수소 제철'로 이산화탄소 1억 톤 줄인다

    수소제철시대 열리면 석탄 3400만 톤 준다
    "파이넥스공법이 기술경쟁 우위 이끌 것"
    2050년 철강 탄소중립은 선택 아닌 외길

    고로에서 쇠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고로에서 쇠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Fe)은 '인류문명의 뼈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철 능력이 곧 힘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산업화시대에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생활 필수품에서부터 군수품, 첨단 우주제품까지 철이 쓰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인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철기문명이 첫 발원한 이후 3천여 년 동안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철을 만들어왔다.

    철광원석을 녹이기 위해 석탄을 때다보니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됐지만 지구가 온난화되기 전인 시절에는 제철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CO2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난 세기말과 21세기 초부터 산업화 과정에서 누적된 온실가스가 지구촌 기후위기 심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한국 제철소가 사용하는 석탄량 = 연간 3461만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제철소 역시 셧다운 위기에 직면한 석탄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업체들이(2018년기준) 사용한 석탄량은 3461만 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는 1억 100만 톤의 엄청난 양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따지면 철강업계가 석탄화전에 이어 국내산업부문 가운데서 수위를 다툰다.

    국가 간 온실가스감축협약이 발동되고 탄소중립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기업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석탄을 이용한 기존의 고로제철방식에서 친환경적인 제철로의 이행은 모든 철강제조사들이 가야할 길"이라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 포스코 제공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 포스코 제공
    석탄을 제철공정에서 퇴출시킨다면 친환경적으로 쇳물을 뽑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법'으로, 전 세계 철강업계들이 이론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이 기술을 상용화시키기 위한 기술개발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 방식은 철광원석에서 산소를 떼어내 철(Fe)을 제조하는 건 기존방식과 같지만,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이 발생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쉽게 설명하면 수소를 100% 사용해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만드는 기술이다. 화학식으로 보면 차이점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탄소환원제철 : 2Fe₂O₃ + 3C = 4Fe + 3CO₂
    수소환원제철 : Fe₂O₃ + 3H₂ = 2Fe + 3H₂O (Fe₂O₃=철광석)
     
    전 세계가 이 기술 개발을 위해 달라붙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철강분야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잡고 있다.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이 대략 30년은 걸린다는 의미다. 그만큼 인류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인데 30년이 걸려도 상용화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견해도 있다.
     
    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념도. 포스코 제공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념도. 포스코 제공

    탄소 대신 수소 때면.. CO₂ 1억 톤 줄인다


    글로벌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한 유럽연합은 지난 2016년부터 국가적 프로젝트로 수소환원제철법 연구에 착수했다. 일본,중국도 경쟁에 뛰어든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2020년 국가프로젝트 기획에 나선 후발주자다. 2021년 산업부 주도로 산학연이 참여하는 철강탄소중립 R&D작업반이 구성됐다. 이들의 역할은 기술개발전략과 탄소중립 실현 로드맵 수립. 1단계로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공정 검증을 위한 연구개발, 2단계는 2031~2040년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개발, 3단계는 2041~2050년 수소환원공정으로 전환이 추진된다. R&D에만 3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1단계는 9월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지정될 예정이다.
     
    이론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이 기술 개발이 가능한 걸까? '유연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기술개발이 가능하겠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금속재료연구조합 손상한 수석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소 때 유연탄이 발생시키는 열량의 몇 배를 발생시킬 만큼 폭발성이 높은 수소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안전성 확보가 핵심이다. 손상한 박사도 "수소가 연소될 용기의 제작이 연구개발의 키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탄소의 발열량은 7800kcal/kg인 반면, 수소는 33800kcal/kg으로 탄소보다 월등히 높다.

    수소제철법 상용화 "넘어야할 산 많아"

    이와 함께 탄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낼 때는 열을 방출하는 '발연반응'이나 수소를 이용하면 열을 필요로 하는 '흡열반응'이란 점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다. 수소환원제철법이 상용화 될 경우 국내에서 가동중인 고로는 모두 사라지게된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 9개, 현대제철이 3개의 고로를 사용중이다. 또한, 수소제철법 상용화에 앞서 상업용 수소가격을 끌어내리는 것도 과제다. 제철에 투입되는 석탄의 톤당 가격은 30~40만 원으로 이를 수소로 치환할 경우 200~300만 원으로 5~6배 비싸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포스코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동중인 파이넥스공정이 비결이다. 파이넥스 제철공정에는 석탄 외에 수소가 15~20%들어가는데, 수소환원제철법은 이를 100%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므로 국제 R&D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포항제철소 제2고로 전경. 포스코 제공포항제철소 제2고로 전경. 포스코 제공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파이넥스기술이 수소환원기술이 가야할 길과 유사하다"며 "파이넥스공법에는 수소가 연료의 일부로 들어가는데 이러한 특징을 경험한 건 우리나라 뿐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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