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말 2사에서 투수 고우석이 베이스 커버를 못 해 타자가 세이프되고 있다. 요코하마=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고우석이 마무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한국 야구가 프로야구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허용된 이래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일본에게 졌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4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일본에 2대5로 패했다.
일본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막혀 0대2로 끌려가던 한국은 6회초 강백호와 김현수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과거 한일전 승리의 키워드였던 '약속의 8회'가 이번에는 '눈물의 8회'기 됐다.
마운드를 이어 받은 고우석은 8회말 1사 후 야나기타 유키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곤도 켄스케에게 1루 앞 땅볼을 유도했다. 병살 플레이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기회였다.
1루수의 안정된 수비로 2루에서 선행주자가 아웃됐고 고우석은 1루 송구를 받기 위해 1루 커버에 들어갔다. 아웃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고우석이 1루를 밟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왼발을 뒤로 뻗어 여러 차례 베이스를 찍으려고 했지만 방향이 빗나갔다.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때 한국은 타자주자가 2루로 뛰는 동작을 취했다고 판단해 그에게 태그를 시도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한국 벤치의 항의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후 고우석은 무너졌다.
폭투, 고의볼넷, 볼넷이 이어지면서 2사 만루 위기가 됐다. 고우석은 야마다 테츠오에게 좌측 방면 담장을 직접 때리는 3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스코어는 2대5가 됐고 한국은 더 이상 점수를 뽑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8회까지 경기는 나름대로 굉장히 박진감이 넘쳤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워 했다.
8회 위기에서 고우석을 바꾸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고우석이 8회에서 끝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는 있었다. 오늘 이기면 끝이지만 내일 경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우석이 마무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끝까지 맡겼는데 결과는 나빴다"며 "미국전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5일 오후 미국과 이번 대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여기서 승리하면 결승에 진출할 기회가 주어진다. 만약 패할 경우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정후는 "아직 끝는 게 아니"라며 "미국은 한 차례 붙어 본 상대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김경문 감독은 8회말 비디오 판독 상황에 대해 "(이미 비디오 판독 기회를 소진한 상황에서) 주심이 비디오 리뷰를 할 수 있는지 먼저 물었다. 그런데 타자주자가 2루로 가려고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심은 1루에서 세이프인지 아닌지만 보고 끝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