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패한뒤 승자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반짝반짝 빛나는 금메달은 아니었다.
특히나 금메달 유망 종목인 태권도. 하지만 은메달을 딴 이다빈(25, 서울시청)도, 동메달을 딴 인교돈(29, 한국가스공사)도 활짝 웃었다. 금메달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았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2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과 남자 80kg 초과급. 앞선 사흘 동안 동메달 1개(남자 58kg급 장준)에 그친 종주국 한국 태권도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
태권도 종주국의 금메달 사냥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그 사이 세계 태권도는 성장했다. 더 이상 한국 태권도는 금메달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다.
인교돈이?27일?일본?지바?마쿠하리?메세?A홀에서?열린?도쿄올림픽?남자?태권도?80㎏초과급?동메달 결정전에서?슬로베니아의?이반?트라즈코비치에게?승리한?뒤 환호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하지만 이다빈도, 인교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아쉬움은 없다"면서 활짝 웃었다.
인교돈은 "올림픽이라는 대회에 처음 나와서 금메달은 아니지만, 동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다. 기록 준결승에서 졌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쏟아내고 져서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올림픽 정신도 보여줬다. 이다빈은 상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25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이대훈(29, 대전시청) 역시 상대를 축하해준 뒤 주저앉아 슬픔을 달랬다.
이다빈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위해 모두 힘들게 고생했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승리를 축하해주는 것이 맞다. 그래서 웃으며 축하해줬다"고 강조했다.
활짝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준비한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다빈은 준결승에서 마지막에 상대 머리에 발차기를 꽂아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고, 인교돈은 상대 헤드기어를 날리는 화끈한 발차기를 선보였다.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기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물론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이다빈은 "다시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라고 웃은 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간절하고, 조금 더 노력했다면, 또 그 선수보다 간절하고, 노력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선수보다 부족했기에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서 더 열심히 준비해 다음 대회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다음을 예고한 이다빈과 달리 인교돈은 다음 올림픽은 내려놓았다.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암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 섰고 값진 동메달까지 땄지만, 스스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당장 은퇴는 아니지만,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인교돈은 "다음 올림픽은 생각이 없다"면서 "나이도 있고, 이번 올림픽에 나오면서 부상이 조금 심해 5~6개월 준비 기간 동안 3개월 정도 밖에 준비를 못했다. 부상도 더 잦아지고 있고, 그렇게 오래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