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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숙제를 주실 건가요?" 코비의 도전을 기다린 그리스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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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제게 숙제를 주실 건가요?" 코비의 도전을 기다린 그리스 청년

    "슈퍼팀 이적? 쉬운 길은 재미없지"

    아데토쿤보는 2020-2021시즌 NBA 파이널 6차전에서 피닉스 선즈를 상대로 50득점 14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리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밀워키는 피닉스를 105대98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50년 만에 다시 NBA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스 괴인'에게 '코비의 도전'은 어떤 의미였을까.

    코비 브라이언트, 2017년 아데토쿤보에게 "MVP가 되거라"
    2년 만에 목표 달성하자 "NBA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 제시
    아데토쿤보, 2년 만에 또 한번 '코비의 챌린지' 목표 달성
    "처음에는 코비가 농담하는 줄…현실이 아닌 것 같다"며 감격

    2020-2021시즌 NBA 파이널 MVP를 차지한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 연합뉴스2020-2021시즌 NBA 파이널 MVP를 차지한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 연합뉴스

    "저는 당신이 제게 줄 숙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스 출신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벅스)는 2017년 여름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한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현역 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숙제'를 내고 있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목표를 던져주고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미디어와 농구 팬은 '코비의 챌린지(Kobe's challenge)'라고 불렀다.

    아데토쿤보는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직접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그의 나이 만 22세였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흔쾌히 응답했다. 아데토쿤보에게 "MVP"라는 짧고 굵은 답변을 남겼다.

    아데토쿤보는 2년 만에 '코비의 챌린지'에서 승리했다.

    2018-2019시즌에서 평균 27.7득점, 12.5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해 생애 첫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그러자 코비 브라이언트는 아데토쿤보에게 또 다른 숙제를 내줬다.

    이번에는 "우승"이라는 짧고 굵은 단어를 던져줬다.

    그리고 아데토쿤보는 2년 만에 다시 한번 '코비의 챌린지'에서 승리했다.

    아데토쿤보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컨신주 밀워키에서 끝난 2020-2021시즌 NBA 파이널 6차전에서 피닉스 선즈를 상대로 50득점 14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리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밀워키는 아데토쿤보의 활약에 힘입어 피닉스를 105대98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971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NBA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스 괴인'에게 '코비의 챌린지'는 어떤 의미였을까.

    故 코비 브라이언트. 연합뉴스故 코비 브라이언트. 연합뉴스

    아데토쿤보는 NBA 파이널을 마치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의 도전에 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데토쿤보는 2017년 여름 코비 브라이언트의 공개 답변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코비가 내게 반응해 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MVP에 도전하라? 나는 코비가 농담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비의 챌린지'는 도전 정신이 매우 강한 선수를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아데토쿤보는 "코비 덕분에 나는 나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다. 코비는 내가 언젠가 최고 수준의 실력을 발휘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고 더 나아가 MVP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꼭 달성해야만 했다. 코비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데토쿤보는 두 차례나 '코비의 챌린지'를 달성해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장면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며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아데토쿤보는 어린 시절 가난했던 가족을 돕기 위해 농구공을 잡았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코비 브라이언트는 농구 스타를 꿈 꾸는 어린 소년에게 역할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아데토쿤보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 투어가 진행된 2016년 2월 제이슨 키드 당시 밀워키 감독에게 특별한 청탁을 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현역 마지막 밀워키 원정을 마치고 그와 면담할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평소 절친한 제이슨 키드 감독의 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아데토쿤보는 NBA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슈퍼스타로부터 값진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아데토쿤보에게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다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데토쿤보는 '코비의 챌린지'를 받은 첫 시즌에 정규리그 MVP 등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휴스턴 로켓츠의 '털보' 제임스 하든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그러자 아데토쿤보는 2018년 여름 코비 브라이언트를 직접 찾아갔다. 개인 훈련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코비는 이번에도 흔쾌히 수락했다.

    아데토쿤보는 급성장을 이뤘고 결국 다음해 '코비의 챌린지'에서 승리하며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아데토쿤보는 파이널 MVP에 등극해 밀워키의 오랜 한을 풀어줬다.

    2020년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인해 딸 지안나와 함께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가 만약 아데토쿤보의 우승을 직접 지켜봤다면 얼마나 크게 기뻐했을까. 아마도 다음 숙제를 내주기 위한 고민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아데토쿤보 그리고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코비, 모두에게 뜻깊은 우승이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야니스 아데토쿤보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우승하겠다고, 쉬운 길로 돌아가지는 않겠다"


    아데토쿤보의 우승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최근 NBA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슈퍼팀' 만들기와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데토쿤보는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얻었을 때 이미 우승권 전력을 구축해놓은 강팀으로 떠나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밀워키 잔류를 선언했다. 이후 꾸준히 팀 전력을 끌어올린 아데토쿤보는 밀워키 입단 8시즌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아데토쿤보는 파이널 우승 공식 기자회견에서 "뛰어난 선수를 보유한 팀으로 이적해 우승에 도전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길이 아닌가"라며 "나는 슈퍼팀을 찾아 갈 수도 있었다. 힘든 길을 선택했지만 나는 결국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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