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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여고괴담6' 김서형, 모든 걸 새겨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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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여고괴담6' 김서형, 모든 걸 새겨넣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 은희 역 배우 김서형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은희 역 배우 김서형. kth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은희(김서형)는 고교 시절 기억을 잃었다. 그런 은희가 모교로 간다고 하자 가족들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모교로 돌아와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는 상담교사를 자청하며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은희는 부임 이후부터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 그러던 와중에 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방어적인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하영(김현수)이 감춰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 하지만 주변 선생님들 만류로 일단락되고 만다.

    은희는 찝찝하게 끝이 나버린 하영의 일이 내심 신경 쓰인다. 그 와중에 모교로 돌아온 후 시작된 환영과 환청은 점점 심해진다. 환영 속 자신을 따라다니는 학생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과 연관돼 있음을 깨달은 은희는 그 실체를 쫓기 시작한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여고괴담6)에서 주인공 은희 역을 맡은 배우 김서형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 그냥 보내면 후회할 것 같아서 이 작품을 붙잡았다. 그렇게 김서형은 기억 속에 감춰진 충격적인 진실과 학생들의 아픔을 좇아가며 이전 작품들에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을 모두 쏟아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김서형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낸 은희 캐릭터와 '여고괴담6'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은희 역 배우 김서형. kth 제공

     

    ◇ 김서형이 모든 걸 쏟아부은 은희

    "학생들의 슬픔을 토해낸다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맥락은 변함이 없었어요. 또 은희가 갖고 있는 서사도 학생의 것이었고, 현재 학생들에게서 똑같은 것을 변함없이 느끼고 있죠. 그 서사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직진하는 은희라는 인물이 한 번에 읽혔어요. 그래서 짧은 기간에 촬영해야 하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됐죠."

    김서형이 시나리오를 단번에 읽고, 작품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전작인 드라마 'SKY캐슬'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미처 다 털어내지 못한 채 쌓아뒀던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두 달 동안 은희를 표현하고자 함에 있어서 한 치의 어려움과 아쉬움은 없었다"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김서형은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냈던 은희라는 인물에 관해 "은희를 통해서 학생들의 슬픔을 표현했다. 은희가 성장해서 어른이 됐지만, 하영 등 현재의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며 "은희의 상처 또한 현재 아이들이 겪는 상처와 똑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학생들 마음을 표현할 때 특별히 어렵지 않게 감정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은희와 하영의 시대를 산 학생들의 아픔과 슬픔을 공포 장르로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공포 장치들이 먼저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후, 관련 문법들이 학생들의 어떤 사연과 이어지는지 보는 것 역시 '여고괴담' 시리즈의 핵심 중 하나다.

    김서형은 '호러 퀸'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 이번에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화들짝 놀라게 하는 것들은 다 무서웠던 것 같다"며 "그중에서도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초반 창문 장면이나 시체가 떨어지는 장면, 그리고 화장실 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을 안 좋아하다 보니 보면서 현장에서 울었던 생각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 약한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같이 살아가는 것

    영화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와 반성하지 않는 자들로 인해 은희 시대의 비극이 하영의 시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한다.

    김서형은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약한 존재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희는 과거에도 약자였다. 현재 교감이 됐지만 교장 밑에서는 여전히 약자일 뿐"이라며 "그런 약자가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약자의 손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자들로 인해 결국 비극은 반복된다. 학교 내 위계 속에서 벌어진 권력형 범죄 역시 과거 비극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다. 이러한 비극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은 약자들로 불리는 평범한 우리들이 지닌 강함이다. 김서형이 '여고괴담6'을 통해 보게 된 것은 바로 약자들의 연대였다.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지금 현재도 일어나는 일이에요. 사실 현재의 뉴스를 가끔 들여다보면 공포스럽고 무서울 때가 있어요. 뉴스를 보면서 때로는 '그런 일이 닥친다면'이라고 저에게 물을 때가 있어요. '나도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람을 구해주거나 나이 든 분께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 부축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해요. 사소한 행동 하나가 큰일이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제게 그렇게 하냐고 물어본다면 저 역시 부족할 거예요. 우리들은 서로 보듬어 안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봐요. 회피하지 않고, 그런 생각을 갖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은희 역 배우 김서형. kth 제공

     

    ◇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 김서형…노력으로 한계를 넓혀가다

    현실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책임감만큼이나 김서형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 역시 큰 배우다.

    그는 드라마 'SKY 캐슬' '아무도 모른다' '마인', 영화 '베를린' '악녀'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그때마다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표면적으로 비슷한 듯 보여도 다른 캐릭터로 소화해낸다는 것은 김서형이 가진 내공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현장에서 지니게 되는 감독과 스태프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감독과 스태프들이 제일 먼저 저의 연기를 시청하는 이들일 거예요. 그들에 대한 어떤 책임감이 있죠. 저를 선택한 이들에게 100점이고 싶어요.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어요. 물론 그건 어느 배우나 다 똑같을 거예요.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해야 길이 열리고, 연기의 한계를 넓혀줄 수 있는 노력은 캐릭터 공부이자 숙제인 거 같아요."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컷. 씨네2000·kth 제공

     

    시청자와 관객들은 김서형이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직 안 해 본 게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인 멜로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마인'을 통해 정말 숨구멍이 트였다. 그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내가 아무리 예능에 나와서 춤을 추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도 그게 작품으로는 연결이 안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전에는 내가 왜 한계가 있는 것처럼 가야 할까 힘들어했던 적도 있다. 연기도 너무 좋지만 생계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연기를 멈춰선 안 된다. 배우는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 정리될 때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너무 많다"며 더 많고, 더 다양한 캐릭터를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 지점에서 은희라는 캐릭터가 가진 감정선은 김서형이 가진 또 다른 면을 제대로 내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다. 김서형은 그런 은희에게 모든 걸 담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고괴담6'을 만날 관객들을 위한 메시지를 남겼다.

    "공포 영화지만,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듣고 봐야 하는 영화예요. 복선이 왜 이렇게 됐는지도 조금은 차근차근 짜맞춰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무슨 공포 영화가 이런 피곤한 이야기를 하지?' '어려운 이야기였어?'라고 생각하실까 조심스럽긴 해요. 하지만 그냥 단순하게 시원함을 날려줄 수 있는 영화는 분명히 아니고, 차곡차곡 학생 시절 은희와 현재의 은희, 그것이 관통하는 학생들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우리 영화를 더 잘 볼 수 있는 팁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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