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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병철·박정천 문책…"간부혁명" 본격화



통일/북한

    北 리병철·박정천 문책…"간부혁명" 본격화

    김정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대규모 문책 인사
    軍 서열1,2위 리병철·박정천 문책 가능성 높아
    군량미 동원령 어겨 문책? 통일부 "확인불가"
    코로나19 비상방역 관련 문책 가능성 높아
    "혁명연한·공로·직위 어떠하든 조직 통제받아야"
    1년 이상 특권기관 '간부 때리기' 속사정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손을 들어 지적하면서 간부들을 질책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혁명가의 수양과 단련에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란 있을 수 없다. 혁명연한이 어떻든 직위와 공로가 어떠하든 모든 일군들은 언제나 허심한 태도와 자세에서 늘 당 정책으로 무장하고 당 조직의 통제를 받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일군과 혁명적 수양'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이다. 나이와 경력, 직위, 공로가 어떠하든 모든 간부들이 당 조직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단행한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최소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등 3인은 문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보도영상을 보면 조직문제, 즉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의 소환 및 보선, 당 중앙위 비서의 소환 및 선거, 국가기관 간부들의 조동 및 임명' 문제를 처리하는 장면에서 리병철과 박정천은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은 아예 자리를 비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3인은 표결 권한의 박탈, 즉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비서 등의 현직에서 소환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리병철과 박정천 두 사람이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최상건의 자리가 중반에 비어있었기 때문에 일부 인물들의 인사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문책 사유가 무엇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정치국 확대회의 토론자들이 "당 중앙의 정치적 신임과 기대를 받아 안고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책임간부들이 현시기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준 데 대해 심각히 지적했다"고 한 점에 비춰 볼 때, 비상방역·경제사업·민생안정 등 3개 사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근 식량부족을 언급하며 발령한 특별명령서의 후속조치, 즉 군량미 동원령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통일부는 다만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실제 인사 배경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특별명령서 발령한 이후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요인이다.

    좀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비상방역 관련성이다. 군이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북한에서 방역 등 보건부문을 맡고 있는 부서가 당 교육과학부이기 때문이다.

    리병철·박정천은 과학교육부 인사와 함께 지난달 당 전원회의 과정에서 열린 부문별 협의 중 비상방역 분과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주석단 앞줄 하얀 원)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주석단 뒷줄 하얀 원)이 고개를 숙인 채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최상건 당 비서의 자리(주석단 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비어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이든 군 서열 1위와 2위의 핵심 인사가 문책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리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주역으로 김 위원장이 맞담배를 허용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박정천 총참모장 역시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인 2012년에 장재도·무도 방어대를 방문했을 때 소형 목선에 동승하고, 이후 각종 포병훈련을 수행하는 등 김 위원장과 함께 한 혁명 연한이 매우 길다.

    노동신문은 "역사는 어느 일군이든 간부가 된 것을 타고난 팔자처럼 여기면서 당성단련을 게을리하고 혁명화의 불도가니 속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사상적으로 부패 변질되어 혁명투쟁, 계급투쟁의 전초선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나중에는 당도 인민도 몰라보는 반당반혁명의 길로 굴러떨어지게 된다는 심각한 교훈을 주고 있다"며, "수양하고, 수양하고 또 수양하는 것"의 실천을 요구했다.

    혁명의 연한, 공로, 직위가 어떠하든 혁명적 수양과 단련, 조직적 통제와 교양을 게을리하면 문책 대상이 된다는 얘기이다.

    "간부혁명"은 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한 발언 중 핵심 키워드로 보인다. "첨예하게 제기되는 경제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창당 첫 시기부터 견지하고 있는 인덕정치와 포용정책은 결코 간부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근로인민대중에게 해당되는 정책"이라며, "당에서는 일하는 흉내만 낼뿐 진심으로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지 않고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절대로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촉구한 '간부혁명'은 일종의 상층 정풍운동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2월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해임 때부터 거론된 특수·특권 기관과 주요 간부들을 집중 대상으로 한 부정부패 척결운동의 연장선이다.

    북한에서 '간부들 때리기'가 1년 넘게 상시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제재와 방역, 자연재해 등 3중고에 지친 인민들의 불만을 권력 엘리트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 일 자체가 순조롭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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