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초기 비강 섬모상피세포 내에서만 다량으로 복제·증식된 코로나바이러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감염 기전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과 전북대 감염내과 이창섭 교수 '코로나19 대응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 순간을 최초로 포착해 초기 감염 및 증식의 주요 표적이 비강(코안) 섬모 상피세포임을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비강 섬모세포 끝부분에 다량 존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ACE2수용체.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인체 감염 기전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상기도 조직인 비강, 인두, 후두, 기관지 등을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한 표적 부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 단백질 등을 이용해 세포 내로 침투한다. 단백질들이 바이러스의 침입 경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분석법으로는 단백질의 정확한 분포를 알기 어려웠다. 또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진단 시점에 이미 일차적 바이러스 감염·증식이 끝난 상태여서 초기 감염 기전 파악이 더욱 어려웠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초기 환자로부터 얻은 정확한 검체를 다양한 실험기법을 적용해 분석, ACE2 수용체 단백질이 코안 섬모세포의 가장 끝부분인 공기와 맞닿은 부분에 집중적으로 분포함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섬모세포의 공기 접촉면에 결합해 세포 내로 침투한 뒤 복제·증식한다는 의미다. 이로써 비강 섬모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시발점임을 새롭게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비강 섬모상피세포 감염 기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아울러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비강 및 구강세포를 분석, 코로나바이러스가 비강 섬모세포에서만 복제·증식함을 최초로 포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 단백질이 없는 비강 분비세포 및 줄기세포, 구강 상피세포 등에서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이 초기 8일 이내 종료됐고, 손상된 섬모세포가 빠르게 재생됐다"며 "이는 비강 점막 면역이 코로나19 치료의 핵심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고규영 단장은 "비강 내 백신 투여로 점막 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새로운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이날 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