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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켜져 있었다



사건/사고

    그날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켜져 있었다

    '그알' 방송 후 "꺼져있다던 CCTV 어떻게 구했나"
    언론·경찰·A씨 유착설까지…알고보니 CCTV 2개
    "CCTV 공개하라" 주장하지만…개인정보법 위반

    무수한 의혹을 낳은 '고(故) 손정민씨 실종사망 사건'은 사실상 종착역에 다다랐다. 경찰은 별다른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조만간 수사를 종결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기세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건과 관련된 CCTV 원본을 전부 공개하라는 주장과 함께 특정 CCTV 영상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여러 대중의 눈귀를 가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켜져' 있었다. 아니, 그날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꺼져' 있었다. 두 문장 모두 맞는 말이다.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원래 2대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둘 다 달빛광장 비추지만…관리주체 달라 빚어진 '오해'

    '한강 대학생 실종 달빛광장 미공개 CCTV? 서초구청 그알 알고 있나?', '손정민 사건 달빛광장 CCTV 그알은 어떻게 구했을까? 혹시 경찰? 그것이 알고싶다 진짜로!'

    지난달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유튜브와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카페 등에서는 방송에서 사용된 CCTV 영상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다른 언론에서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꺼져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 영상이 버젓이 방송에 쓰였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도채널은 지난달 6일 "손씨가 사라진 지점으로 추정되는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인근에 CCTV 한 대가 있었지만 꺼져 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도 인터뷰를 통해 "달빛광장을 본다는 카메라를 설치했었고, 촬영목적이 끝났기 때문에 철거하기 직전에 지금 꺼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꺼져 있었다는 CCTV를 그알은 어떻게 구했나', '철거 예정이라 아예 작동 안 됐다고 하더니 그알 방송에선 버젓이 작동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점점 '언론과 A씨, 경찰이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유착설'로 번졌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 CCTV 1(빨간색 동그라미). 서울시에서 관리하며, 사건 당일날 켜져 있었다. 서민선 기자

     

    CBS노컷뉴스가 지난 10일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달빛광장을 비추는 CCTV는 두 대였다. 달빛광장 바로 앞에 설치된 'CCTV 1'은 '그알' 방송에 쓰인 것으로, 당시 켜져 있었다. 약 70m 떨어진 반포대교 교각에 붙어 있는 'CCTV 2'는 꺼져 있었다. 'CCTV 1'은 서울시가, 'CCTV 2'는 서초구가 관리한다.

    CCTV 2는 '고정형'으로 달빛광장을 비추고 있었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꺼져 있었다. 서초구가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중순에 시범 설치했던 40대 CCTV 중 하나인데,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자세하게 보이는 등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작동을 멈추고 운용되지 않았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반포대교 교각에 붙어 있는 CCTV 2(파란색 동그라미)와 CCTV 3(주황색 동그라미). CCTV 2는 달빛광장을 비추지만 오래 전부터 운용되지 않고 있었다. CCTV 3은 잠수교만을 비춘다. 서민선 기자

     

    아울러 CCTV 2 아래에 서초구가 관리하는 또 다른 회전형 CCTV 3이 함께 붙어 있는데, 이 CCTV는 계속 작동이 됐지만 애초 달빛광장 쪽이 아닌 잠수교만을 비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고정형 CCTV(CCTV 2)는 꺼놓은 상태였다가 지금은 아예 철거해 놓은 상황"이라며 "회전형 CCTV(CCTV 3)는 지금도 켜져 있지만 애초 달빛광장 쪽을 보지 않는다. 수해 대책의 하나로 잠수교가 물에 잠기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고 손정민 사건 철저한 조사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CCTV 전부 공개하라" 주장하지만…'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CCTV가 논란이 되자 반진사 회원들을 중심으로 "CCTV 원본을 전면 공개하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경찰이 CCTV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1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모든 CCTV 원본을 대국민 공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사항은 애초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CCTV를 무단으로 유출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영상뿐만 아니라 이를 캡처한 사진을 공개하는 것도 위법이다. 물론 CCTV에 찍힌 사람들이 전부 동의한다면 공개할 수는 있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심야 시간 한강공원을 찾은 사람 중에는 그 시간 본인의 방문 자체를 숨기고 싶은 시민도 있을 것이다. CCTV 영상이 수사 목적 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외부에 공개될 경우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개인의 권리 침해가 더 크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내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 모습. 서민선 기자.

     

    게다가 손씨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서 유추해 보면 'CCTV 전면 공개'는 오히려 사건의 진상 규명에 방해만 될 공산이 크다. 일부 유튜버들은 공개된 영상을 왜곡·조작해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의혹을 무수히 쏟아냈다. '라텍스 장갑', '빨간색 아이폰' 등 가짜뉴스는 물론, 'A씨의 손씨 성추행 장면'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손씨 사건과 관련해 지금껏 경찰은 단 한 차례도 CCTV 영상을 공개한 적이 없다.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은 언론에서 직접 구청이나 시청 등을 취재해 확보한 것들이다. 언론은 이를 공익적 목적에서 일부만 공개하는 데다, 모자이크 처리 등 사생활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내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공간 모습. 서민선 기자.

     

    반진사 회원들은 본인들이 직접 추리하기 위해 CCTV를 봐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사건과 관련된 CCTV는 경찰이 충분히 확보·분석했다. 이 사건에만 강력 7개팀 전원을 투입한 서초경찰서는 총 74개소·126대의 CCTV 영상을 찾아 일일이 확인했다. 한강공원 입·출입 차량 193대의 차주들을 전부 접촉해 면담하고, 블랙박스 등도 살펴봤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에 500m 거리에서 사람이 CCTV에 찍히면 조그마한 '점'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 점들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서 그쪽의 CCTV를 또 확인하고, 이런 식으로 사람을 하나하나 특정했다"며 "CCTV를 공개한다고 한들 일반인들은 추적하기가 어렵다. CCTV에 뭔가 명쾌하게 나오는 줄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CCTV에 점으로 찍힌 사람들까지 확인해 당일 손씨와 A씨 반경 50m 내에 있던 목격자는 전부 찾아낼 수 있었다"며 "수사에 필요한 CCTV는 전부 꼼꼼히 살폈고, 지금도 계속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수사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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