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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브이]日, 대만 핑계로 또다시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론 '고개'



국제일반

    [노컷브이]日, 대만 핑계로 또다시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론 '고개'

    • 2021-06-10 12:55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갈등을 기회로 일본 내부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됐습니다.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군국주의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군사력을 절대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쟁의 포기, 즉 '전쟁을 할 수 없는 일본'을 헌법에 못박은 겁니다. 이는 1947년에 승전국 미국의 강요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1950년 한국전쟁을 겪은 미국은 가까운 일본에서 군수물자 보급을 받는 게 동북아시아 안보전략상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되는데요. 이에 1954년 일본의 군사력을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킵니다. 본인들의 강요로 만든 평화헌법을 본인들의 필요에 따라 어기게 된 것입니다.

    이후 미국과 구 소련간의 냉전 상황이 심화되자, 미국은 소련의 일본 침공 시나리오도 검토하게 됩니다. 1978년 드디어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구체화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만들어졌습니다. 소련이 일본을 침공하면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다룬 지침이었는데요, '분쟁' 수준의 침공에는 일본이 자력으로 방어하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냉전 종식 뒤 북한의 핵무기가 동북아 안보위협으로 부상하자, 미국과 일본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 1차 개정안을 마련합니다. 1차 개정안의 골자는 일본 주변지역에서의 군사 위협 상황이 벌어질 시에 자위대는 미국을 돕는다는 내용인데요. 자국 내에서만 활동하던 자위대의 군사 활동 범위를 동아시아 전체로 확장시킨 것입니다.

    2015년 들어 중국의 군사력이 급성장하면서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2차 개정안이 마련됩니다. 전시에 미국을 보조한다는 게 1차 개정안이었다면, 2차 개정안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 일본이 동등한 동맹국 지위 아래에서 아시아 지역의 군사안보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2차 개정안이 통과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던 나라가 군사주권을 정상적으로 회복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주변국 반발은 미·일 양국의 의사결정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죠.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 일본. 급기야 최근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미·일 양국에서 또 다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론이 등장하는 양상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전략을 담당했던 엘브리지 콜비 전 부차관보는 "중국이 내년에라도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며 대만과 안보 이익을 공유하는 일본의 군비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외교부회 회장인 사토 마사히사 의원 역시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순항 미사일이나 전투기도 요격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 미사일 방공' 체제 구축 등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사토 의원은 "미·일 양국 정부는 연내에 외교·국방 장관(2+2)회의를 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가이드라인 개정의 필요성이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될 때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장됐습니다. 일본의 객관적인 국력과 위상을 감안하면 동북아 지역 안보에 일익을 담당하는 게 타당할 수 있지만, 자칫 기존 '힘의 균형'을 깨 안보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일본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주변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독도,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 등을 두고 끝없이 다투고 있습니다.

    분쟁지역 영유권의 근거로 일본이 내놓는 주장이 주로 과거 군국주의 시기 침략의 성과인 점을 볼 때, 주변국들에게는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거듭 상기됩니다. 일본은 2차대전 전범국입니다. 어제의 전범 국가가 미국의 보살핌 아래서 오늘의 세계평화를 외치는 것은 주변국 입장에서 어불성설일 수 있죠.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갈등 구도를 본다면, 일본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거듭거듭 개정해 사실상의 군대를 갖출 수도 있겠습니다. 그 다음엔 자체적으로 헌법을 뜯어 고쳐 명실상부한 군대를 보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1945년 이후 사라진 이름, '일본군'이 부활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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