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경찰청장 '거짓말' 하게 한 이용구 사건, 끝내 '빈손' 종결



사건/사고

    경찰청장 '거짓말' 하게 한 이용구 사건, 끝내 '빈손' 종결

    • 2021-06-09 17:09

    경찰 이용구 사건 진상조사 약 5개월 만에 마무리
    수사관 1명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 '꼬리자르기' 논란
    미보고, 허위보고 등 보고 체계 무너져…경찰청장도 속았다
    청탁, 외압 없었다?…서초서 관계자 통화 내역 삭제 '맹점'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용구 전 차관. 박종민 기자·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경찰의 5개월에 걸친 진상조사가 사실상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되면서 파장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 관계자 중에는 담당 수사관 한 명만 검찰에 송치될 뿐, '윗선' 간부들은 일단 혐의 적용을 피하게 됐다. 관심을 모은 외압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수사관 및 간부들이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일부 삭제한 정황이 파악되면서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개월 만에 수사관 1명 특수직무유기 혐의 송치…'꼬리 자르기' 논란

    9일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이 발표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는 △사건 처리 전 과정에 적정성 △외압·청탁 여부 △이 전 차관 증거인멸교사 혐의 적용 등이 담겼다.

    진상조사단은 부실 수사 의혹에 있어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 A 경사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경사가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존재를 인지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휘 라인에 있던 서초서 형사과장(경정) 및 형사팀장(경감)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한형 기자

     

    결국 부실 수사의 책임은 말단 수사관인 A 경사에게만 묻는 것으로 수사가 종결된 꼴이다. 사건 총 책임자인 서초서장(총경)의 경우 입건도 되지 않았다. 지휘·관리 책임이 있는 간부들은 혐의 적용을 피했다는 점에서 '꼬리 자르기'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청 관계자는 "담당 수사관이 동영상 존재를 확인했으면 보고 절차를 지켰어야 했다"며 "과장, 서장 등은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는 고의성이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보고'에 있어서도 많은 논란을 남겼다. 이 전 차관 신분이 당시 '변호사'였다는 점에서 범죄수사규칙상 보고 대상 직업군에 포함돼 상급기관에 보고를 했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서장, 과장, 팀장이 상급기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당시 서장, 과장, 팀장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라는 점을 인지했지만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지난해 12월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서울청에 보고하는 등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당시 서초서에서 서울청 생안계로 사건이 3차례에 걸쳐 보고된 점도 경찰 지휘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윤창원 기자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실 보고는 경찰 총수인 김창룡 경찰청장의 '거짓 해명'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차관 사건과 관련 "당시 서울청과 본청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도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 역시 "서초서에서는 이 전 차관이 변호사인 줄만 알았다고 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상조사 결과 경찰 지휘부마저 '속은' 모양새가 된 셈이다.

    진상조사단은 이러한 부실 보고와 관련해선 감찰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단순히 변호사로 알았다고 허위 보고한 부분은 징계 책임을 묻기 위해 감찰에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진상조사단은 서장, 과장, 팀장의 지휘 책임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제식구 감싸기'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상조사단 "청탁·외압 없었다"…서초서 관계자 통화 내역 삭제 '맹점'

    '봐주기' 논란을 낳은 사건에 있어 청탁·외압 부분은 반드시 규명해야 할 과제였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과 서초서 관계자들의 통화 내역 총 8000여건, PC,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청탁이나 외압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맹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장과 과장, 팀장, A 경사까지 휴대전화 통화목록 등이 일부 삭제된 정황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통화 수·발신 내역은 서장의 경우 1692건, 과장은 2029건, 팀장은 1543건, A 경사는 1292건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단은 일부 삭제 정황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청 관계자는 "일부 삭제된 정황이 있긴 하지만 삭제 패턴, 분량 등으로 볼 때 의도적인 삭제나 본 건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차관의 경우 통화 내역을 다 봤다"며 "서초서 담당자와 출석 일자 조율 등 위해 통화한 것 외에 경찰관하고 통화한 사실이 전혀 확인이 안 됐고, 나머지 경찰 아닌 신분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통화 이유에 대해 일일이 확인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1월 24일 경찰이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린 후로 약 5개월이 지나 이러한 결과가 나온 점에 의문의 시각은 걷히지 않고 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증거 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경찰청 "적절하지 못한 사건 처리, 매우 송구스럽다"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당시 이 전 차관에게 운전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0항'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 혐의로 내사종결 처리했던 경찰은, 진상조사 이후에야 특가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청 관계자는 "이 전 차관의 특가법 위반 혐의 판단을 위한 충분한 조사 및 증거 확보가 이뤄졌다"며 "이 부분을 수사 중인 검찰과 자료를 공유하는 등 적극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인 택시기사와 합의 후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했던 이 전 차관에 대해선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송치를 결정했다. 택시기사의 경우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 결정하되, 피해자인 점을 감안해 참작 사유를 첨부하기로 했다.

    이밖에 경찰청은 이번 사건 부실수사 논란을 계기로 내사 개선 대책, 불입건 결정 사유 구체화 등 후속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경찰청은 "적절하지 못한 사건 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사전에 제도적으로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