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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요부터 반진사까지…"내가 틀릴 리 없어"



사건/사고

    타진요부터 반진사까지…"내가 틀릴 리 없어"

    • 2021-06-08 05:00

    [한강 대학생 사건 파장②]불신과 '확증편향'
    '반진사' 한달도 안돼 3만↑…"손정민씨 친구 입건해야"
    타블로 학력의혹 제기하며 증거 부인한 타진요 닮아
    '권력기관 정보조작' 기초한 확증편향…"세 더 커질 것"

    무수한 의혹을 낳으며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던 '고(故) 손정민씨 사망사건'이 종착역에 다다랐다. 그간 수사력을 집중해 온 경찰은 별다른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한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가 이어졌던 이번 사건은, 한편으로는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빗발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경찰은 여론의 공고한 '불신'에 단단히 홍역을 치렀다. CBS노컷뉴스는 이번 사건이 보여준 사회적 파장을 되짚고, 남겨진 과제들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한강 대학생 사건, 경찰 향한 '불신' 어디서 왔나
    ②타진요부터 반진사까지…"내가 틀릴 리 없어"
    (계속)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숨진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이한형 기자

     

    "누구나 각자의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각자만의 사실을 가질 권리는 없다."(You are entitled to your opinion. But you are not entitled to your own facts.) 미국의 정치인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핸(1927~2003)이 남긴 문장은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대한 예언처럼 보인다. 뜨거운 사회적 이슈들은 거의 예외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타고 가짜뉴스를 숙주로 한 음모론과 진영 논리 속에 잠식되고 있다.

    여기 10여년의 격차를 두고 한국사회에 데칼코마니처럼 출현한 두 집단이 있다. 하나는 2010년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본명 이선웅)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다른 하나는 올해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결성된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이다.

    ◇"정민씨 친구 왜 피의자 입건 안하나"…경찰 수사 노골적 '불신'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네이버 카페 대문 캡처.

     

    반진사는 최근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단체다. 이들은 손씨가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지난 4월 30일 이후 약 2주 만인 지난달 16일 네이버 카페를 개설했다. 지난 1일에는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비영리단체 등록도 마쳤다.

    유튜브 채널 '종이의 TV' 진행자인 박재용씨 등이 주축이 된 운영진은 홈페이지 대문에 "반진사는 팩트에 근거해 진실을 찾는 카페다. 자극적,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배제한다"며 "드러난 팩트에 대해 이상한 점, 잘못된 점에 대해서 끝까지 추궁하여 진실을 찾는 카페"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주목할 부분은 "함께 싸워요"라고 덧붙여진 청유문이다. 생략된 목적어는 이들의 활동을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반진사는 손씨 사건이 발생한 지 딱 한 달 만인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수사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조치도 하지 않아 대다수 국민들은 부실수사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씨와 한강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피의자'로 입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들은 △손씨를 찾기 위해 새벽시간 한강공원으로 돌아온 A씨와 가족이 곧바로 정민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당일 A씨가 신은 신발을 A씨 측이 '더럽다'는 이유로 버린 점 등을 두고 "합리적으로 수긍이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A씨가 손씨의 사망에 일말의 원인을 제공했으리라는 이들의 추측은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공개 발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7일 A4 용지 23쪽에 달하는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그간 수사진행사항'을 언론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했다. 경찰은 수사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A씨 측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현재까지 A씨 및 그 가족은 참고인 조사에 전부 응했다. 가택·차량 수색, 휴대전화 포렌식 등에 전부 동의했다"며 "(A씨 아이패드의) 포렌식 결과 일체 삭제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진사는 "(경찰이) 만취로 특정한 고인이 새벽에 경사 40도의 비탈을 혼자 내려가 일반인도 균형을 잡고 걷기 힘든 돌밭을 일체의 외상없이 걸어서 지나치기 어렵다는 사실은 현장에 한 번이라고 가봤다면 너무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그 다음 외상의 발생 요인으로서 고인과 가장 긴 시간 동안 함께 있었던 동석자와의 연관성 혹은 충돌 가능성을 조사하는 게 논리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대한 수사기록은 그 어디에도 전혀 언급된 바 없다"며 "A씨에 대한 수사당국의 납득할 수 없는 무한한 배려 아래 아직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경찰의 품위를 손상케 할 만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A씨 측이 입장문에서 해명한 과음으로 인한 '블랙아웃'을 두고도 "신빙성을 의심케 할 만큼 선택적이며 중요진술이 수차례 번복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A씨의 범죄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는 것은 비단 경찰만이 아니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정민씨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블랙아웃이란 건 결국은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고 자신도 (당시에는) 괜찮다"며 "해마의 손상 때문에 나중에 기억이 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도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일상적 활동이 가능하다"며 "(비유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데 테이프가 있다면 테이프에 기록이 안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사에게서 '제2의 타진요'와 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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