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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추악한 디지털 성범죄 추적기 '#위왓치유'



영화

    [노컷 리뷰]추악한 디지털 성범죄 추적기 '#위왓치유'

    다큐멘터리 영화 '#위왓치유'(감독 바르보라 차르포바, 비트 클루삭)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열두 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배우들이 앉는다. 배우들은 모두 성인이고,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기 위해 열두 살인 척하기로 했다.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을 시작했다. 열흘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 협박, 그루밍(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두는 행위) 등을 시도한 남성은 총 2458명. 모두 '12세 소녀'를 통해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실현하고자 아무런 죄의식 없이 요구해선 안 될 것은 요구하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을 훌쩍 넘는다.

    전국을 들끓게 했던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일상은 위협받고 있고,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가운데 가해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죄를 일상처럼 저지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왓치유'는 만연해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향해, 그 심각성을 잊은 사회를 향해 다시금 경종을 울린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이 영화는 이른바 'n번방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리얼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변호사, 심리 상담가, 경찰 등 전문가의 자문 아래 실제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는지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범죄자 체포까지로 나아간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열두 살로 보이는 배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그만큼 이미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에 만연해 있고,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란 여러 양태의 젠더 폭력 중에서도 과학 기술을 악용해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를 말한다. 즉,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여성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디지털 성범죄'라 부른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인터넷)공간에서의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2018년보다 무려 27.6%포인트 증가한 44.7%로 나타났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경우 성폭력 피해 경험률이 34.2%포인트나 급증했다. 성폭력 가해자 역시 '온라인(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했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이처럼 '성범죄'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등에 업고 여성의 일상과 삶을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이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것만큼, 범죄의 피해나 양상도 지구촌 전체로 넓어졌다. 영화 속 배우들에게 접촉을 시도한 남성들 역시 연령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이들이 12세 소녀들에게 접근한 이유는 단 하나다. 처음부터 그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들을 통해 채우고자 했고, 이를 첫 채팅 때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등 아무것도 드러낼 필요 없는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 때문인지 남성들의 말과 행동은 적나라하다.

    가해 남성들에게 어떠한 성적 수치심이나 양심, 도덕은 찾아볼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라는 가정하에 그들은 거짓말로 아이들을 현혹하고, 협박하고, 아이들이 마치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인형인 것처럼 쥐락펴락하려 한다. 배우들이 끊임없이 자신은 '12세' '미성년'임을 강조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성은, 아이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이 적나라하고 추악한 욕망을 마주한 배우들과 제작진은 환멸을 느낀다. 뉴스나 통계로만 보던 디지털 성범죄의 세계는 그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도 범죄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이 온당한 행동인 것처럼 군다.

    심지어 제작진이 한 범죄자를 찾아가 범죄 행위에 관해 따져 물었을 때 돌아오는 태도란 '피해자 탓'이다. 모든 것은 어린 소녀가 자초한 것이며, 어린 소녀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부모 탓일 뿐이란다. 자신의 행동에는 불법성이 없으며, 오히려 정당하다는 식이다.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범죄를 행한 성인 남성의 당당함과 협박에 어린 피해자들은 피해를 겪고도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두려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도 존재한다.

    '#위왓치유'가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범죄자들의 후안무치한 태도다. 또한 피해자들 잘못이 아니며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고 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예방하고 제대로 단죄하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들끓던 여론이 식어가는 가운데 관련 범죄에 대한 경각심 역시 흐려지고 있다. 여전히 피해자들 탓으로 돌리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 다시 한번 디지털 성범죄가 가진 심각성을 되새기고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위왓치유'와 같은 영화가 세상에 나온 이유다.

    104분 상영, 6월 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포스터.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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