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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추행 피의자 석달만에 구속…초동수사 엉터리 논란까지



국방/외교

    軍 성추행 피의자 석달만에 구속…초동수사 엉터리 논란까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장모 중사 구속영장 발부
    늑장 구속에 초동수사 부실 의혹까지 불거져
    피해자·피의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분석 중
    보고는 하루 늦고, 블랙박스 확보하고도 휴대전화 압수 안해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도 2주만에야 이뤄져

    2일 저녁 전투복 차림에 모자를 쓴 피의자 장모 중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공군 여성 부사관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성추행 피의자가 2일 밤 구속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석 달만의 구속인데다 군사경찰의 초동수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성추행의 실체와 함께 회유와 사건 은폐 등 2차 가해를 둘러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 '묵묵부답' 피의자 구속…수사팀, 이관받자마자 수사기록·휴대전화 등 분석 착수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이날 오후 8시쯤 군인등강제추행치상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오후 10시 30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구속 수감됐다.

    장 중사는 이날 법원으로 들어가면서 '혐의를 인정하는지',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단장 최광혁 육군대령)은 이날 오전 장 중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3시쯤 신병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지난 1일 오후 7시 공군본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곧바로 관련 서류 검토에 착수, 다음 날 새벽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단은 필요한 경우 조사본부와 각군 수사인력까지 투입해 팀을 보강하기로 했다.

    검찰단은 장 중사를 상대로 성추행 사실과 이후 2차 가해 등이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또 피해자 A중사에 대해 회유 등을 시도했다고 지목된 부대 상관들에 대한 수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수사팀은 이미 A중사의 휴대전화와 함께 지난달 31일 공군이 임의제출받은 장 중사의 휴대전화 등 물적 증거를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부대 내에서 시도됐다는 회유 등과 함께, 보고선상에 있는 상관들이 사건을 은폐했는지 등의 정황이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동수사 당시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엇갈렸던 부분 역시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구속되면서 다른 부대원들과 말을 맞출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다.

    ◇ 20전투비행단 엉터리 초동수사…가해자 분리도, 휴대전화 확보도 '뒷북'

    검찰단은 최초 사건이 발생한 공군 20전투비행단의 부실한 초동수사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공군 군사경찰은 첫 피해자 조사가 진행된 3월 5일 A중사로부터 장 중사가 차량 안에서 자신의 신체를 만지고, 본인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제로 만지게 하는 등 강제추행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차량 안에는 운전을 하던 후배 부사관(하사)도 있었다. 그는 유일한 목격자인데 군사경찰 조사에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족은 A중사가 성추행 직후 차량에서 내려 곧장 그날 저녁자리에 함께 있던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공군 군사경찰은 하루 뒤인 3일 오전 A중사가 상사에게 알려 레이더반장 노모 준위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같은 날 저녁 9시 50분쯤 노 준위가 대대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유족들은 여기까지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부대가 회유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성추행 피해 보고를 받고도 대대장에게 10시간 이상 시차를 두고 보고가 이뤄진 이유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유족 측 변호인은 A중사가 탑승했던 차량의 블랙박스도 직접 확보해 군사경찰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달 17일 이뤄진 첫 피의자 조사에서 장 중사는 혐의 일부만 시인한 채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공군은 피해자와 장 중사의 주장이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하며 장 중사의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A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 9일만인 지난달 31일에야 이를 임의제출받았다.

    반면 군사경찰은 지난달 22일 A중사가 숨진 직후 그의 휴대전화는 곧바로 확보했다. 여기에는 회유 정황을 입증할 만한 전화통화 녹음 내용을 비롯해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제의 3월 5일 피해자 조사는 부대 내 시설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때까지도 장 중사는 피해자와 분리되지 않았다. 그가 김해의 다른 비행단으로 전출된 것은 성추행이 발생한 지 2주일이 지난 3월 17일이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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