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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신고 두달 넘게 뭉개더니…軍, 뒤늦게 보여주기 수사?



국방/외교

    성추행 신고 두달 넘게 뭉개더니…軍, 뒤늦게 보여주기 수사?

    3월 초 사건 직후 신고, 군은 두 달 넘게 '덮기'에만 바빠
    군 특유의 '좁은 사회' 탓 회유·무마 급급 정황
    지난해 미사일사령부 '장교 추행' 사건서도 비슷한 일 발생
    국방부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철저히 수사"
    3개월만의 대대적 수사, 말 미리 맞췄을 가능성 등 상존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달 21일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실상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는 수준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군이 처음 신고를 접수한 것은 지난 3월 초, 즉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다. 하지만 두 달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공군의 미적지근한 조치로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는 결국 결혼기념일이 기일이 되는 비극으로 이어졌는데, 사건 발생 3개월이 다 됐고 피해자 조사도 불가능해 벌써부터 부실 수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신고 뒤 청원휴가 다녀오고 극단적 선택…기일이 된 결혼기념일

    1일 공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여군 A중사가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억지로 저녁자리에 불려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로 추행을 당했다.{RELNEWS:right}

    A중사는 곧장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하고 전출시켜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는 약 두 달 동안의 청원휴가를 다녀온 뒤 경기도 성남의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달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사의 유족들은 그가 발견 하루 전날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뒤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겼다고 전했다.

    ◇ 덮고 쉬쉬하기만 바빴던 공군…지난해 육군 부사관들 '장교 추행' 사건과 판박이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 가해자 구속 수사·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군의 조치다. 지난 3월 초 사건이 벌어진 직후 피해자는 곧장 신고를 했지만 상관들은 사안을 덮고 은폐하기에만 바빴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 매뉴얼 가동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그를 설득해달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사관들은 특성상 한 부대에서 오래 근무하며, 항공기와 레이더 등을 다루는 공군의 특성상 기술직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각 부대 또는 병과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쉬쉬하는 일종의 '좁은 사회'가 되기 쉽다.

    의무복무를 마치면 전역하는 병들과 달리 간부들은 군대를 직장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피해를 당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절망감에 빠질 확률도 더 높다.

    지난해 4월 CBS노컷뉴스 보도로 알려진 육군 미사일사령부 장교 추행 사건의 경우 부사관들이 무리지어 숙소에 들어가 상관인 장교를 추행한 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사건의 피해자 B중위는 직후 1303 국방헬프콜로 신고를 했지만,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부대 내의 회유에 신고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관련 상황을 알게 된 대대장의 조치로 군사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보도 이후 보도자료를 내 부대 내부에서는 이들이 평소 중사 1명의 주도 하에 무리지어 자주 술을 마시고 물건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거나, 다른 간부들에게 음주를 강요하고 폭행하는 등의 행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대 일부 간부들이 피의자들에 대한 탄원서를 모으며,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되려 제보자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그간 겪은 폭행 등의 피해를 사실대로 밝히기를 두려워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당시 구속 기소된 피의자 4명은 지난해 8월 1심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1월 2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피해자는 사망한데다 사건 발생 3개월 경과…미리 말 맞췄을 가능성 등 제기돼

    서욱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우리 군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유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욱 장관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 수사 TF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부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각종 의혹에 공군 간부들이 연루된 만큼 공군이 이를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김정환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군의 비위가 드러날 수 있는 사건이니 공군에서 수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서 장관은 이날 오후 이를 받아들여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초동수사과정에서의 미흡한 부분, 2차 가해 여부 등을 포함해 사건 전 과정에서 지휘관리감독과 지휘조치상의 문제점이 없었는지 살피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또한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의 방지를 위해서는 이번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 과정과 전반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현장점검이 필요하다"며 국방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3개월만에 수사가 진행되는데다,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부대원들에 대한 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합의 종용, 회유, 사건 은폐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해당 인원들이 미리 말을 맞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 가해자는 다른 부대로 전출됐지만 여전히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특성을 감안할 때 뒤늦은 수사마저도 결국 부실 수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은 뒤늦게 장 중사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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