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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는 미끼…강매범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60대 사연



청주

    중고차는 미끼…강매범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60대 사연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서 값싼 차량 보고 인천 방문
    있다던 차량 없고 시세보다 비싼 다른 차 구매 강요
    협박에 '덤터기' 구매..."억울해" 유서 남기고 세상 떠나
    영세 서민 노린 중고차 매매 사기단 무더기 검거

    그래픽=고경민 기자

     

    충북 제천에서 석공업을 하며 생활하고 있던 A(67)씨는 중고 화물차를 사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다 멈칫했다.

    거의 헐값에 가까운 차량을 발견해서다.

    A씨는 곧장 매매 업체에 전화를 걸었고, 업체 딜러에게서 해당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반가운 대답을 들었다.

    화물차가 있으면 일감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A씨는 차량이 있다는 인천의 매매단지를 방문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딜러는 말을 바꿨다.

    인터넷에서 보고 구매 확인까지 한 해당 차량이 없다는 것.

    딜러는 그러면서 다른 차량을 구매하라고 종용했다. 종용이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웠다.

    충북경찰청 오은수 강력범죄수사대장이 11일 중고차 매매 사기단 검거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범규 기자

     

    A씨가 거부하자 이때부터 딜러의 태도가 돌변했다.

    동료들 2~3명도 합세해 대놓고 몸에 문신을 드러내며 위압감을 주더니 집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겁을 줬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차량을 보겠다고 하자 무려 8시간 동안 인천 곳곳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진이 빠지게 했다.

    결국 A씨는 시세보다 훨씬 비싼 차를 구입하게 됐다.

    7남매 둘째로 태어나 평생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며 한 푼을 아껴왔던 A씨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지출이었다.

    A씨는 큰 상실감에 '중고차 매매 집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마을회관 2층에서 더부살이를 해 온 A씨의 사연까지 알려지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 가족은 "고인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평생을 궁핍하게 살았다"며 "더 일감을 찾기 위해 차를 사려했지만,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사기범들에게 갈취 당하니 그 상실감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장장 2달 동안 끈질긴 수사를 벌여 중고차 매매 사기단 일당을 붙잡았다.

    검거 인원만 무려 26명으로, 총책 B(24)씨 등 4명은 구속됐다.

    충북경찰청이 중고차 매매 사기단으로부터 압수한 자료. 최범규 기자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범행은 치밀함을 넘어 악랄했다.

    이들은 A씨와 같이 영세한 서민들을 노렸다.

    있지도 않은 매물을 허위로 올려 유인한 뒤 갖은 회유로 계약하게 했다.

    계약이 이뤄진 뒤에는 '급발진 차량'이거나 '1개월에 한 번씩 100만 원을 주고 2년 동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거짓말하며 계약 철회를 유도하고, 다른 차 구매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팀장과 텔레마케터, 출동조, 허위딜러 등의 역할을 미리 짜고 단계별로 치밀하게 대응하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넉 달 동안 이들에게 입은 피해자는 무려 50여 명.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액만 6억 원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중고차는 허위나 미끼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사이트 등 신뢰가 있는 중고차 사이트를 이용하고, 딜러의 소속과 등록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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