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의 한 유흥업소 입구에 영업금지 고지문이 붙어있다. 업소는 내부공사로 휴업을 한다고 했지만, 이날 이곳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과 종업원 등 14명이 적발됐다. 정성욱기자
지난 달 30일 오후 10시, 경기도 안양의 한 유흥주점을 안양 경찰과 시청 공무원 10여명이 에워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금지 명령에도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첩보 확인이 이날 이들의 임무다. 단속 개시다.
"이제 접촉합니다. 집중…."
이미 간판 불은 꺼졌고, 출입구도 닫힌 상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자, 얼마 뒤 반대편 비상구에서 직원이 나왔다. 손님으로 위장한 이른바 '투입조'가 접근했다.
"예약하셨죠? 핸드폰 좀 보여주시죠."
직원은 휴대전화 통화목록과 사진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문제가 생겼다. "영업이 끝났다"며 문을 닫으려 했다. "정면돌파 합니다" 작전 변경이다.
"경찰입니다. 잠시 들어가서 확인 좀 하겠습니다."
경찰 신분을 밝히자, 직원은 '아무 것도 모른다'면서도 문을 열지 않고 버텼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는 상황. 시간을 벌려는 '꼼수'로 판단했다. 단속반은 '협조 거부시 강제 개방할 수 있음'을 고지한 후 곧바로 잠긴 문을 뜯어내고 안으로 진입했다.
◇담배연기 가득…CCTV로 손님 빼돌리려
경기도 안양동안·만안경찰서-안양시 합동 단속반에 적발된 안양의 한 유흥업소. 테이블 위에 마시던 술과 안주가 놓여 있다. 정성욱기자
주점 안은 미처 빠지지 않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단속반원들이 방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은 술병과 과일안주가 널브러져 있었다.
한 방에서는 남성 둘이, 또 다른 방에서는 남녀가 술을 마시다 적발됐다. 단속반과 마주친 한 남성은 "내 몸을 건들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한 남성과 여성 종업원들은 비상구로 들이닥친 단속반을 피해 출입구로 몰래 달아나려다 적발됐다. 이들은 출입구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보면서 단속반이 들어온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려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단속반에 붙잡혔다.
주인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했다"며 "매달 1천만 원 이상씩 월세로 나가는데 뭘 먹고 살라는 거냐"며 반발했다.
이날 단속반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14명을 적발했다.
◇장부에 적힌 객실호수 발견…호텔 이용 변종 성행
영업이 금지된 유흥업소를 단속 중인 경찰-지자체 합동 단속반. 안양동안경찰서 제공
이날 경기도 수원에서도 경기남부경찰청과 수원시는 단속을 벌였다. 수원에서는 호텔을 가장한 변종영업 행위가 적발됐다.
유흥시설 영업금지 조치로 해당 호텔 지하에 있던 룸살롱 영업이 중단되자 호텔 객실에서 변종영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에서는 객실 호수가 적힌 장부가 발견됐다. 단속반원들은 장부를 토대로 객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10명을 단속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선 유흥업소 영업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업주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유흥업소 28개소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210명을 적발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유흥업소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치안력을 총동원해 불법영업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