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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군가산점, 왜 위헌이었을까



법조

    [법정B컷]군가산점, 왜 위헌이었을까

    "군복무는 희생 아닌 의무…보상의 대상 아냐"
    "가산점 제도, 장애인·여성 차별해 비례성 상실"
    가산점 넘어 군경력 인정 문제도 법정으로…재판보다 사회·정책적 합의 필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1999.12.23. 군가산점 위헌소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선고
    가산점제도는 제대군인과 제대군인이 아닌 사람을 차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제대군인에는 현역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남자와 지원에 의한 현역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여자가 포함되고, 비(非) 제대군인에는 징병검사 결과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아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남자와 상근예비역에서 소집해제된 남자, 보충역 또는 제2국민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남자와 군복무를 지원하지 아니한 절대다수의 여자가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가산점제도는 현역복무를 할 수 있는 신체건장한 남자와 청구인과 같이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남자, 즉 병역면제자를 차별하는 제도입니다. 현역복무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병역의무자의 의사가 아니라 오로지 징병검사의 판정결과에 의하여 결정되는바, 질병이나 심신장애가 있는 남자는 아무리 현역복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그 결과 제대군인이 될 수 없어 가산점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대군인 처우 문제와 성별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이슈가 되곤 했던 군가산점 논쟁이 여당의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본격적으로 대두됐습니다. 대거 이탈한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장 쉽고 빠른 처방을 들고 나온 셈인데요. 22년 전 헌법재판소는 왜 그 처방이 틀렸다고 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헌재의 결론이 바뀔만한 상황 변화가 있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을테니까요.

    1999년 헌재에 들어온 헌법소원은 당시 지체장애 3급이던 A씨가 충청남도 지방공무원 7급 공개경쟁임용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지면서 시작됐습니다. A씨는 평균 78.33점을 얻었는데 41명을 뽑기로 예정된 시험에서 응시자 중 133위에 그쳐 불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 등수는 필기시험 점수에 '제대군인 가산점' 3~5%가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군가산점을 더하지 않을 경우 A씨의 석차는 28위로 올라 넉넉히 합격권이었습니다. 실제 해당 시험에서 가산점 없이 합격한 사람은 2명에 그쳐 가산점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같은 군가산점을 규정한 구 국가유공자예우법이 위헌이라는 A씨의 주장을 헌재는 전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군 복무는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신성한 의무를 다 하는 것일 뿐, 그러한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서 이를 특별한 희생으로 보아 일일이 보상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만약 헌재가 군복무를 국민의 희생으로 보고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게 된다면, 현재처럼 징병 구조가 아니라 군복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1999.12.23. 군가산점 위헌소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선고
    헌법 제39조 제2항은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보상조치를 취하거나 특혜를 부여할 의무를 국가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법문 그대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구 국가유공자예우등에관한법률 제70조에 의한 가산점제도는 이러한 헌법 제39조 제2항의 범위를 넘어 제대군인에게 일종의 적극적 보상조치를 취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헌법 제39조 제2항에 근거한 제도라고 할 수 없고, 제대군인은 헌법 제32조 제6항에 규정된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헌법조항도 가산점제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달리 헌법상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헌재가 추가로 주목한 것은 가산점 제도가 A씨처럼 질병이나 심신장애 등의 사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거나 보충역, 제2국민역으로 복무한 사람, 징집대상이 아니어서 특별히 군복무를 지원하지 않은 여성을 차별한다는 점입니다.

    가산점 제도와 같은 적극적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는 해당 조치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집단이 생기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정당화 논리가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01년까진 국·공립학교의 채용시험에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이 응시하는 경우 만점의 10%를 가산하도록 규정한 국가유공자예우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2006년에 그 결정을 바꿔 헌법불합치를 선고했습니다.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의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면서 가산점 대상자가 많아졌는데 △실제 취업보호대상은 유공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 등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어간 현실 △공무원시험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 등의 변화로 더 이상 해당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힘들어졌다는 이유입니다.

    2006.2.23. 국가유공자예우법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선고
    가산점 수혜대상이 되는 취업보호대상자가 1984년 이후 대폭 증가해 왔고, 종전 결정 이후인 2002년에는 광주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이, 2004년에는 특수임무수행자지원에관한법률을 통해 해당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가산점 혜택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2000년부터 보훈대상자(가산점 수혜대상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보훈대상자가 되는 가족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국가공무원직 7급의 경우 국가유공자 가산점 수혜자의 합격률이 2002년도에는 전체 합격자의 30.3%(189명), 2003년도 25.1%(159명), 2004년도 34.2%(163명)에 달합니다. 국가공무원직 9급의 경우 2002년도에는 26.9%(784명), 2003년도 17.6%(331명), 2004년도 15.7% (282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 이는 일반 응시자들의 공직취임의 기회를 차별하는 것이며, 이러한 기본권 행사에 있어서의 차별은 차별목적과 수단 간에 비례성을 갖추어야만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군가산점 선고에서도 헌재는 "제대군인에 대해 (공무원채용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는) 혜택을 몇 번이고 아무런 제한 없이 부여해 한 사람의 제대군인을 위해 몇 사람의 비 제대군인의 기회가 박탈당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별취급을 통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의 비중에 비해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극심해 가산점 제도는 비례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헌재 선고 이후 보수정당에서는 가산점 비율을 2% 내외로 낮추거나 가산점 혜택을 받는 합격자 비율을 무제한에서 정원의 10~20%로 줄여 군가산점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끈임 없이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안들에 대해서도 "가산점 제도는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 없이 제대군인을 지원하려 하면서 결과적으로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한다"는 헌재의 지적이 일맥상통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가산점 비율이나 대상을 줄이게 된다면 전체 제대군인 중에서도 공무원에 지원하려는 사람. 그 중에서도 가산점으로 인해 합격에 영향을 받게 될 소수의 몇 명만 혜택을 보게 돼 사실상 보상으로서의 의미도 크지 않습니다. 제대군인에 대한 여러 사회정책적 지원을 고민하기 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1~2%의 군가산점제도를 도입해 놓고, 정치권만 공치사를 나누며 마치 문제가 다 해결된 듯한 착시효과만 줄 수도 있습니다.

    1999년 헌재 결정을 들여다보다 보니 군가산점에 대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습니다만, 사실 요새 가장 화두는 채용 시 가산점보다는 직장에서의 군경력 인정 여부일겁니다. 취업 후 호봉 산정이나 경력인정, 승진평가 등에 반영되던 군경력을 두고도 차별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일부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소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대에 2년 가까운 시간을 국가를 위해 바친 것이 취업과 직장생활에서 어떤 식의 '불이익'으로 돌아오는지. 다른 취업약자 계층에 비해 현저한 수준의 불이익인지. 그 불이익을 다소 시정하면서도 상대 집단을 불리한 위치로 몰지 않는 수준의 조치를 어떻게 설계할지. 시정조치의 부담을 기업에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법정이나 판결문이 아닌 국회에서 그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보고 싶은 것은, 법원 담당 기자만의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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