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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변요한이 '자산어보' 창대에게 배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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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변요한이 '자산어보' 창대에게 배운 세상

    '자산어보'를 만든 사람들 ① 정약전의 벗이자 스승 창대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창대 역 배우 변요한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창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변요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창대는 흑산도와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청년 어부다. 어려서부터 밥 먹듯이 해 온 물질로 바다 생물과 물고기 가는 길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부지만 그의 최대 관심사는 글공부다. 그는 글을 배워서 사람 노릇을 하며 사람대접을 받고 싶다.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등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있지만, 제대로 된 스승이 없기에 한계에 부딪힌다. 그런 창대에게 흑산도로 유배 온 사학죄인 정약전이 글공부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자신에게 물고기 지식을 알려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성리학이 진리라고 여기는 창대는 정약전과 말도 섞지 않으려 했지만, 그와의 거래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후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벗이자 스승이 되어간다. 이러한 창대를 연기하며 배우 변요한은 영화 안팎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고 말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변요한에게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변요한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창대를 그려내고 싶었다

    변요한은 보통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면 인물과 자신의 닮은 구석을 찾는다. 어떤 시나리오를 봐도 극 중 인물과 자신 사이 닮은 점이 있었다. 그러나 '자산어보' 속 창대는 이전과는 달리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변요한은 "나와 닮은 뿌리를 찾고 파생시켜야 하는데 창대는 그 방법을 모르겠더라. 창대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창대는 누구와도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오히려 타인을 보면서 창대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됐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창대를 찾기가 힘들었던 지점은 정말 (나와) 많이 닮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도 마찬가지고, 주변 사람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현실에 부딪히기도 해요. 그런 지점들을 보고 저 또한 같이 느끼고 생각하면서, 창대의 뿌리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누구든 반항심이 있고, 꿈이 있고, 야망 아닌 야망이 있고, 그것 때문에 무너질 수 있죠."

    변요한은 자신이 창대의 마음을 진정 이해했던 건 현장에서였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만난 정약전, 가거댁을 비롯한 흑산도 주민들, 그 외 여러 인물과 만나고 조화를 이루며 창대가 됐다.

    그는 "정말 많은 선배님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창대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그런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게 대본에도 나와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창대의 향기가 날 수 있도록 잘 묻어서 흘러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창대를 통해 용기를 배우고, 고마움을 느낀 변요한

    창대는 구체적인 서술 없이 그의 이름과 '자산어보'에 서술된 몇 줄만이 전부인 인물이다. 그의 모습, 성격, 행적 등은 전부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변요한은 실존 인물의 허구적 삶을 재해석해야 했다.

    변요한은 "창대의 이름과 그에 관한 몇 마디가 서문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정약전이 얼마나 큰 그릇의 사람인지가 증명된 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창대라는 인물을 감독님께서 만들어주셨지만, 그에게는 그만의 업이 있고 그의 내부적인 구조에서 나오는 심리가 있고 마음이 있었다"며 "그렇기에 좀 더 과감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님이 한 인터뷰에서 '뜨거운 사람 옆에 뜨거운 네가 있고 내가 있다'고 말씀하셨듯이, 저도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연기하는 동안은 창대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섬 토박이 청년 창대는 어려서부터 밥 먹듯이 해 온 물질로 바다 생물과 물고기 가는 길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부다. 그런 창대의 최대 관심사는 글공부고, 글공부를 통해 출세하고 싶다는 욕망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

    혼자 글공부를 하며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창대는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는 정약전의 제안을 못 이긴 척 받아들인다. 그 와중에도 창대의 마음에는 출세를 향한 욕망이 들끓고 있었다. 결국 그는 흑산도를 벗어나 원하던 벼슬을 얻는다. 그러나 책을 벗어난 세상에서 비로소 창대는 혹독하리만치 세상을 배우고, 진정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게 된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러한 창대를 연기하며 변요한은 '용기'를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창대를 통해 용기를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되게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의 내가 참 감사하다. 여러 가지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짜 변요한이 창대였으면 어땠을까 궁금증도 가졌다. 그걸 묻혀서 창대한테 표현하고 싶었다"며 "나는 창대가 누구보다 젊은이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들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창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변요한에게 '사람 노릇' '사람대접'에 관해 물었다. 영화 속 창대는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글공부를 해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양면적이면서도 복선적인 말이라 생각했어요. 윗사람한테 이야기하는 말일 수도 있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도 생각했죠. 영화에는 당시(조선 후기)의 세금 문제, 착취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나와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결국에는 자신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흑백의 화면이 변요한에게 알려준 것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 '자산어보'는 흑백으로 정약전과 창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렇기에 인물의 눈빛이나 표정이 더 두드러지는 것은 물론, 그들이 자산어보에 담아내고자 했던 자연 역시 선명하게 표현된다.

    변요한은 "흑백도 컬러"라고 강조하며 "현장에 있을 때는 모든 순간이 컬러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신기한 게 잘 보면 지나가는 벌레들도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게 진짜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그동안 봐야 할 것도 못 보는 그런 좁은 시야를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자산어보'를 찍으면서 하늘도 오랜만에 봤고 밀려오는 파도에 두려움도 느껴봤는데, 그런 것들이 다 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작은 것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만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처음에는 겁도 났다. 그러나 흑백의 세상은 변요한에게 더 큰 것을 가져다줬다.

    "처음에는 겁이 났어요. 흑백이라서 정말 눈빛이나 표정, 주변 풍경의 형태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모니터링을 한 번 하고 나서 오히려 과감하게 마음을 내려놨던 것 같아요. 서툴더라도 거짓말하지 말고, 이해되지 않으면 대사를 하지 말자. 이해하고 나서 말하자고 생각했어요. 조금은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연기일지라도, 한 번 정말 기술이 아닌 진실하게 가보자 생각했던 거 같아요. 아주 좋은, 두 번은 없을 기회일 거 같아요."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설경구 그리고 이준익 감독

    영화 내내 가장 많이 함께하며 자연과 학문을 나눈 사이가 바로 창대와 정약전이다. 서로에 대한 오해도 있었지만, 이후에는 티격태격하며 유대감을 키워나갔다. 그만큼 창대와 정약전을 맡은 변요한과 설경구의 호흡이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설경구 선배님은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님이고,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 작품에도 늘 들어가 계셔서 항상 뵙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준익 감독님도 마찬가지인데, 두 분을 한 번에 만났다"며 "그래서 엄청 설레고, 많이 흥분했었다"고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영화를 찍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정말 좋은 후배가 되고 싶었다"며 "설경구 선배님은 이준익 감독님이 말씀하신 선비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정말 무수히 노력하셨다. 그런 걸 보면서 준비하고 배워 왔고, 발자취를 따라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나고 싶었던 또 다른 인물인 이준익 감독에 관해 묻자 변요한은 곧바로 "최고입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감독님은 장점만 보고, 약점은 눈감아 주신다. 사실 그게 쉽지 않은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다"며 "다음에 이준익 감독님과 만날 배우분들이 부러울 정도로 굉장히 훌륭하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변요한은 다른 사극 작품과 다른 이준익 감독의 사극이 갖는 차별점으로 '미시적인 관점'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은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굉장히 미시적인 관점으로 보시는데, 그런 지점이 소박해 보이지만 나는 훨씬 더 거대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을 만날 때도 한 명을 정확하게 아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한 인물에 집중해서 그로부터 파생해 더 집중력 있게, 더 공감할 수 있게, 더 친구가 될 수 있게 연구하는 감독님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창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변요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실패해도 된다. 실패해도 멋진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이준익 감독은 조선 후기를 휩쓴 거대한 역사적 흐름이 아닌 정약전과 창대라는 개인을 통해 당대를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나이와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자 벗이 된 존재가 있다. 그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들여다봤고, 사상과 정치와 시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변요한에게도 창대와 정약전 같은 존재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약전 선생님이다. 설경구 선배님을 많이 의지했다. 그런 관계다"라며 웃었다.

    이어 "정말 좋은 어른이 딱 다섯 분 계신다. 정말 운이 좋게"라며 "나머지 네 분은 비밀로 하겠다. 아, 이준익 감독님도 포함이다. 그럼 세 명이 비밀"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창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꿈을 갖고 용기를 가져라. 실패해도 된다. 실패해도 멋진 것이다. 부딪혀라. 이것이 제가 작품을 하면서 창대에게 가진 마음이고 배웠던 마음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그 실수를 인정해주고 눈감아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완벽하게 성공한 삶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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