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단 한 명뿐인 보건교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있어요. 코로나19 방역체계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선 학교의 보건관련 업무가 폭증하면서 보건교사들이 극심한 업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눈코뜰새없는 코로나19 방역업무로 한계치에 몰리는 상황에서 환경관련 시설관리 업무까지 주어져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
충북지역 모 초등학교 보건교사 A씨는 "지난해부터 아이들 발열 측정 지도부터 방역인력 계약과 인건비 지급, 출석인정 처리, 의심증상 발생 현황 파악과 방역물품 관리까지 보건교사는 학교 전체를 총괄하는 방역관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실은 수천개의 방역물품을 관리하고 배부하면서 창고가 돼가고 있고, 코로나19 관련 공문으로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도내 모 중학교 보건교사 B씨는 "수질과 공기질 검사, 용역업체 감독, 미세먼지 차량 2부제 예외차량 관리와 학교주변 유해환경 단속 등 권한도 없는 시설관리 책임자로 내몰리면서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라는 법적 책임을 수행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B씨는 "혼자 수백, 수천 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시설관리로 자칫 학생 건강관리와 방역에 균열이 생길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현 기자
이처럼 코로나19로 방역업무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일선 학교에서 적절한 업무 배분없이 보건·환경업무가 여전히 보건교사에게 집중되면서 교원노조가 교육당국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5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선 보건교사들의 업무 경감 대책 마련을 도교육청에 촉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보건교사의 업무 정상화없이는 코로나19 학교방역도, 학생을 위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도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며 교육감은 현장의 현실을 파악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현재 도내 807개 각급 학교 가운데 75%인 602개 학교에만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다.
나머지 205개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는 새학기 들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보건교사나 간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임시 인력 채용에 나섰으나 지원자가 없어 지금까지 인력을 확보한 곳은 26%인 54개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