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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역사팔이' 방송작가들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



칼럼

    [칼럼]'역사팔이' 방송작가들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

    무능한 철종이 성군, 백성을 팔아먹은 민비가 국모가 되는 드라마
    이러다 매국노 이완용이 근대화의 선구자가 될라
    어느 정도 각색이 불가피하더라도 역사적 기본 얼개는 지켜야
    시청률만 의식한 역사왜곡은 가짜뉴스와 같은 것
    역사왜곡의 중심에 방송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엄중 인식해야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조선구마사(왼쪽), 철인왕후 포스터. SBS·tvN 제공

     

    일본은 1854년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 개항한 이후 유럽 여러 국가들과 조약을 체결하고 서양의 근대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막번체제를 무너뜨리는 대정봉환을 거쳐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근대국가로 탈바꿈한다.

    같은 시기 조선은 철종 임금의 시대였다. 철종은 '어쩌다 왕'이 된 그야말로 한심한 군주다.

    당시 조선은 풍양조씨와 안동김씨 일가의 세도정치로 삼정이 문란해 백성들의 삶은 피폐하기 그지 없었다. 근대화는커녕 주변 세상 돌아가는 정세조차 살피지 못해 몇 년 뒤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는 단초가 된다.

    역사학자들은 철종을 선조, 인조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최악의 군주로 꼽는다.

    그런 철종이 얼마전 끝난 드라마 '철인왕후'에서는 더없는 성군이 됐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SBS 제공

     

    이번에는 모 방송사의 '조선구마사'라는 드라마의 역사왜곡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종대왕을 비롯한 형제들에 대한 묘사가 역사적 사실에서 한참 벗어난 엉터리인데다 중국풍으로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중국의 김치공정과 한복공정으로 가뜩이나 화가 난 국민들의 자존심을 우리나라 방송사가 건드린 것이다.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반발이 확산되자 방송사측은 결국 26일 드라마 방영을 포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의 심각한 역사왜곡은 이뿐이 아니다.

    '기황후'라는 드라마는 자신의 계모와 장모를 겁탈하고 주색과 살인을 서슴지 않은 희대의 폭군 고려 충혜왕을 로맨티스트로 그렸고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는 실정을 거듭한 선덕여왕의 출생을 왜곡하고 김춘추 등 주변인물 묘사가 완전히 엉터리다.

    드라마 '명성황후'에서는 조선멸망의 원흉인 민비를 '조선의 국모'로 미화해 지금까지 민비를 위인으로 착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재해석과 각색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사료 부족 때문에 어느 정도 상상이나 추정에 따른 묘사도 불가피하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실린 명성황후 추정 삽화. 연합뉴스

     

    그러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역사적 얼개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하고 허구나 왜곡은 더욱 안된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역사책 보다 드라마에서 역사를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중문화를 쉽게 수용한다.

    드라마 작가들이 국민의 생활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셀럽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나름의 지성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직업이다.

    아무리 상업주의적 동기를 외면할 수 없다하더라도 역사를 팔아 시청률을 올리는 어줍잖은 지식팔이를 자제해야 한다.

    '조선구마사'에 등장하는 중국식 음식들. 방송 캡처

     

    단순히 중국풍을 흉내냈다는 비판 정도로 책임의 크기를 갈음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퓨전사극이라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드라마의 역사왜곡은 가짜뉴스와 다를 바 없다.

    지금 국내외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사왜곡의 중심에 방송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일본이 조선침략을 준비하던 시기 조선의 국정을 뭉갠 철종이 위대한 임금이 되고 민씨 일가의 권력을 위해 외세에 빌붙어 조정과 백성을 팔아먹은 민비가 미화되서는 안된다.

    이러다, 매국노 이완용도 근대화를 앞당긴 위인으로 재탄생시키는 드라마가 나올까 두렵다.

    단재 신채호 선생. 연합뉴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민족을 버리면 역사가 없고 역사를 버리면 민족이 없다"라고 말했다.

    신채호 선생이 지금 시청률을 위해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는 방송작가들을 보면 죽비를 들 것이다.

    이번 '조선구마사' 파동이 방송작가들의 깊은 성찰과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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