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원전 1·2호기. 연합뉴스
한울원전 1·2호기 발전 정지의 주범이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인 '살파'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생물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2시쯤 한울원전1·2호기(가압경수로형, 95만kW급) 취수구에 플랑크톤인 '살파'가 다량 유입돼 순환수 펌프가 가동을 모두 정지했다.
이로 인해 한울 2호기는 발전소 터빈과 원자로 가동을 정지했고, 1호기는 터빈을 정지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살파'가 취수구를 통해 유입되자 이물질을 거르는 설비인 '드럼 스크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냉각수가 부족해져 원전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뜨거워진 원자로의 열을 식히기 위해 하루 3천만t 가량의 해수를 냉각수로 이용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원전 취수구에 해양생물이 유입돼 가동을 정지한 건 이번을 포함해 모두 4건이다.
2001년에는 해파리와 새우, 2006년에는 새우로 인해 한울 1,2호기 가동이 중단됐었다. 살파로 인한 가동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안을 하얗게 뒤덮은 송곳 살파류. 연합뉴스
살파는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는 제트추진 방식을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동물성 플랑크톤이자 대표적 부유생물 가운데 하나다.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몸길이가 1~10㎝ 정도나 돼 큰 것은 어른 주먹 크기만 하다.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일반 식물성 플랑크톤과 비교된다.
젤라틴 성분으로 된 투명한 피낭으로 둘러싸여 있어 몸 내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는 물고기나 바다거북 등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보호색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8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살파목에 모두 2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온대와 열대, 한대 등 모든 해역에서 발견되고, 사는 곳도 심해저부터 천해에 이르기까지 넓어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바다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이번에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살파는 한류에 사는 종류 중 하나로 추정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윤석현 박사는 "살파는 바다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만큼 원전 취수구를 막은 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면서 "바다를 떠다니던 살파가 원전 온배수로 인한 수온 변화나 해류, 바람 등의 영향으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취수구를 막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취수구 막힘을 방지하기 위해 그물망 설치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살파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드럼 스크린'의 처리 용량을 벗어나 취수가 중단됐다"며 "새우와 멸치 등 원전 취수구를 막는 해양생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 취수구를 깊은 바다에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