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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청각장애인이 목소리를 찾는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사회 일반

    "AI로 청각장애인이 목소리를 찾는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 2021-03-18 10:00

    보청기·휠체어..우리는 '장애인 사이보그'
    비장애중심주의적 기술만능론을 경계한다
    소수만 접근하는 첨단기술, 무슨 의미 있나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 (김종대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김원영 변호사 (책 '사이보그가 되다' 공저자)


    ◇ 김경래> 오늘 특별한 손님 모셨습니다. '사이보그가 되다' 라는 제목의 책, 들어보셨나요. 요새 엄청난 베스트셀러라고 하던데. 이게 어릴 때부터 선천적인 장애를 가졌던 변호사 한 분과 그리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소설가 한 분, 그 두 분이 쓴 장애에 대한 책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인간에 대한 책이라고 할까요. 과학기술과 장애인이 맺는 관계. 여러 가지 좀 복잡한 얘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도 읽어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제가 일일 대타로 하면서 이분을 만나게 될 수 있었던 게 영광일 것 같습니다. '사이보그가 되다' 라는 책을 쓰신 김원영 변호사님 스튜디오에 특별히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원영> 안녕하세요.

    ◇ 김경래> 휠체어를 타고 오셨어요, 그렇죠?

    ◆ 김원영> 네.

    ◇ 김경래> 청취자분들은 지금 라디오로 들으시니까 안 보이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면 여쭤봐도 되는 건가요? 어떤 장애나 어떤 불편을 갖고 계신 건지.

    ◆ 김원영> 책에도 얘기하니까 말씀드리는 게 어렵지는 않고요. 저는 이제 어떤 희소한 긴 질병명이 있는데 그거 때문에 보행이 어렵고 그리고 또 골격계가 좀 약하고 그런저런 이유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 김경래> 사이보그가 되다, 이게 책 제목이에요. 이건 본인이 사이보그다, 이런 뜻으로 들어도 되는 거죠?

    ◆ 김원영> 저희가 요새 사이보그의 개념을 다르게 재구성하려고 하기는 했는데 일단 1차적으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김초엽 작가님도 보청기를 쓰고 저는 휠체어를 쓰고. 어떤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가 보통 사이보그의 사전적인 정의가 그렇게 보면 '많은 장애인들이 사실 사이보그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경래> 저도 SF소설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좀 다르잖아요. 사이보그가 다르고 휴머노이드 좀 다른데 그거 간단하게 좀 설명 좀 해 주세요, 청취자분들에게.

    ◆ 김원영>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얘기하면 그건 사실은 로봇이죠.

    ◇ 김경래> 전체가 기계인 건 휴머노이드.

    ◆ 김원영> 인간의 어떤 특성이나 인간적인 행동, 인간적인 사고까지 이런 것들을 닮은, 그런 것들을 모방하는 그런 존재를 보통 휴머노이드한 로봇이라고 이야기를 이야기하고요. 사이보그는 좀 넓은 개념, 유기체. 동물과 기계의 결합일 수도 있고요. 이를테면 요즘 유기견들 중에서 잘 걷지 못하고 이런 견들에게 바퀴 같은 거 달아서 걷게 해 주는 이런 것도 하더라고요.

    ◇ 김경래> 그래요?

    ◆ 김원영> 일종에 강아지 휠체어인 거죠. 우리가 넓게 본다면 그런 강아지와 결합한 어떤 바퀴 그 존재도 우리가 사이보그라고 얘기할 수 있고. 1차적인 의미는 그렇습니다.

     


    ◇ 김경래> 그러면 본인이 사실은 귀에 보청기를 했다고 사이보그다, 보통은 안 그러잖아요,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그렇게 얘기 안 하는데 그런데 저도 책을 읽어보니까 김원영 변호사님께서도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타다 보니까 휠체어가 거의 몸의 일부로 인식이 됐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요?

    ◆ 김원영> 확실히 그렇게 좀 경험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게 그냥 단순히 도구에 그치는 게 아닌 거죠.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또 특히 저희가 책에서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이 그 차이인데. 이를테면 김초엽 작가님한테 보청기는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는 기기이지만 가급적 빼고 있고 싶은. 오래 끼고 있으면 좀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이런 어떤 장비라면 저한테 휠체어는 굳이 안 타도 되는 공간에서도 타고 있는 게 좀 더 익숙하고 편한 이런 도구에 가깝고 그러니까 이것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어쨌든 그것이 개인의 경험이든 어떤 사회적인 시선이든 그런 어떤 보조기기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이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그냥 도구 이렇게만 얘기할 수 없는 복잡한 맥락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그런데 저는 그걸 읽으면서 참 놀랐어요. 이게 사실은 장애인들 혹은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든 도구들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편하지 않다라는 거. 그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나는 보청기 끼면 굉장히 잘 들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김초엽 작가는 계속 그게 그렇게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휠체어도 처음에 익숙해지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린다면서요, 그렇죠?

    ◆ 김원영> 그렇죠.

    ◇ 김경래> 그 부분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사실은.

    ◆ 김원영> 그러니까 그걸 우리가 쉽게 얘기하면 아직 기술이 미발달해서 그래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또 그렇게만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어떤 장비를 내가 쓴다는 거는 그 주변 환경이 어떻게 돼 있는지 그걸 또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지도 중요하잖아요. 내가 휠체어를 타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휠체어라는 장비 자체가 불편한 것도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이를테면 이걸 타고 갔을 때 뭔가 갈 수 없는 장소가 많다든가 또는 사람들은 다 서서 얘기하고 이러는데 이걸 타고 있으면 항상 위를 올려다보면서 뭔가 얘기해야 된다 이런 상황들이 다 같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그냥 이 휠체어 비싸고 고가고 막 첨단이라서 계단도 올라갈 수 있는 거야라고 얘기하더라도 정작 그걸 이용하는 사람은 항상 어떤 불편함과 이런 것들이 늘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김경래> 지금 김초엽 작가님 계속 얘기를 하는데 김초엽 작가님은 사실 제가 팬입니다. (웃음)

    ◆ 김원영> (웃음) 그러시군요.

    ◇ 김경래> 소설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김초엽 작가님한테 먼저 작업을 하자고 제안을 하셨다면서요, 변호사님께서. 왜 김초엽 작가를 선택을 하셨어요?

    ◆ 김원영> 사실 김초엽 작가님이 데뷔하기 전에 저희가 SNS 연결돼 있었어요. 직접 만난 사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저렇게 연결돼 있었고 김초엽 작가님도, 제가 이전에 단독 책을 냈던 게 2018년도인데 그때 김초엽 작가님 데뷔를 하시기 전인데 그걸 읽고 또 저를 알고 계셨고 그런 사이였는데 그때부터 이제 이렇게 글 올리시는 걸 보면 제 입장에서는 되게 자연과학 연구자이고 이러신데 또 뭔가 이런 장애에 관한 감수성이나 문제의식 같은 것도 첨예하게 갖고 계시고 그래서 저분과 한번 어떤 작업이든. 그게 글이 됐든 이야기가 됐든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김초엽 작가님이 소설가로 데뷔하신 거죠.

    ◇ 김경래> 소설 작가가 되기 전에 보셨구나.

    ◆ 김원영>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 더 이분하고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메일을 보냈고. 그런데 제가 많은 곳에서 이야기했지만 제가 그 메일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김초엽 작가님 지금처럼 유명한 분이 아니었고. 그래서 제가 숟가락을 얹기 위해서 메일을 보낸 건 아니고 정말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 분이어서 메일을 보냈는데 그 이후에 김초엽 작가님이 2019년도에 작품집이 너무나 유명해지고 알려지면서 바쁜 분이 되었습니다.

    ◇ 김경래> 두 분이 그러니까 뭔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먼저 연락을 하실 거 아니에요. 제일 큰 공통점이 뭐예요. 어떤 장애라든지 인간의 몸이라든지 기술이라든지 바라보는 관점의 공통점이 뭡니까, 두 분의?

    ◆ 김원영> 제가 처음 생각했던 건 일단 장애가 있는 당사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감각을 세우고 있고 또 거기서 들어오는 어떤 감각들이나 이런 것들 늘 고민이 많고, 그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글로 그걸 많이 쓰는 사람이란 말이죠. 김초엽 작가님 소설가가 아니었을 때도 그런 글들을 많이 쓰셨기 때문에 저는 장애의 경험을 물론 저희가 다른 타입과 경험을 하기는 하지만 또 장애라고 하는 것이 또 공통된 경험이 있잖아요. 사회가 바라보는 낙인이라든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 점. 장애라는 경험을, 몸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 고민과 문제의식을 글로 쓰고 또 쓰고 싶어하는 그 점이 제일 큰 공통점이었던 것 같아요.

    ◇ 김경래> 이제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여쭤볼게요. 사실 책 내용을 다 다루기는 좀 쉽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짧은 시간에요. 그게 좀 인상적이었던 게 기술에 대한 관점인데 이 장애를 극복한다고 보통 얘기하잖아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극복하고. 그런데 그 극복의 어떤 수단이 보통 과학기술이고요. 어떤 과학기술이 뭔가 멋진 걸 만들어내서 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그걸로 장애인들이 보통의 사람들,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어떤 생활을 하게 되는 그 서사들에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우리가. 그런데 그게 실제가 아니라 약간 판타지에 가깝다, 그런 얘기더라고요. 이게 그런데 왜 실제가 아닌지에 대한 얘기를 좀 해 주세요. 왜 그런지.

    ◆ 김원영> 우선 저희가 가끔 이렇게 TV에서 어떤 미국의 무슨 대학교에서 무슨 실험했는데 그 슈트를 입고 걷는 이런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 김경래> 그렇죠, 걷지 못하는 분이.

    ◆ 김원영> 전혀 걷지 못했다가 갑자기 그걸 입고서 막 걸어다니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가끔 보잖아요. 물론 이 이야기의 전제는 그런 의학이나 과학기술들의 어떤 성과 자체를 부정하는 건 전혀 아니고요. 당연히 그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테면 저만 해도 또 어렸을 때 이런 정형외과적인 시술을 받으면서 제 몸 상태를 안정화시키고 또 휠체어를 타고 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이런 게 가능해진 것이니까 당연히 그런 어떤 과학적인, 의료적인 지적인 시도들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고요.

    그런데 그것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건 특히 이 책에도 제가 썼지만 어떤 줄기세포 연구가 얼마가 되면 갑자기 휠체어 안 타도 벌떡 일어나서 걷고 이런 것들 상상하고 거기에 아주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기도 하고 또 슈퍼맨 연기를 했던 크리스토퍼 리브 같은 배우도 자기가 장애를 입은 다음에 막대한 연구비를 대면서 그걸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렇게 하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연구들이 우리가 언론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진척이 매우 느릴 뿐 아니라 그 연구 그러니까 김초엽 작가님과 제가 주로 성장했던 10대, 20대를 보냈던 2000년대와 2010년대의 현실은 어땠냐면 그런 연구들의 발전이 아니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하고 이것으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어떤 사회 제도나 시스템이나 어떤 문화 같은 것들을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이 쭉 있었거든요. 그게 바꾸어놓은 결과가 너무나 드라마틱한 거예요, 사실 지난 한 20년 동안.

    김원영 변호사

     


    저는 아주 강원도의 한 시골에서 태어났고 자랐는데 그리고 특수학교를 다녔고 그랬는데 제가 그때와 지금 다른 삶을 산다면 그게 무슨 첨단 휠체어를 타거나 대단한 의학기술의 혜택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이 바뀐 거죠. 법과 제도로 바뀌고 사회적인, 물리적인 인프라가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는 사실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우리가 그런 기술들에 기대하는 것에 비해서 현실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변화한다라는 것이고요.

    결정적으로 그런 것들을 기대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누구나 기대할 수 있죠, 당연히. 전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만을 기대하고 거기에 많은 자원과 우리의 관심을 쏟는 사이에 사실은 그동안에 오히려 우리가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관심을 쏟았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이제 어떤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회 속에서 사라져간 것이죠. 사실 그런 분들에 대한 저희가 지난 시간들 돌아보면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연구자분들이 열심히 하시면 좋죠. 하지만 그것이 마치 당장 우리를 구원해 줄 것처럼 열광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그 사소한 것이라도 주목하고 또 그 기술이 잘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이런 게 더 필요하다, 이런 측면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 김경래> 그런데 지금 아까 잠깐 말씀해 주셨는데, 뭔가 줄기세포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면 앉아 있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고 이런 일들이 생길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게 대표적인 게 황우석 교수 사건이었는데 그전에는 그런 어떤 기대라든가 그런 것도 꽤 있었거든요, 널리 퍼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건이 변호사님한테 굉장히 큰 영향을 줬다면서요.

    ◆ 김원영> 저한테는 아주 강렬한 인상이 있는데요. 왜냐하면 특히 그게 물론 워낙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사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그때 학부생, 대학교 학부생 때.

    ◇ 김경래> 그랬어요?

    ◆ 김원영> 특히 그때가 어떤 시기냐면 제가 그전까지는 뭔가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장 얻으면 나는 장애인같이 안 살 수 있어, 이런 생각을 막 하던 청소년이 대학에 들어와서 굉장히 이런 어려움을 겪고 시설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그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우리가 보니까 장애라고 하는 게 꼭 내가 못 걸어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당장 내가 이거 강의실도 못 들어가는 게 더 문제 아니냐. 이러면서 가까스로 장애가 있고 내가 어떤 질병이 있지만 이 자체로도 얼마든지 내가 당당할 수 있고 이 자체로 나는 어떤 고유한 한 개인이야라고 생각을 막 갖춰가던 시기였는데.

    그때 황우석 교수의 어떤 연구 결과가 논쟁이 되면서 학교에 제가 다니던 학교 정문 그런 데에 시위하시는 분들이 온 것이죠. 그 연구 결과가 거짓이라는 발표가 있은 다음에 그분이 모여서 이게 조작, 황 교수를 음해하는 자들의 이러면서 시위를 하고 또 그 시위대에는 또 휠체어를 탄 분들이 한두 명 오셔서 참여하기도 하고 그때 제가 그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때니까 저한테 굉장히 좀 어려운 상황이었죠.

    왜냐하면 이제 가까스로 내가 장애가 있는 내 몸을 좀 받아들이고 이제 나도 이 자체로 어떤 당당하게 학교의 구성원이야,시민이야 이렇게 생각을 갖춰가고 있는데 거기서는 이제 너희가 이거 황 교수의 연구를 막아서 지금 내가 이 장애를 갖고 평생 살아야 되는 게 아니냐, 이게 말이 되냐 이러면서 막 이런 거 호소하는 분들을 만나니까 저로서는 좀 심경이 복잡했고 그때 당시에 어떤 사회적 상황들이 좀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하나 여쭤보면요. 흔히들 감동을 하는 어떤 장애인 서사가 있어요. 특히 광고 같은 데서 많이 나오는 건데. 목소리, 말을 못하는 그런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AI 같은 걸로 만들어서 선물을 한다든가 혹은 의족이 굉장히 보통 사람들이 걷는 것과 유사할 정도로 좋은 의족 같은 것들 기술을 개발해서 의족을 선물한다든가. 그러면 그 불편을 겪고 있었던 사람도 기쁘고 주변의 가족들은 다같이 울고 그걸 보는 그 화면을 보는 사람들도 다같이 감동하고. 저도 되게 감동적이었거든요, 그 광고가. 그런데 그걸 보면서 불편했다고 하시는 대목이 있었어요. 왜 불편한 겁니까, 그게?

    AI 기술을 활용한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

     


    ◆ 김원영> 그러니까 일단은 제가 그 어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각자의 상황이 다 다르잖아요. 어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어떤 기술력을 갖고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그 자체는 좋은 것이죠. 그런데 저희가 좀 비판적으로 주목했던 건 첫째로 그 말씀하신 목소리를 찾아주는 AI 광고에서도 김초엽 작가님 쓰신 부분에 나온 건데요. 거기서 AI가 목소리를 복원해 주는데 그 목소리가 없다고 설정된 그분은 수화를 사용하는 분인 거예요. 그러니까 수어로 자기의 어떤 언어를 충분히 갖고 있는 분이죠. 그런데 어쨌든 음성으로 정확히 말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분이다 보니까 AI가 이분의 음성을 복원해 주는 것이죠. 구강 구조나 이런 거 해부학적으로 분석해서 하는 건데 김초엽 작가님 쓰신 내용을 보면 이렇거든요. 이분(광고 출연자)이 수어로 말을 할 때 그 수어로 하니까 자막이 나와요, 밑에.

    ◇ 김경래> 그렇겠죠.

    ◆ 김원영> 왜냐하면 많은 시청자들은 수어를 모르니까 이분이 하는 말을 자막을 보면서 아는 거죠. 김초엽 작가님도 그 자막을 보면서 저분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구나를 알았다가 목소리가 복원되는 순간 자막이 사라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분의 목소리를 찾아줬다라고 그 기술의 성과를 보여주면서 이분이 음성을 말하고 가족들은 감동하는데 정작 김초엽 작가님은 그걸 보고 있다가 이분이 목소리를 찾는 순간 자막이 사라지면서 자기는 오히려 전혀 들을 수 없게 된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어떤 상징적인 계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목소리를 찾아주는 것이냐. 그 목소리는 수어를 사용하거나 혹은 문자를 봐야 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고 철저하게 청각장애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인 거죠. 그래서 그런 어떤 접근과 관점들, 어떤 개인의 가족과 가족들이 바라는 희망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들 같은 것이 철저하게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의식입니다.

    ◇ 김경래> 저도 그 대목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소리를 못 듣는 분이 처음 들었을 때 진짜 감동적이기만 할까?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다, 오히려.

    ◆ 김원영> 아주 시끄럽고 그럴 수도 있죠.

    ◇ 김경래> 그렇죠. 조용한 세상에 살다가. 그게 참 모든 것들이 비장애인 중심적인 전제, 관점 이런 것들로 설정이 돼 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인 것 같은데 기술도 그렇다는 거잖아요, 과학기술도.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그런 어떤 비장애인 중심적인 그런 기술이 아닌 다른 기술이라면 어떤 기술이어야 됩니까? 어떤 방향이어야 됩니까?

    ◆ 김원영> 실제로 어떤 분들한테는 휠체어가 훨씬 더 첨단 휠체어가 있어서 한두 개 계단을 올라갈 수도 있겠죠. 그런 기술들이 있다면 좋겠죠. 그러나 그런 것들이 만들어질 때 그것이 얼마나 그러니까 극소수의 사람들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분될 수 있는 것인가라고 하는 어떤 정의의 문제도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어떤 첨단기술을 개발했을 때 그것이 한 사람을 걷게 만드는 것이 주는 어떤 사회적으로 열광하는 효과는 있지만 정작 다수의 사람들은 아무 접근할 수 없는 이런 것이 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3월 12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의 완전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여의도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 김경래> 설사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 김원영> 그래서 그런 것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지금 현재 직면해 있는 문제들 이를테면 이런 거죠. 지금 많은 장애인분들이 육아를 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아이를 돌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이 휠체어 타는 여성을 벌떡 일으켜세우는 혹은 남성을 벌떡 일으켜세우는 기술에 주목하기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아이를 돌보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소하지만 어떤 기술들을 통해서 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게 할 것인가라든가 또는 어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필요한 어떤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것들에 저는 더 많이 주목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아주 안타까운 건 병원에 가면 병원 시스템이 굉장히 최근에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여러 가지 전산화가 되고 디지털화되면서 다 키오스크가 도입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이 기술적으로 보면 굉장한 발전인데 그 병원 환경에서 이 병원을 지금 이용하는 절대다수인 많은 노인분들이 이분들은 거기서 사용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의 기술의 목표는 돌봄에 취약한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어떤 것이 개발되면 좋겠는데 지금은 그런 거라기보다는 어떤 시스템이 매끄럽고 착착착 전개되고.

    ◇ 김경래> 싸게.

    ◆ 김원영> 그렇죠, 저렴하게 효과적으로 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작 그 안에서 그것을 이용해야 되는 사람들은 아주 많이 소외되고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들도 장애나 나이가 드신 분들이나 이런 분들이 어떤 기술 이용자로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이런 고민들이 좀 많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경래> 책으로 다시 돌아가서요. 그 책에 그런 대목이 있어요. 되게 재미있는 제목인데 청테이프 같은 영웅, 이게 변호사님이 쓰신 대목이잖아요. 이게 무슨 뜻이에요? 청테이프 같은 영웅?

    ◆ 김원영> 우선 청테이프적인 영웅이란 그 표현 자체는 영화 마션에서 김혜리 기자님께서 맷 데이먼을 묘사하시면서 쓰신 표현이에요.

    ◇ 김경래> 화성에서 혼자 생존하는 그 영화요.

    ◆ 김원영> 뭔가 좀 투박하고. 그때 맥락은 이런 거죠. 막 첨단, 세련된 과학기술자는 아니고 어딘가 투박하고 어설퍼 보이고 이렇지만 뚝딱뚝딱 뭔가 자기 삶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고 누군가의 도움을 또 받아서 거기를 결과적으로 탈출하는 이런 인물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이 표현 자체를 조금 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현실에 가지고 오고 싶었어요.

    그리고 들여다보니까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데 뭔가 지금까지 많은 장애인들이 아주 비싼 기계들을 이용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니까 정말 그런 거죠. 뭔가 어딘가 널려 있을 것 같은 이런 도구들을 가지고 자기 휠체어를 고치하고 수선하고 의족을 편하게 개조하고 또는 아버지가 자기 자녀를 위해서 자동차를 막 고쳐서 뒤에 휠체어가 들어가게 만들고 이런 것들을 하면서 사실 지금까지 많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상을 누려왔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이것이 굉장히 화려한 도구는 아니지만 어디에나 필요한 아주 청테이프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청테이프라는 비유가 주는 한 가지는 이것이 어떤 두 사물을 되게 저렴하게 연결해 주잖아요.

    ◇ 김경래> 연결성.

    ◆ 김원영> 연결하고 튼튼한 도구잖아요. 어디에나 있지만 굉장히 유용한 도구이고요. 그런데 또 많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을 또 보니까, 제가. 주변에 있는 친구들, 부모님들, 동료들. 이 사람들이 다 어떤 청테이프 같은 존재들이구나.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긴요한 순간에 나를 도와주고 나와 연결돼 있는 이런 사람들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 표현을 좀 써봤습니다.

    ◇ 김경래> 청테이프가 없었으면 학생운동은 망했을 거다 이런 얘기도 있잖아요.

    ◆ 김원영> 대자보의 중요한.

    ◇ 김경래> 책 얘기는 아마 책을 읽어보시면 훨씬 더 좋으실 것 같아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저도 읽으면서 많은 생각하게 됐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장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인간 전체에 대한 얘기다. 저도 나이가 들고 이러면. 저도 지금 안경 쓰고 있잖아요. 저도 일종의 장애가 있는 건데. 그런 생각들이 계속 들고 이건 좀 복잡한 얘기니까 그건 책으로 읽어보시고요.

    변호사님께 좀 궁금한 것도 한두 개 여쭤볼게요. 연극배우도 하신다면서요? 변호사도 하시고 책도 쓰시고 뭐 이렇게 하시는 일이 많습니까?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 출연 중인 김원영 변호사.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 김원영>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없고요. 배우라고 얘기하기 참 민망한데 공연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하고 그렇습니다.

    ◇ 김경래> 그래요. 실제로 연극 무대에도 계속 출연하고 계시는 건가요?

    ◆ 김원영> 네, 했었는데 작년에 또 코로나도 있었고 공연계 전체가 좀... 아직도 그렇죠, 사실은.

    ◇ 김경래> 그런 많은 일들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게 뭐예요? 즐거운 일.

    ◆ 김원영> 공연이 즐거운 것 같아요.

    ◇ 김경래> 공연이요?

    ◆ 김원영> 공연이 즐거운데 공연은 또 즐거움 대신에 준비하는 게 힘들잖아요.

    ◇ 김경래> 힘들고 돈도 안 되죠, 사실.

    ◆ 김원영> 그게 가장 큰... 책은 이렇게 쓰면 불러주시고 하는데 공연을 한다고 뭐. 가장 힘들죠. 가장 즐거운 일이지만 또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김경래> 마지막으로 짧게 하나 여쭤볼게요. 우리 사회가 좀 나아지고 있는 겁니까? 장애에 대한 어떤 생각이라든가 어떤 문화라든가 시스템이라든가. 어떻게 느끼세요? 나아지고 있습니까?

    ◆ 김원영> 저는 그걸 한마디로 얘기하기 너무 어렵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굳이...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측면.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은 특히 요즘에 90년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분들, 이런 이야기가 익숙한 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도. 학교에서나 많이 이야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훨씬 나아지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런데 반면에 또 저는 우리 사회가 또 여러 가지 꼭 장애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대립과 갈등이 또 있으면서 그만큼 또 어떤 혐오의 정서랄까요. 이런 것도 또 그에 못지않게 있는 것 같아서 어떤 때는 너무 좋아지고 있고 많은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답답함도 느끼고 그런 것 같습니다.

    ◇ 김경래> 알겠습니다. 앞으로 나중에 공연할 때 한번 불러주세요.

    ◆ 김원영> 와주시면 감사하죠.

    ◇ 김경래> 오늘 '사이보그가 되다' 라는 책의 작가 김원영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장애에 대한, 우리 몸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깊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원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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