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골목에서 관광객에게 길 안내 중인 '움직이는 관광안내사'. 대구 관광협회 제공
주요 관광지를 어슬렁 거리는 '빨간' 두 명의 무리.
그들은 대구 근대골목, 서울 인사동과 명동, 부산 해운대 등 주요 관광지에 있어왔다.
빨간 옷에 빨간 모자를 쓴 '움직이는 관광안내사' 얘기다.
관광지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이들은 걸어다니는 '안내도우미' 역할을 했다.
외국어 통역 전문 안내사지만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누군가 길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거나 스마트폰 지도를 살펴보면 금세 다가와 설명해주곤 했다.
또 맛집을 알려주거나 유명한 관광명소, 볼거리를 추천해주는가 하면 물건을 분실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 처한 관광객을 도운 적도 있다.
이제 올해 6월을 끝으로 대구에선 이들이 사라진다.
움직이는 관광안내사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로 진행됐던 사업인데 문체부가 더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가 안내를 포함한 관광 문화가 비대면 트렌드로 변화한 영향이 크다.
지난 4년간 대구에서 활동해 온 안내사들은 최근 소식을 전해듣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내사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는 등 어쩔 수 없는 변화는 이해한다"면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관광업계에 점차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부산, 대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은 오는 6월, 대전은 10월에 사업이 종료된다.
대구 동성로에서 관광지 안내 중인 '움직이는 관광안내사'. 대구 관광협회 제공
관광협회 등 현장의 전문가들은 해당 사업의 종료가 아쉽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안내가 잘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움직이는 관광 안내사만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고령 관광객의 경우 스마트폰을 활용한 관광 안내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어 움직이는 관광 안내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또 지점별로 고정 안내소가 있지만 위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우연히 만나는 안내사로부터 쉽고 빠르게 안내받는 것이 편리하다.
타 지역 관광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움직이는 안내사분들의 역할이 크다고 체감하고 있다. 또 비대면 안내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움직이는 관광 안내사 사업 폐지는, 대구시가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토탈관광패키지 사업을 추진하는 등 관광 서비스를 개선하고자하는 방침에도 역행한다.
특히 기존에 정부 공모로 사업을 진행할 때도 시비 50%를 사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업을 축소하더라도 계속 이어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지배적이다.
안내사 B씨는 "정부와 대구시 차원에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마당에 이 사업은 완전히 종료한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수요가 늘어날텐데, 한 번에 아예 없애기 보다 근무 시간 단축 형태로라도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공모 사업이 없어지다보니 더이상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게 됐고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추후 필요성 등을 감안해 재개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