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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ITC 결정문 나오자 반박에 재반박…쟁점은 '협상금'



기업/산업

    美ITC 결정문 나오자 반박에 재반박…쟁점은 '협상금'

    ITC, SK '증거인멸' 통해 '22개 항목' 영업비밀 침해 LG 주장 수용 명시
    LG에너지솔루션 '속전속결 협상' 나서…"시간 끌면 배상금 커진다"
    SK이노베이션 '뒤집기' 총력전…美 거부권 여부가 최종 분수령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문. 미국 ITC 최종 의견서 캡처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 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에는 SK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의 근거들이 조목조목 적혀 있다. 핵심은 SK가 인멸한 증거가 확실하며, 이 사실이 LG가 당한 자동차 탑재용 배터리 기술-가격 관련 영업비밀 22가지 항목의 침해 사실로 귀결된다는 판단이다.

    LG 측은 결정문을 근거로 '잘못을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라'는 SK에 대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SK는 'ITC가 영업비밀 침해 내용을 조사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그러자 LG는 'ITC라는 사실상의 미국 사법기관이 조사, 판단한 결과를 따르라'고 재차 반박했다.

    두 회사의 첨예한 갈등은 피해배상 협상 때문이다. 당초 전망은 ITC 결론을 계기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봤지만, ITC 판결이 일방적으로 나오면서 오히려 벼랑 끝 협상이 돼가는 분위기다.

    2~3조원을 요구하는 LG 측과 수천억원대를 바라는 SK 측이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양측의 여론전이 지루하게 길어지는 형국이다.

    연합뉴스

     

    ◇LG의 엄포…"현재 합의금 이상 배상 금액 올라갈 것"

    LG에너지솔루션은 ITC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설득과 강변을 섞어서 구사했다.

    LG 측은 SK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 사업 피해를 고려해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계속 불복한다면 오히려 SK가 합의금 이상으로 손해배상금을 물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는 LG의 영업비밀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재반박이 있었다. LG 측은 "기본적인 공정에는 차이가 없고 일부 공정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ITC 판결문 직후 나온 SK의 반박에 대해 '침소봉대'라고 규정했다.

    특히 ITC가 인정한 영업비밀 22개를 강조했다. LG 측은 "저희가 입증도 했지만 ITC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으로, 상세 내용은 미국 법·제도상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배터리 거의 전 영역에 걸쳐 LG의 기술이 침해됐다고 ITC가 명백히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SK 측에 협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사실, 피해배상 금액의 대략적인 규모도 이날 공식 확인됐다. LG 측은 지난달 10일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SK에 협상을 재개하자고 권유했지만, SK에서 현재까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양사가 제시하는 합의금 차이가 조단위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ITC의 최종 결정을 수용하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나선다면 합의금 산정 방식은 매우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은 지분이나 후불제 로열티 등이 거론됐다. 'LG가 상장을 앞두고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협상을 서두른다'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만약 그런 의도를 가졌다면 SK와 전액 현금으로 합의해야겠지만 당사는 현금이든 지분이든 수년에 걸친 로열티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전무)은 "상생이라는 대원칙이 무한정은 아니라 합의가 안 된다면 원칙대로 간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는 미국 법원의 제재는 ITC의 결정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결과는 경쟁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LG 측은 미국 델라웨어주(州) 연방지방법원을 통해 소송을 이어갈 방침인데, 이럴 경우 현재 협상금의 2~3배까지 배상금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연합뉴스

     

    ◇SK의 버티기…"수입금지 현실화, 미국 시장의 손해"

    앞서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문 공개 직후 미국 정부 기관의 판단을 정면 반박하는 강수를 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은 SK이노베이션에 전혀 필요 없다"며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에 대해 검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SK는 미국 대통령의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여부가 결정되는 '60일 이내'에 결정을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분위기이다.

    SK 측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LG와의 배터리 분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SK는 특히 조지아주 공장 증설에 따른 전기차 생산과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했다. 사실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것이다.

    SK는 2025년까지 24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추가 증설하고 3400여명의 일자리를 더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 계획을 포기할 가능성도 내비췄다.

    ITC가 결정문을 통해 SK 조지아 공장에서 조달 예정이었던 폭스바겐 MEB 플랫폼 장착 분량과 포드 F150 전기차용 등의 배터리의 대체 물량을 강조한 반면, SK는 그렇게 될 경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 어려움을 겨냥한 것이다.

    또 시장의 독과점 우려와 사실상 SK의 대체재가 중국산(CATL) 외에 없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의 심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도 달가울 리가 없다.

    미국에서의 여론전은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펴고 있다. USTR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측으로부터 최종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LG 측도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접촉해 거부권 행사를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두 회사 간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 변화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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