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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직원 달래기 나섰지만 "질문 검열에 하고 싶은 말만" 불만 증폭



기업/산업

    네이버·카카오 직원 달래기 나섰지만 "질문 검열에 하고 싶은 말만" 불만 증폭

    네이버 노조 "성과급 공개부터, 일방적 입장 전달 유감"
    카카오 직원들 "사내 문제는 두고, 사회 문제 얘기만"…"카카오, 별도 간담회 개최"

    연합뉴스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주가 직원들의 불만에 직접 소통에 나섰다. 전통 대기업과는 달리 노사 갈등을 묵히지 않고, 경영진이 곧바로 직원들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간담회 직후 두 회사의 노사갈등은 오히려 고조되는 양상이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는 대외적으로 창업주와 대표가 직접 소통에 나선다며 설명회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회사 측의 일방적 입장 전달 외에 어떤 것도 사우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관된 기준도 없이 회사의 논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취사선택한 부분 등은 오히려 직원을 실망시켰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도 네이버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직원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인사평가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내달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직원들이 느끼기에 불합리한 근무 제도나 환경은 제쳐두고, 사회 문제 해결 얘기만 늘어놓는 의장의 이야기는 "와닿지 않았다"며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고충을 외부에 알리기보단 조직내에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는 김 의장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도 상당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네이버 "장기적 성장에 초점"…"업계 최고 수준 보상 노력"

    네이버 경영진은 최근 불거진 성과급 논란에 대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보상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25일 답했다. 그러나 네이버 노조 측은 "일방적인 소통"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애초 요구한 성과급 지급 수치 공개 및 개선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연합뉴스

     

    네이버는 25일 경영진과 임직원이 소통하는 사내 '컴패니언데이'를 열고 전 직원 보상철학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공유했다. 이날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이사,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소통에 나섰다.

    한성숙 대표는 "새로운 글로벌 움직임에 맞는 차별화된 새로운 복지 제도를 고민 중"이라며 "총 보상 차원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 되고자 지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이 성장해서 결실을 보기까지 바로 매출로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이라며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성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 조직을 중심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매년 전 직원에 1천만원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지급하고 있는데, 지금은 부여 당시보다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라 1인당 약 19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처음 부여된 스톡옵션은 이달 27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이한형 기자

     

    한 대표는 "수년 전의 도전이 외부로 결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미래의 가치도 전 직원들이 주주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장사로서는 유례없는 보상 구조"라고 강조했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올해 진심으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그동안 열심히 고생해준 직원들에게 정말 고마웠는데, 직원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성과에 대해 처음으로 그 가치를 스톡옵션을 통해 주주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나누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노조 "성과급 공개부터, 일방적 입장 전달 유감"

    그러나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행사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입장 전달 외에 어떤 것도 사우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며 "소통을 빙자한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노동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많은 사우가 실시간으로 질문을 보냈음에도 답변하기 유리한 것만 골라서 답변한다던가 '업계 최고'임을 주장하기 위해 예시로든 사례는 일관된 기준도 없이 회사의 논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취사선택한 점 등은 오히려 직원들을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네이버 노조는 직원 성과급 금액·비율 공개와 임원 보상의 적정성 여부, 소외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이 요구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 카카오 직원들 "사내 문제 대신, 사회 문제 해결 얘기만"…블라인드 "외부에 고충 알리지 말고 쿨해지라고?" 불만 고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직원들과의 간담회 ‘브라이언 애프터톡’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이날 카카오도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재산 기부 관련 사내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열었다.

    5조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김 의장은 사내 인사평가 적절성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며 "무시하고 해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평가와 관련한 논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의 한 직원은 "브라이언톡은 김 의장이 자신의 재산 기부와 관련해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는 맞지만 직원들은 회삿돈도 아닌 그의 개인 재산 사용처보다는 당장 내 자리를 좌지우지할 인사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확한 결론이야 기대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창업자가 직접 소통에 나선 만큼 논란이 된 인사평가 기준에 대해 얘기할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의장이 하고 싶은 얘기만 늘어놔 전혀 와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 블라인드에서도 김 의장의 발언에 직원들은 자조 섞인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장은 "신뢰만 있다면 충돌이 두렵지 않다. 직원을 불편하게 억압하는 회사는 안 되게 노력해야 하고 (고충을)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내 동료, 내 보스, 내 CEO에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기본 마음가짐은 있는 회사라고 아직 믿는다. 그런 의지가 없다면 떠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블라인드에는 "브라이언 톡 요약: 카카오에 이슈됐던 사안에 대해 우리 공동체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쿨 했으면 좋겠다고 밝혀", "직장 내 괴롭힘 당하든 말든 알아서 쿨하게 해라. 근데 밖엔 알리지마" 라는 글이 올라오며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아니, 내부에서 도와주지 않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건데 쿨하게 뭘 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환경이라는 경고등인건가?", "눈가 귀를 가리고 저 세상에서 빌 게이츠처럼 멋지게 살고 싶구나", "쿨하게 구성원들 신경을 써주든가" 라는 불만 가득한 댓글도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문제의 발단은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유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작성자는 자신이 회사 내부에서 심각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리며 "지금 삶은 지옥 그 자체이고,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했다. 이어 "회사의 왕따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호소했다. 작성자는 "울며불며 상담했지만 회사가 대수롭지 않게 쏘아붙였다"며, 동료들의 감정을 담은 피드백 제도도 지적했다.

    이 글은 작성자에 의해 곧장 삭제됐고 현재까지 카카오 내부에서 직원이 다치거나 숨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일을 계기로 카카오 인사평가에 대한 불만 글도 후속으로 올라오며 논란이 확산됐다. 카카오에서는 직원들이 동료를 상대로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냐'는 답변을 하는데, 그 결과가 당사자에게도 알려지면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준다는 내용이다.

    카카오는 내달 2일 별도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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