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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신선하고 짜릿한 풍자와 악역 '퍼펙트 케어'



영화

    [노컷 리뷰]신선하고 짜릿한 풍자와 악역 '퍼펙트 케어'

    외화 '퍼펙트 케어'(감독 J 블레이크슨)

    외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법망 바깥에 위치한 이들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탈탈 터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케이퍼 무비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매력적이고 신선한 악역, 사회의 허점과 아이러니까지 짚어낸 영화가 있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열연이 빛나는 '퍼펙트 케어'다.

    주인공 말라(로자먼드 파이크)는 은퇴자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CEO다. 그러나 그 이면은 사회적 약자를 이용해서 한몫 단단히 챙기는 범죄자다. 그러나 법과 사회 안전망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겉보기에는 사람 좋은 '법적 보호자'다.

    말라는 노인을 요양원으로 보낸 뒤 집과 가구를 경매에 부치는 등, 대상이 된 이른바 '호구'들을 말 그대로 '탈탈' 턴다. 완벽한 말라의 케어 비즈니스 사업에 거대한 호구가 나타나고 서비스를 계획하게 되면서 그녀의 앞날은 급격하게 위기를 맞이한다.

    '퍼펙트 케어'는 말라의 내레이션처럼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 더 나쁘거나, 덜 나쁘거나의 차이일 뿐 악당들의 이야기다.

    외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이 중 단연 돋보이는 건 말라다. 그는 '완벽'하다. 외적으로는 판사마저 인정하는 탁월한 법적 보호자다.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에 원색적이고 화려한 의상을 바탕으로 늘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일된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여성적인 매력을 뽐내지만 이는 케어 비즈니스 CEO이자 완벽한 법적 보호자로서 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지, 여타 케이퍼 무비나 영화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해 사용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말라는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일을 절대 참지 않으며, 당당하게 갚아준다. 그럼 점에서도 말라의 매력은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영화가 본격적인 악인들의 대결로 넘어가는 건 말라가 새로운 호구로 제니퍼 피터슨(다이앤 위스트)을 선택하면서부터다. 그저 돈 많은 노인인 줄 알았던 제니퍼를 둘러싼 비밀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이는 결국 러시아 마피아 보스 로만 룬요프(피터 딘클리지)와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로 이어진다.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 악인들의 대결을 리드미컬하게 그려내는 와중에 '퍼펙트 케어'가 다른 영화들과 다른 지점은 역시 캐릭터다. 세상이 양과 사자로 이뤄져 있다면, 말라와 로만은 사자들이다.

    말라는 전혀 착하지 않고 돈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로만에게 당하고도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잘하는 케어 비즈니스와 법망을 이용해 로만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려 한다. 더 큰 거래를 제안하는 로만과 손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뻔뻔할 정도의 영민함과 교활함은 어떤 면에서는 통쾌한 감정까지 제공한다.

    외화 '퍼펙트 케어'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이러한 말라라는 캐릭터와 영화는 초반부터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말라의 완벽함은 사회의 일면을 비추는 역할도 한다. 완벽한 모습을 지닌 젊고 유능한 사업가의 한 마디에 법정도 좌지우지된다. 법 역시 늙고 힘없는 노인에게는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법도, 사회도, 시스템도 약자가 아닌 강자를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면을 짚는다.

    여기에 법정 후견인이라는 사회 시스템이 갖는 허점, 법의 빈틈을 이용하는 사람들, 성공 제일주의와 약육강식의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등 현대 사회가 갖는 문제와 그림자를 영화 안에 녹여냈다. 때로는 케이퍼 무비로, 때로는 스릴러로, 때로는 블랙 코미디로 말이다.

    우리는 돈과 힘을 모두 지닌 거대한 악 로만과 말라의 대결을 보며 어느새 말라의 사기행각은 잊은 채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을 가졌을지 모른다.

    영화는 도덕과 양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말라가 단지 더 거대한 악당에게 죽을 위협에 놓였다고 해서 과연 응원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가까스로 살아남아 로만에게 복수하고, 그를 탈탈 털어내려는 말라는 로만과 손을 잡고 전 세계를 무대로 노인이라는 약자들을 이용해 돈을 번다. 자신을 위협하는 악을 처단하고, 오히려 그 악을 이용해서 성공한 말라를 우리는 과연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렇기에 '퍼펙트 케어'의 결말은 예측을 벗어난 동시에 말라를 향해 갖고 있던 관객의 시선과 감정을 순식간에 반전시킨다. 통쾌하게 이어지던 승부의 결말은 마치 말라가 그동안 행한 악행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처럼 마무리된다.

    신선하면서도 짜릿한 악역을 연기한 게 로자먼드 파이크라 기쁠 정도다. 그만큼 말라라는 인물을 무척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말라와 대결을 펼치는 로만 룬요프 역의 피터 딘클리지는 물론 미스터리한 노인 제니퍼를 맡은 다이앤 위스트의 연기 역시 말라와 함께 리드미컬한 호흡을 잃지 않도록 만든다.

    119분 상영, 2월 19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퍼펙트 케어' 포스터.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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