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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인상안의 함정? 디테일까지 봐야 할 방위비 협상



국방/외교

    13% 인상안의 함정? 디테일까지 봐야 할 방위비 협상

    CNN "13% 인상 유력…특정 군사장비 구매 내용 포함 가능"
    실제론 인상률 선례 등 감안했을 때 몇 년 내로 20% 근접
    대부분 한국 경제로 환류되긴 하지만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
    방위비로는 무기 못 사는데 '군사장비 구매'라면 +α까지?
    실제 구매 협상서 불리한 상황 우려…앞뒤 안 맞는다는 의견도

    지난 5일 열린 SMA 8차 회의에 참석한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사. 외교부 제공

     

    한미 양국이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타결을 거의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합의에 근접했고 분담금을 13% 인상하는 다년 계약 쪽으로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한미 실무진과 장관 선에서 잠정 타결까지 갔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던 안과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실질적인 재정부담은 13%보다 더 클 수 있어 세부 사항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 안에 매년 인상률까지 적용되면?…실제로는 몇 년 내 20% 근접

    2019년 10차 협정 기준 1조 389억원인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자 1991년부터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주둔 경비의 일부다.

    SMA는 보통 한 번 체결될 때 1년이 아닌 여러 해로 계약을 한다. 하지만 10차 협정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대폭 늘린 요구액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9차 SMA보다 8.2% 인상된 1조 389억원이라는 금액과 함께 1년으로 기한을 잡았다.

    만약 이 금액에서 13%를 인상한다면 일단 첫 해의 분담금은 1조 1739억 정도가 된다. 그런데 다년 계약에서 적용될 연간 상승률이 문제다.

    2014년부터 적용된 9차 SMA 당시 한미 외교당국은 최초 금액 9200억원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인상하되, 연마다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9차 SMA의 마지막 해인 2018년의 분담금은 9602억원이 됐다.

    정부는 10차 SMA에서 방위비분담금이 8.2% 인상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2018년과 비교한 금액이다. 9차 SMA의 최초 금액인 9200억원과 10차 SMA의 1조 389억원을 비교해 보면 12.9% 정도가 인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체결되는 11차 SMA도 이렇게 될 확률이 높은데, 최종 합의에서 매년 인상률이 얼마인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방위비분담금이 대부분 "한국 경제로 환류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분담금은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의 3가지 항목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군사건설비에서 미국 측이 실시하는 설계와 감리 비용으로 정해져 있는 12%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의 금액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과 한국 업체들과의 계약 등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보다 늘어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일이기 때문에 13% 인상안조차도 부적절하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과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한미 장병들에게 '합동 명절인사'를 전했다. 연합뉴스

     

    ◇SMA로는 못하는 '특정 군사장비 구매'…인상액에 더해 무기 구매까지?

    한편 CNN은 1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종 합의에는 한국이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하겠다는 내용과 같은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실제 최종 합의에 이같은 내용이 반영된다면 부속합의서 등의 형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SMA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며, 그 금액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3가지 항목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즉, 방위비분담금으로는 군사장비를 구입할 수 없다.

    물론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 항목에는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라는 내용(조건 1·2)이 존재하기 때문에, 군사장비 도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도 우리 군은 연합작전 등을 위해 미국 군사장비를 많이 사온다.

    문제는 이를 대가로 SMA를 맺는 일이 차후 실제 구매를 위한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좁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군사장비를 사올 때는 대외군사판매(FMS)인지 상업 구매인지 등에 따라 대상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방위사업청이 가격과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거친다.

    구매자 입장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따오려는 협상의 목적상, 설사 군이 특정한 장비를 선호하더라도 처음부터 이를 정해놓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CNN의 보도처럼 '특정한 군사장비 구매'라는 내용을 합의에 미리 정해 놓는다면 실제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 금액은 SMA 바깥에 있기 때문에 모두 합쳐보면 표면적으로만 13% 인상일 뿐, 몇 해 뒤에는 20% 안팎이 인상된 분담금에 이 구매 금액까지 더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최종 합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된 사항은 아니며, 이같은 내용의 현실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10%를 넘으면 이미 많이 올려준 것이라고 본다"면서 "군사장비 구매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군 당국에서 소요를 결정해야 하는 사항인데, 미국 군사장비를 산다는 것이 인상액에 '감안'해 달라고 할 사항일 순 있어도 SMA 정식 합의 내용으로 넣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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