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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뭐가 문제? 국회 자료 보니



금융/증시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뭐가 문제? 국회 자료 보니

    금융위 18년 '주식 잔고 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대대적 발표했지만…
    정상 거래 상당수도 이상 거래로 발견되는 문제 발생하자 '중단'
    자동화된 대차 거래 플랫폼 장점 많지만…금융위, 독과점 우려 등으로 '반대'

    자료=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 캡처

     

    금융위원회가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을 중단한 이유는 주식을 파는 사람의 모든 거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천문학적인 비용 △시스템 과부하를 이유로 든 바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보다 상세한 내용 공개를 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국회 검토 보고를 통해 이 시스템을 중단한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 대대적 구축 발표해놓고…

    연합뉴스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 보고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8년 5월 <주식매매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증권사가 매매주문을 할 때 주식 차입 여부 확인 의무를 대폭 강화해 신탁기관 등으로부터 주식 보유 잔고 등을 통보받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로 인해 주식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금융위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금융위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당시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김학수 현재 금융결제원장은 브리핑에 직접 나서 "장 마감 후에만 주식잔고·매매 수량이 확인되고 장 중엔 확인이 안되는데 거래소와 예탁원 통계를 잘 연결하면 거의 리얼타임으로 볼 수 있게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대적인 정책 발표였지만, 실현은 되지 않았다. 금융위의 계획은 기관·외국인의 주식 잔고와 매매를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었다. 전일 업무 마감 이후 개별 기관·외국인 주식 잔고를 산정하고 당일 주식 변동 내역을 반영해 상시적으로 주식 잔고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매 수량 등을 대조해 착오 입고·주문 및 공매도 규제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관리·확인을 강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도자의 모든 거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공매도 해당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계좌 잔고, 대차 정보 (신규 계약 및 대차잔고), 계좌 미표시 매도권한 발생 정보 및 결제 이전 매수 ·매도 주문량 등 매도자의 모든 거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매도자가 아닌 제3자가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여주식, 투자자 집단계좌 등 공매도에 해당하지 않는 정상 거래의 상당수가 이상 거래로 발견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공통적으로 주문 수량 확인 및 차입 공매도 관리 등을 위해 외국인과 기관 등에 대해 주식 잔고 등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안을 낸 데 대한 금융위는 이러한 이유로 시스템 구축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김·이 의원은 실시간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위해 지난해 9월 이같은 법안을 낸 바 있다.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이용준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주식 잔고와 매매 수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사실상 어려운 현 상황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잔고 정보를 상시 관리해 위법한 공매도를 빠르게 적발하려는 법안들의 취지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시했다.

    ◇'자동화된 대차 거래 플랫폼' 장점 많지만…금융위, 독과점 우려 등으로 '반대'

    자료=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 캡처

     

    자동화된 '대차 거래 시스템'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도 확인할 수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차 계약의 정확성을 담보하고 착오 입력을 방지할 수 있는 전자정보처리장치 등을 갖추도록 해 무차입공매도를 방지하고자 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 전자정보처리장치는 대차 계약 상대방을 물색하고 대여 가능 리스트 등을 업로드해 계약을 확정하며 그 결과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검토보고서에서는 김 의원의 개정안 취지대로 자동화된 대차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돼 사용화될 경우, △거래 비용의 감소 △거래의 안정성 제고 △거래정보의 저장 및 확인 가능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화된 시스템 및 이같은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거래상대를 보다 쉽게 찾고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메신저·전화·이메일과 달리 시스템에 거래 기록을 저장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해당 시스템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다. ①자동화 플랫폼 의무화 시에도 메신저 등을 통한 협상 절차가 유지될 것 ②대차거래 플랫폼 운영업자 구조적 독과점 예상됨 ③전산시스템 도입한 해외도 착오에 의한 무차입 공매도 사례 계속 발생했음 등의 이유에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①에 대해 금융위는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종목별 유동성 상황, 종목별 대차수수료 등이 큰 차이를 보이는 등 표준화된 거래 구조가 아니어서 현재까지는 개별 협상이 불가피한 거래구조로 보인다는 입장을 냈다. 자동화 플랫폼을 통해 협상과 계약체결 등이 모두 이뤄지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자동화 플랫폼 의무화 시에도 메신저 등을 통한 협상 절차가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②에 대해서도 대차거래 계약 체결에 자동화된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 위해선 대여자와 차입자 모두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야 효율성이 제고된다고 봤다. 따라서 대차거래 플랫폼 운영업자는 구조적으로 독과점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이용 비용의 불합리한 가격 책정 우려도 나타냈다. ③ 자동화 시스템도 최초 거래 가능 리스트 업로드 및 거래의사 표시 등 사람의 개입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해외에서도 착오에 의한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국내에서 대규모 무차입공매도 사고가 났던 골드만삭스도 이미 Equilend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던 미국 계열사의 대차 데스크에서 착오 입력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quilend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 대규모 대차거래를 하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회사로 대차 플랫폼 시장에서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가지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의 경우 예탁결제원, 증권금융 등의 대차 중개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돼 있지 않아 Equilend가 예탁결제원 등 대차중개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일부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도 금융위와 유사한 의견을 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대차거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도 공매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착오로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증빙 자료롤 제출하는 경우, 그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대차거래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기대되는 거래의 안정성과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도 고려해야 하지만, 시스템 도입 비용과 도입 과정에서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시스템 도입에 따른 무차입 공매도 방지의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바뀐 시행령에서는 대차거래 정보의 보관을 사후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한 방법으로만 해야한다는 선에서 결론 지어졌다. 메신저 이메일 등 수기(手記)로 인한 대차거래 체결을 해도 되지만 계약의 원본을 위·변조 불가능하도록 전자설비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메신저 화면 캡처나 이메일 송수신 내역 등이다. 이에 대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원본의 캡처 등은 조작이 가능하다"면서 "보험의 경우 계약할 때 고유식별번호가 담긴 QR(큐알)코드를 넣는데 아예 조작 가능성이 없다. 이처럼 아예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이 담기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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