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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성 산불 이재민 '컨테이너 생활 2년'



영동

    [르포]고성 산불 이재민 '컨테이너 생활 2년'

    고성 이재민 272명 2년째 임시컨테이너 생활
    행안부, 한전에 '구상권 청구'…소송전으로 가나

    이재민 정희훈(46)씨는 벌써 두 번의 겨울을 임시컨테이너에서 보내고 있다. 유선희 기자

     

    강원 고성에서 4.4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배상을 받지 못한 이재민들은 여전히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72명의 이재민은 임시컨테이너에서 벌써 두 번의 겨울을 지나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8일 취재진이 찾은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마을. 대형산불 이후 이재민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컨테이너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시컨테이너에 머무는 고성군 이재민 중 여전히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이들은 모두 123세대 272명이다. 2년이 다 되도록 임시컨테이너에서 머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이재민들은 몸과 마음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저희 아내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장모님(81)은 산불이 발생하던 그해 가을 대장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건강검진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시면서 병원에 갔더니 대장암 판정을 받고, 현재 대장암 3기세요.. 저는 이게 산불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마을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임시컨테이너들. 유선희 기자

     

    이재민 정희훈(46)씨가 단호한 목소리로 지난 2년간의 삶을 읊었다. 정씨의 어머니(78)는 지난해 숨졌다. 정씨는 "노인네니까 당연히 몸이 여기저기 안 좋으셨지만, 임시컨테이너에서 머물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셨다"며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병도 나고 또 컨테이너에는 먼지도 많아서 환경이 나빠 기저질환이 심해지셨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어머니는 패혈증으로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용촌1리에서만 정씨의 어머니처럼 세상을 떠난 노인은 2명으로 파악된다.

    열악한 환경으로 몸도 나빠졌는데, 무엇보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단다. 이재민 손희주(46)씨는 "둘째 딸(18)이 성장기에 산불을 겪어서 그런지 사이렌 소리에 놀라고, 불 냄새만 맡아도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며 "딸 아이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서 자해를 하고 대인기피증까지 왔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손씨는 "저희 어머니(75)가 3번이나 폐암 수술을 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져 산불이 발생하기 바로 1년 전에 서울에서 고성으로 왔는데, 정작 재난을 겪으면서 너무 큰 혼란"이라며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컨테이너 생활을 했지,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고 시간이 흐를 줄은 몰랐다"고 성토했다.

    두 번의 겨울을 지나 설날을 앞둔 시점에서 이재민들은 더욱 우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명절이나 무슨 날이 되면 괜히 아무것도 아닌데 우울하다"며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누추하고 외롭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전력공사. 연합뉴스 제공, 유선희 기자

     

    이재민들은 고통 속에서 두 번의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한전의 배상금 지급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행정안전부에서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한전에 '구상권 청구'를 하겠다고 결론을 내면서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 제66조 6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재난에 대해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인 제공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행안부는 "한전에 구상권 청구를 행사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강원도에 보냈다. 그러나 한전은 "행안부가 집행한 지원금 전액을 구상권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소송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구상권 청구소송을 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최대한 빨리 피해자와 합의해 배상금을 지급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구상권 청구로 결론이 나면서 소송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 산불은 지난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 17분쯤 시작돼 2명이 사망하고 149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1753억 원이 상당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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