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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앞세웠지만…'尹 때리기'로 채워진 '추미애 1년'



법조

    검찰개혁 앞세웠지만…'尹 때리기'로 채워진 '추미애 1년'

    추미애, 임기시작 391일 만에 법무부 떠나
    "검찰개혁 역사적 선례 만들었다" 자평
    '反윤석열' 행보로 개혁위기 자초 비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1년여 만인 27일 장관직을 내려놨다. 역대 법무부 장관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검찰개혁을 강하게 외쳤던 장관이었지만, 현실은 '반(反) 윤석열' 프레임에 갇혀 오히려 현 정권에 부담을 안겨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추 장관은 임기 시작 391일 만인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갖고 "사문화됐던 장관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한을 행사해 검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분명하고도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례를 만들어 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개혁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소란도 있었지만, 정의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의 도도한 물결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겨주시고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문재인 대통령과 온갖 고초를 겪으며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어주신 박상기, 조국 전 장관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임기 내내 계속됐던 파열음은 검찰의 저항에 따른 것이며, 조국 전 장관 역시 이에 희생됐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차기 법무부 수장의 과제로는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를 꼽았다. 그는 "그간 이뤄낸 법제도적 개혁을 발판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등 검찰개혁을 완결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의 지난 1년여 행보에는 '전례 없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세부 협의의 마침표를 찍으며 현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과제인 수사권 조정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추 장관은 이 밖에도 형사‧공판부 강화, 인권 보장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성과로 거론했지만 다른 무엇보다 각인된 그의 행보는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전례 없는 압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현 정권과 검찰 사이의 긴장 기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법무부의 수장을 맡은 추 장관은 임기 시작 1주일 만에 검사장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단 학살인사'로도 불렸다. '조국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해 윤 총장의 핵심 참모들은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에도 이 같은 인사기조는 유지됐다.

    추 장관은 인사권 뿐 아니라 수사지휘권과 감찰권도 적극 활용해 윤 총장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추 장관이 여태까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은 이른바 채널A 사건을 비롯해 라임 사건, 윤 총장 일가 또는 측근 관련 사건 등 모두 6가지로, 윤 총장으로 하여금 이들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한명숙 사건'에 대해서는 진상조사 주체를 정해 지시했다. 추 장관 체제 전까지 수사지휘권은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만 행사됐었다.

    그는 옵티머스‧라임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책임을 추궁하는 감찰도 잇따라 지시했다. 추 장관은 이런 일련의 행보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고 강조했지만, 수사 지휘 또는 감찰 대상이 여권 인사의 비위 의혹도 거론된 사건이거나 윤 총장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어서 결국 윤 총장식 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런 강경 조치 끝에 추 장관은 지난해 11월 여러 이유를 들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사상 초유의 조치였다. 하지만 법원은 직무배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검사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의 효력도 법원이 절차적 하자와 일부 징계 사유의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중단시키면서 추 장관은 코너에 몰렸다. 검찰 내부에선 유례없는 대규모 검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추 장관 조치의 무리함이 집중 지적되면서 반대로 그가 겨눴던 윤 총장은 주요 대선주자급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펼쳐졌다. 범여권에서조차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윤석열 때리기'와 동일시하다보니 개혁의 의미가 퇴색되고, 현 정권에 부담을 안겼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을 언급하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분명한 건 우리 법무 가족들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지난 수십년 간 지체됐던 법무혁신과 검찰개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남기며 법무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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