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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행방불명 수형인 70년 만에 첫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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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행방불명 수형인 70년 만에 첫 '무죄' 선고

    법원, 행불 수형인 10명에 무죄 선고…유가족 "비로소 한 풀려"

    무죄 선고 직후 4·3 행방불명 수형인 유족들이 기뻐하고 있다. 고상현 기자

     

    제주 4‧3 행방불명 수형인이 70여 년 만에 죄를 벗었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故 김경행씨 등 4‧3 행방불명 수형인 10명의 유가족이 대신해서 재심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작년 6월 행방불명 수형인의 배우자, 자녀 등이 재심을 청구한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생존' 수형인에 대한 공소기각 또는 무죄 선고는 있었지만, '행불' 수형인은 첫 무죄 선고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본안 재판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미 무죄를 구형했다. 범죄 증명 대상이 없는 경우"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채 오랜 세월 고통 받아온 유가족을 위로했다. 피고인 모두 4‧3 당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군사재판을 받은 것도 모자라 행방불명됐다.

    재판부는 "해방 직후 4‧3이라는 극심한 혼란기에 개인들이 희생됐다. 유가족은 연좌제 굴레에 갇혀서 평생 살았다. 이 판결로 희생자와 유족 모두 덧씌워진 굴레를 벗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희생자들은 하늘에서라도 오른쪽, 왼쪽 따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둘러 앉아 정을 나누길 바란다.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다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 행방불명 수형인은 제주 4‧3 광풍이 몰아치던 1948년과 1949년 불법 군사재판을 받아 대구형무소 등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후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이다.

    4·3 행불 수형인 유가족 기자회견 모습. 고상현 기자

     

    재판부의 무죄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군사재판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서 수감 생활 중에 행방불명된 故 김경행씨의 아들 김필문(76)씨는 "오늘 비로소 70여 년 한이 풀렸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농사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희생당하셨다. 저는 가고 싶은 학교도 연좌제에 걸려서 못 갔다. 무죄를 선고한 대한민국 사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정부 기록인 '4‧3 수형인 명부'에는 4‧3 당시 모두 2530명이 수감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 중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 362명에 대한 재심 청구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일반재판' 수형인 김두황 할아버지(93)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데 이어 김정추 할머니(90) 등 군사재판 수형인 7명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무죄가 선고된 행불 수형인 10명 외에 나머지 수형인 등 344명에 대한 재심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재작년 1월 군사재판 수형인 18명이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36명의 4‧3 수형인이 재심 재판을 통해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로 죄를 벗은 가운데, 나머지 수형인이 70여 년의 한을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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