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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청소노동자들, 농성할 때마다 200만원 내라"…法 판단은?



사건/사고

    LG "청소노동자들, 농성할 때마다 200만원 내라"…法 판단은?

    오후 8시 이후 심야농성은 금지
    法 "노동자 쟁의행위 '정당'…LG, 수인의무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엘지 불매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LG 제품 불매운동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LG 측이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을 전면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법원은 심야 농성은 금지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20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전날 LG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이 청소노동자 4명, 노조 상근 간부 2명, 노조 등을 대상으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일부 기각했다.

    앞서 LG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은 청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허락 없이 LG트윈타워 로비에서 취침하거나 취침 도구를 반입하는 행위, 시위 행위 일체 등을 금지해달라며 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어길 때마다 노동자 1명이 2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건물 로비에서의 심야 농성(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을 금지했다.

    재판부는 "주간과 달리 야간에는 업무가 종료되고 허가받은 사람 외에는 출입이 통제돼 개방된 장소라고 볼 수 없다"며 "이는 주식회사 LG의 소유권이나 건물에 대한 S&I코퍼레이션의 관리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형법상 건조물 침입이나 퇴거불응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 등 쟁의행위는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무자들(노동자 등)이 그동안 진행해 온 쟁의행위는 주체, 목적, 시기, 절차 면에서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어 "수인의무를 부담하는 채권자(S&I코퍼레이션), 나아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LG로서는 일상적으로 건물의 시설 관리가 이뤄지는 시간대에 건물 로비에서 이뤄지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심각한 권리 침해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원청인 LG도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업무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시설관리 권한 행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등의 S&I코퍼레이션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LG 측이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을 막기 위해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을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LG 측의 가처분 신청은 이번이 네 번째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주던 노동자들에게는 60원도 아까워하면서, 농성의 대가로 하루 200만원씩을 내놓으라는 LG측의 파렴치함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재판부가 심야농성 금지를 요청한 LG 측의 손을 들어준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노조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시달리고 탄압받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법이,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의 저항권 행사에는 민첩하게 움직여 그 저항을 짓누르는 데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LG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수인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부분을 재차 짚었다. 노조는 "누구든 자유롭게 통행하던 건물에서 조합원과 노조 간부들의 통행을 막무가내로 막고 있던 LG측의 처사가 비상식적임을 드러냈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원청인 LG가 고용승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LG가 100% 지분을 보유한 건물시설관리 자회사인 S&I코퍼레이션과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이 소유한 회사인 지수InC가 관련된 집단해고, 농성에 LG와 구광모 회장이 무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 측은 돈과 폭력으로 청소 노동자들을 굴복시킬 수는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고용승계를 통한 해결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LG트윈타워 건물을 관리하는 LG그룹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은 지난해를 끝으로 하청업체인 지수InC와 청소 용역계약을 마무리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해고됐다.

    연합뉴스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인데, '무더기 해고'를 감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수InC는 LG트윈타워에서 시설직과 미화직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데, 시설직은 유지하고 노조에 가입한 미화직만 용역업체를 변경해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다"고 했다.

    S&I코퍼레이션 측은 "계약 해지의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품질 저하"라며 "노조 결성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원청의 결정은 정부의 권고와도 배치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기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도급사업주가 사내하도급계약 중도 해지 또는 계약 만료 1개월 이전에 수급사업주에게 통지하고, 고용승계 등의 방법으로 사내 하도급 노동자의 고용·근로 조건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를 발표했다.

    지수InC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일감 몰아주기'가 드러나자 LG는 이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과 관련해 S&I 측은 "법원 가처분을 신청한 이유는 청소근로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숙식을 동반한 농성을 장기간 진행함에 따라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7천여명의 트윈타워 근무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농성 중인 만 65세 이하 조합원 25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만 65세 이상 조합원 7명에 대해서는 추가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에서 트윈타워 근무만을 주장하며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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