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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정책 바꾸고 대북기조는 그대로…바이든 '코드' 맞추기



국방/외교

    대일정책 바꾸고 대북기조는 그대로…바이든 '코드' 맞추기

    "싱가포르 합의서 다시 시작하자"…北 핵무장 강화에도 평화 프로세스 유지
    "대일배상 강제집행 바람직하지 않아"…'사법부 존중' 기존 입장에서 선회
    바이든 '한일공조' 압박에 선제적 대응…냉랭한 일본, 명분상 실점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집권 5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한일관계에는 유연한 접근을 시사하며 부분적 기조 변경에 나섰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하노이 노딜' 충격에 좌초 직전인 가운데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이 대형 변수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 "싱가포르 합의에서 다시 시작하자"…北 핵무장 강화에도 평화 프로세스 유지

    정부는 일단 대북정책에서는 북한의 최근 핵무력 강화 공언에도 불구하고 대화·협력과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통한 기존 프로세스를 그대로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당 총비서에 대해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그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고, 바이든 정부와는 '코드'(code)가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이든 정부가 국내외 산적한 현안들로 인해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낮출 것이란 전망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다.

    한미 양국에 같은 색채의 정부가 동시 집권한 것은 20년 만의 일이다. 바이든 정부가 다자주의와 동맹을 중시하는 점에서 관계 진전을 꾀할 수 있고 대북정책도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 햇볕정책을 지지했던 만큼 낙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 "대일배상 강제집행 바람직하지 않아"…'사법부 존중' 기존 입장에서 선회

    반면 정부의 대일정책은 바이든 정부의 '코드'라는 똑같은 이유로 기조 변화가 뚜렷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에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인데, 다만 그 외교적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전제로 깔면서도 판결의 이행 방식에선 행정부의 유연한 접근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권분립 대원칙에 따라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해온 기존 입장과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 다소 이례적인 발언들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며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강조했고, 강 대사는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위안부 문제의 제3국 중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 바이든 한일공조 압박에 선제적 대응…냉랭한 일본, 명분상 실점 가능성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단호했던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은 바이든 집권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일관계 복원을 압박할 것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

    심지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정기국회 연설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망언 도발을 재개했다.

    만약 일본이 지금처럼 냉랭한 태도를 계속 고수한다면 한국의 전향적 입장과 대비되며 미국이라는 '심판자' 앞에서 점수를 잃을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이 '국제법을 무시한다'는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왔다. 앞으로는 '말 뿐이고 실제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굴레를 씌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9월 스가 내각 집권을 계기로 꾸준히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별로 밀리지 않는 상황이다.

    외교부가 모테기 외무상 발언에 "일본 정부도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스스로 밝혔던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조치를 취하라고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반격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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